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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OOO는 그런 놈입니다."

"인간 OOO는 그런 놈입니다."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OOO는 물론 나 자신이고, 내게 내가 인내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할 때 내가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나는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심리학, 철학 같은 학문 쪽에서는 인간을 매우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나도 거기에 상당 부분 동의를 한다. 하지만 그 특별함도 인간의 감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진다.

극단적으로 성인(聖人)이 나타나서 일가족을 몰살한 살인자의 죄를 사하여 주었다고 해서 평범한 보통 사람들도 그 살인자의 죄를 사해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내가 그 사람의 죄를 사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죄를 사해줄 필요가 없다. 내가 부당하게 어떤 사람들에게 부적절한 대우를 받는다면 나 또한 그들을 그렇게 대하면 된다.

물론 그들과 대화와 타협을 시도한 후의 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선까지 고개를 숙였음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 집단과 의사 소통할 이유가 없다. 대용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이 나를 부당하게 대하는 것은 내가 아니어도 그들은 다른 대용이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내가 제일 역겨워 하는 처세술 중 하나가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잡는다.'이다. 자신들은 그것이 배포가 큰 大人처럼 느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인간 관계를 아주 하찮은 미물로 여겨서 '당신이 있든 없든 내 알 바 아니지만, 내 곁에 있다면 함께 해 주겠다.' 쯤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그 사람을 비난한 적은 아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가 나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의 처세술로 어찌되든지 그것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왜냐면 인간 OOO는 그런 놈이기 때문이다. 나는 聖人도 아니요, 君子도 아니다. 나 또한 감정을 가진 인간이고, 내 감정을 때때로 숨기지 못한다. 싫은 사람을 싫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인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다수 대중이 오른쪽 길로 간다고 나도 오른쪽 길로 갈 필요는 없다. 그럼 나 자신 또한 딱 그 길로 따라간 사람들 만큼 밖에 살아갈 것이다.

"인간 OOO는 그런 놈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의 다른 의미는 '나는 당신과 다릅니다'이다. 어떤 선민의식이나 선택된 자따위의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 아니다. 단지 나와 갈등을 겪는 상대방과 나의 다름을 상대가 인정하지 못할 때 내가 곧잘 쓰는 말인 것이다. '너와 다름'을 속이고 '너와 같음'으로 돌아선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들통날 것이고 그것이 내게는 더 괴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 대답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상당히 내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이 대답을 하는 순간은 나 자신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거기서 더 이상 상대에게 내가 한 말을 되풀이 하고 싶지가 않을 때 이 대답은 칼자루를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대답하면 나 자신에게 정말 솔직해 지는 것 같다.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ncholic Genesis™, Against All Od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