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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8년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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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시물 / 동영상 등을 모아 두었던 E드라이브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오늘 윈도우즈를 포맷하면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정말이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 버렸다. 내가 지난 8년.. 대학 시절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E드라이브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대학동안의 나 그리고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함께했던 사진들과 내가 그 동안 작성했던 레포트 파일들과 각종 논문, 지난 날 내가 함께 했던 사람들과 숨쉬던 공간에 남겨져 있던 어린 글들까지 모두 날아갔다.

터질 것만 같은 엄청난 상실감에서 회복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려서야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정말이지 내가 이런 일에 충격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맥이 풀리고 심장이 쿵쾅거려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다. 나의 개인적인 스토리지에 올려놓은 극히 일부분의 물건들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물론 눈물이 난 것은 아니지만, 눈물이 났으면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내 머릿 속에 남아 있는 순간들을 이제는 사진으로도 동영상으로도 볼 수 없어져 버린 것인가. 아직은 이 현실을 감당하는 것이 벅차다. 2007년 1~2월은 나의 과거와 추억들이 현실 속에 혼재하며 너무나 많은 일들과 만남들이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못했어.

차라리 아직 백업하지 못한 MP3들만 모아둔 D드라이브가 날아가 버렸으면 이런 참을 수 없는 아쉬움이 없었을텐데..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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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rith.tistory.com BlogIcon CRITH 2007.02.04 17:37 ADDR 수정/삭제 답글

    고 데이터의 명복을 빕니다.
    PC쓰는사람이라면 한번씩 격는일이죠...
    충격이야 이루 말 할 길이 없겠습니다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뜻에서 좋게 생각하셨으면 좋겠군요.

    • Favicon of https://genesis.innori.com BlogIcon 얼음구름 2007.02.04 21:46 신고 수정/삭제

      속이 너무 쓰리지만, 어쩔 수가 없게 되었네요. 이제..

  • Favicon of http://leadbiz.tistory.com BlogIcon 잘 놀자 2007.02.04 17:38 ADDR 수정/삭제 답글

    복원 전문 업체에 한 번 맡겨 보시는 것도 ,,,아직 희망은 있을 것 같은데요..

    • Favicon of https://genesis.innori.com BlogIcon 얼음구름 2007.02.04 21:49 신고 수정/삭제

      고스트를 돌리면서 CD부팅 상에서 100GB이상의 디스크를 10GB디스크와 동일한 자릿수로 표현하는 문제 때문에 이미 작업이 몇 번 중복되어 버려서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오늘 고스트로 복구할 때 시스템이 충돌을 일으켜서 블루스크린이 뜰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될 줄은 예상치 못했었습니다. 에고..

  • Favicon of http://www.ncfly.net/ BlogIcon NC_Fly 2007.02.04 19:11 ADDR 수정/삭제 답글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보시거나, 자료복원 업체에 문의해 보세요..
    차라리 휴지통 비우기라면,, 복구가 쉬웠을텐데 말입니다..

  • Favicon of http://oiehot.com/blog BlogIcon OIEHOT 2007.02.04 19:14 ADDR 수정/삭제 답글

    포맷만 된 상태라면 거의 다 살릴 수 있을테지만 하드에 뭔가 써지면 좀 애매해집니다. 우선 포맷되었을 때는 하드를 아예 분리시켜 버리시고 FinalData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다시 설치하여 포맷된 하드를 검색해보세요. 삭제된 것중에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은 복원할 수도 있으실 겁니다. ... 복원 전문 업체에 맞기시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전자의 경우도 충분히 쓸만하실 거에요.

    • Favicon of https://genesis.innori.com BlogIcon 얼음구름 2007.02.04 21:50 신고 수정/삭제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는데, 다음 번 같은 실수가 발생한다면 꼭 기억을 되돌려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tellar.pe.kr/tt/ BlogIcon StarLight 2007.02.04 23:02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10년을 작년에 잃어버렸어요 ㅜ.ㅜ;; 하드 뻑나는 바람에; 컴퓨터를 바꿀 때 산 하드는 이상하게 1년 후에 바로 뻑나버리더군요;; 그때마다 가슴이 메어지긴 하지만 이젠 아 그렇구나 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냥 액땜했다고 생각하세요 ^^;;

  • Favicon of http://moon5526.tistory.com BlogIcon 신짱 2007.02.06 09:52 ADDR 수정/삭제 답글

    힘내세요. 저는 아직까지는 자료도 많지 않고 백업을 해두어서....

    • Favicon of https://genesis.innori.com BlogIcon 얼음구름 2007.02.06 15:34 신고 수정/삭제

      CD에 옮겨진 자료들도 기대만큼 오래가지 않습니다. 주의 하세요.

잊을 만하면 다시 생각나는 그 날..

