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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 당선

[젊은 날의 반기문과 J.F.K. 사진 : 동아닷컴]

2006년 10월 14일 한국 외교사는 새로운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국제연합(United Nations)은 1950년 6월 27일 북한의 불법적 남침행위를 규탄하며 미국이 주도한 UN군이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파견되기로 결정(사실 그것은 정말 너무나 운명적이었고 극적인 몇 가지 사건이 중첩되면서 발생한 행운이었다.)되었던,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의 한국이 북괴의 남침야욕으로부터 생존하고 존재하여 성장케 한 근원이었던 곳이다. 1차 대전 이후 이상주의자였던 우드로 윌슨의 주창에 의해 설립된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 2차 대전으로 유명무실화되어 새로운 느슨한 결속력의 집단방위체제의 하나로서 설립된 UN은 한국인 모두에게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오늘날의 UN은 태초의 모습만큼이나 불안정하고 무기력한 존재로서 우리에게 비춰진다. 국제연합 설립 당시부터 자유민주진영이 압도적이었던 탓에 미국의 對소련 제재를 합리화하고 자연스런 국제여론의 호응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되었던 UN은 식민제국주의에서 막벗어나 강대국에게 무조건반사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신생독립국들이 자유진영 국가를 압도하고 '제2세계 공산 진영'이라는 공공의적이 공멸하자, UN의 존재에 가장 강력한 후견인이 되었던 미국에게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2차 대전 직후 한때 전 세계 부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미국은 이제 약소국들에 대한 원조에 인색한 구두쇠가 되었고,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대전제 아래 추구하고 있는 '미국적 가치'라는 의미불명의 기치를 내세우는데 있어서 UN의 존재는 이제 발목을 잡는 귀찮은 쥐덫일 뿐이다. 신보수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UN탈퇴 혹은 UN해체론이 제기된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현재의 UN은 힘없고 나약한 멸망을 앞둔 공룡과도 같은 존재다. 후견인이 없는 UN은 강대국들에게는 사사건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귀찮은 존재로, 약소국들에게는 강대국과 선진국들에게 투정이나 해대는 제3자가 보기에는 한없이 시끄럽고 비효율적인 덩치 큰(동시에 무력한) 공룡일 뿐이다. 그러나 UN은 아직 그 역할의 가능성이 충분하고 UN의 변혁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좀 더 실질적이고 유효한 영향력을 회원국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조금은 존재가치가 있는' 공룡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역대 어떤 사무총장보다도 친일적이며 동시에 UN의 무기력함을 가장 뼈저리게 느꼈을 코피 아난의 시대가 저물고, 60년전 한국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던 국제연합의 수장에 놀랍게도 한국인이 선출되어 세월의 무상함과 동시에 전후 60년간 우리 한국이 얼마나 노력하고 성장해왔는가를 세계가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단적으로 스리랑카의 사무총장 후보가 퇴진하면서 한국을 간접 거론하며 "부자 나라의 후보와 경합을 벌이기가 너무 버겁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60년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의 변화한 위상이 이미 증명되고 있음일 것이다. 반기문의 국내정치에서의 어리석고 아둔했던 몇몇 치부를 들춰내기란 제 얼굴에 침뱉기일 것이다. 그는 이제 한국의 정치인이 아니라 세계인의 정치인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수많은 과오를 거울삼아 세계인 앞에 존경받은 새 인물로 거듭나길 고대한다.

P.S. : 최소한 섬나라 왜국의 상임이사국 지위 승격이 5년간은 확실히 막히겠군.


Hedge™, Against All Odds..
  • Favicon of http://lucidpoverty.innori.com BlogIcon 맑은 가난 2006.10.14 20:51 ADDR 수정/삭제 답글

    마지막 부분은 제가 동의하기 힘들군요..
    이미 미국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적극 지지 의사를 표명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총장은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 출신국의 이익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출신국의 입장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이미 유엔 사무총장의 자질에서 실격입니다. 반기문을 이제 "한국인"으로 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는 이제 "UN인"이죠. (일본도 반 장관의 당선에 적극적인 호응을 해주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죠.)

    • Favicon of https://genesis.innori.com BlogIcon 얼음구름 2006.10.14 21:30 신고 수정/삭제

      그렇지가 않지. 나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출신국의 이익(?)을 대변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반기문은 본문에 있듯이 이제 세계인의 정치인으로서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본식민제국주의 시절의 피해국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거부가 한국만의 입장이 아니라 동북아/동남아 각국의 대체적인 여론임을 잠시 망각한 것 같구나.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내가 기대하는 것은 일본의 강한 경제력에 묻혀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일제의 만행과 과거를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추한 면을 세계인에게 알려야 한다. 그것은 한국의 이익이 아니라 아시아인의 이익이며 동시에 세계의 이익이다. 그것이 세계 정치인으로서의 반기문의 역할 중 하나다.

  • 얀웬리 2006.10.14 22:21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시나 마지막말은 동의 하기가 매우 어렵다.
    출신국이나 지역의 이익을 떠나서 수장에 오른 반총장이 정치적인 색깔이 농후한 일본의 만행같은 위험한 발언을 과연 할까?
    그가 그가 UN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일본의 지지는 필수적인 요소이고 차후에 재선을 노린다면 더더욱 그러할 꺼다
    더욱이 UN은 많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쓸데없이 불어난 각종 기구들도 통폐합 해야하고, 가장큰 문제인 분담금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 그 해결의 실마리가 일본에 있는데, 그점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겠지
    이건 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그 시점이 문제지 기정 사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 Favicon of https://genesis.innori.com BlogIcon 얼음구름 2006.10.14 23:59 신고 수정/삭제

      기정사실이기 이전에 이번 사태(?)에서 있었던 국제적 반발 여론을 일본이 무마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일본의 전후처리 과정을 되돌아 보고 좀 더 진정성이 있다고 여겨질만한 전후처리행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출신국이나 지역의 이익을 사무총장이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극히 이론적인 주장이다. 출신국과 지역의 이익을 사무총장이 반영하지 않는다면 사무총장직에 대한 대륙별 배분을 논의하고 지금처럼 대륙순번제를 할 필요가 없다. 대륙별로 순번을 정해서 사무총장을 선출한다는 점 자체가 이미 국제연합에서 사무총장이 국적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이라 여길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