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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듣기

반 년쯤 전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음반을 구매할 때 약간의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은 360장짜리 CD장과 라면상자 2개에 음반들이 가득들어 있지만, 내년에 내가 자취를 시작하면 1500장짜리 2M높이의 슬라이드CD장을 구입해서 예쁘게 정렬해 놓을 계획이다. 음반 구입은 어떤 면에서 취미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온라인구매를 제외한 핫트랙스 한 매장에서만 내가 3년간 구매한 음반이 400만원을 찍었으니 굉장히 호사스런 취미가 되었지만, 변변한 취미 하나없이 독서가 취미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좀 더 낫다.

'음악이 취미'라고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다가도 음반보유량을 이야기하면 흠칫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씩 재밌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음반을 사는 사람들을 반쯤 미친 사람이나 돈이 썩어나는 사람쯤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음반 구매가 사치로운 취미로 취급 받는 것에 대해서 KGB한 병 이상의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내가 그런 대우를 받으면 다소 그 사람이 껄끄럽게 여겨진다. 나는 장래 나의 아내가 될 여자에게 요구하는 하나의 조건이 '음악을 듣고 그것을 즐길 줄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즐기지 않고 사랑할 줄 모른다면 나라는 인간과의 관계에서 거의 절반을 잘려나간 채 친교를 맺을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음반에 대한 구매 행위가 '미친놈'으로 취급 받는 한국의 풍토 속에서는 일종의 '소수자'일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소수자의 권리와 지위를 요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소수자는 스스로 소수자를 선택한 것이지, 그것을 보호해 달라고 사회에 요구할 자격은 없다. 한국에서는 음반 구매가 소수자의 행위이지만, 일본이나 미국으로 넘어가면 소수자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잡소리가 많았지만, 마지막에 하려는 말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나 힘들더라는 이야기다. '음악을 듣고 그것을 즐길 줄 알 것'이라는 이 내재적 조건 하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문이 든다. 적어도 내가 오늘까지 만나온 이성들 중에서는 정말 한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아직은 한국에서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부르주아들의 미친 짓인 듯 하다. 룸에서 양주 1병 과일안주에 봉사아가씨 불러서 놀고 나서 아가씨 데리고 2차 긴밤을 뛰는 걸 즐기던 형님조차도 음악은 CD-R에 구워서 들으니 말이다. 나는 이제 뭐가 미친 짓인지 조금씩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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