오래간만에 외박을 하고 돌아와서 그런지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허리도 뻐근해서 거실의 발코니쪽 칸막이 창(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을 열고 전기렌지에 은박지를 깔아서 양념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며 TV를 봤다. TV라는 매체와 그다지 친근하지 않은 탓에 내가 보는 TV프로그램은 개그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게임방송' 뿐이다. 이번에 스타리그 결승전이 11월의 어느 날에 펼쳐지는데 그 날짜가 참 아무 의미 없으면서도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날로서 내게 다가왔다.

* * * * * * * *

그 날은 내가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을 쳤던 날이다. 그 해 수능시험을 앞두고 2차례나 병원에 장기입원을 하며 수술을 하여 성적이 왕창 떨어져서 재수를 한다고 책에서 손을 놓고 몇 달을 방황을 하다가, 무슨 아쉬움 탓인지 마지막 한 달도 안남은 시간동안 간신히 책을 보는 둥 마는 둥 몇 글자 보고서 시험을 쳐서 그냥 그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것과는 전혀 무관한 대학과 학과에.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그 때 정말 재수를 했거나, 아프지 않아서 수능을 잘 치뤘다면 아마 지금쯤 나도 최근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교대생 파업전선에 뛰어들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지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왜냐하면 21살까지의 나는 지금 돌이켜 보건데 어떠한 문제의식도 탐구의식도 없이 정해진 루트를 아주 잘 따라가는 모범생 타입이거나 순종형의 그런 타입이었고 지금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형 중 하나였다.

* * * * * * * *

맘에 들지 않았던 대학이었지만,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이성관계라는 것은 학교가 너무 가고 싶어지는 곳으로 만들었다. 고교생 때만 해도 기껏 즐기는 유희라고 해봐야 오락실에서 King of Fighters라는 게임을 하는 것 뿐이었는데도 그것에 너무나 만족해 하던 단세포적인 나는, 나와는 다른 性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가 이토록 흥분되고 즐거운 것이었는지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그런 존재였다. 고2때 이웃의 여고와 5:5 미팅을 하는데 나가자고 애들이 제의했을 때도 단호히 거부하면서 내가 왜 그 애들을 만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순진무구한 애였으니까.

* * * * * * * *

한 여자를 만났다. 소위 말하는 요조숙녀 타입이랄까. 내면은 좀 복잡다양한 그런 사람이었지만,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와 언행은 요조숙녀의 전형이라고 해도 될 법한 그런 여자였다. 자기 관리를 참 잘하는 애였으니.
어느 날 그녀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녀는 내가 너무 답답했던지 '순진빵'이라고 구박을 했다. 아마도 윗단락에 있는 저런 무지한 모습들에게서 오는 답답함이었으리라 여겨진다. 그 애 앞에서는 항상 버벅거리고 어리벙한 모습의 풋내기였던지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버벅거리다가 순간 머릿 속에 번뜩였던 당시 TV에서 광고를 하던 '국찌니빵'이 생각나서 "얼른 커서 국찌니빵이 될께."라고 대답해서 그녀의 어이없는 웃음을 유도하여 제법 위기를 잘 모면(?)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제일 발랑까진 녀석 중 한 명이 된 나에게 다소 어울리지 않았던 소시적 모습이다.

* * * * * * * *

하필 그 해 내가 친 수능과 그녀가 함께 오버랩이 된 까닭은 그 게임방송의 스타리그 결승이 하던 날이 3가지가 모두 같은 날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수능을 친 날은 그녀가 태어난 날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 때의 나는 앞으로 내가 다시 할 수 없을 수준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그녀에게 품고 있었다고 되새겨 본다. 때문에 가장 오랫동안 목을 매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고 되새김질해 본다. 지금은 다른 여인에게 호감을 품고 있지만, 얼굴을 못본지도 몇 년된 그녀가 이즈음만 되면 떠오르는 까닭은 지금의 내가 그 때만큼 열정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없는 더럽고 때묻고 오염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나는 아마 지금도 앞으로도 다시는 그녀에게 했던 것만큼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다시 다른 여인에게 쏟아낼 자신이 없다. 속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여인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나의 머리는 그것을 끊임없이 부인할 것이다. 나 스스로 나의 치부를 감추고 나를 합리화하려는 작업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나를 정화하고 필터링하는 것에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슴'은 안다.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다시는 그런 날들이 올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 슬프다.

Vince Guaraldi Trio - Never, Neverland
[Vince Guaraldi Trio, 1956]

Hedge™, Against All Odds..
  • Favicon of http://skygum.tistory.com BlogIcon 백마탄환자™ 2006.11.05 09:36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처음 시작했던 때만큼 순수하게 사랑을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시간이 지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순수함 보다 다른 것을 목적으로 만나는 일이 잦아지고.

    저는 특정한 때보다는 그 사람이 정말 좋아하던 노래들을 들을 때 기억이 나고 그렇습니다.
    =_= 그래서 노래를 안 듣죠. 들으면 괴롭고 미안하고 막 그르그든요.

  • Favicon of http://junhogun.tistory.com BlogIcon Run 192Km 2006.11.05 18:02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언제쯤이나..아아..안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