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누군가의 죽음 : 어색한 관계, 비극적 결말

오늘 아침 아버지 공장.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하릴없이 고리타분한 국제정치학 관련서적을 펴놓고서 목차를 짜고 있는 이상한 녀석이 있다. 물론 그 재수없는 녀석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다. 요즘 시간이 좀 남아서 새로 글을 하나 쓸까 싶어서 목차를 짜고 있다. 나중에 글쓸 때 좀 더 편하게 쓰기 위해서..

그 곳에서 한 사람의 전화 통화를 듣다가 유난히 익숙한 이름을 듣게 되었다.

"문XX이 아나? 문XX가 어제 죽었다고 하더라. XX병원에 있는데, 자네 가봐야 되지 않겠나? 어, 그래. 그래....(생략)"

'문XX'라는 이름이 유난히 낯이 익다. 그는 내 둘째 이모부'였던' 분이다. 우리 집안에서 친가/외가 포함에서 '4촌 이내'에서는 가장 먼저/가장 크게 성공하셨던 분이셨고 사업을 꽤나 크게 벌이던 분이었다. 그러다가 한 차례 부도를 맞고 야반도주(?)해서 또 다른 사업으로 다시 재기에 성공했으나, IMF때 또다시 부도를 맞고서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기불능 상태로 떨어져 이모와 자식들과 별거 생활을 하다가 이혼하고 혼자 지내던 분이다. 이모는 몇 달 전에 재혼하였고 자제인 이종사촌 형님과 누나는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형님은 동거녀가 있고, 간호사인 누나는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니 대충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전화를 걸고 있던 그 분은 이모부'였던' 분과 그저께 함께 술을 좀 과하게 마시고 헤어졌던 분이었고, 아마도 그 분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본 마지막 지인이었던 듯 했다. 아버지께서도 둘째 이모부였던 분의 동생의 공장을 거래처로 두고 있어서 비교적 껄끄러워진 우리 집안 식구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그 분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 덕택에(?) 지금 우리 집안에서는 몇 안되는 장례식 참가자 중 한 명이 되셨다.


'가장(家長)'이라는 존재는 'GR맞은 꼴통 犬페미니스트들'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지만, 매우 불합리하면서도 비극적인 생득적(生得的) 의무를 진다. 그리고 그 생득적 의무를 자의든 타의든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언제든지 버림 받을 각오를 해야 하며 또 그 버림 받음을 당연시 하는 사회 풍조(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여성계의 경향)에 패배자의 지위에서 말없이 받아 들여야 한다.
사업이 잘될 때는 오만가지 사치와 교만을 떨며 흥청망청한 탓에 10년이나 다른 남매들과 교류를 거부당했던 둘째 이모는 사업이 부도나자 스리슬쩍 이혼을 해버렸고, 괜찮은 벌이를 가진 다른 남자와 재혼해 버렸고, 자식이었던 사촌형님과 누나는 의붓아버지에 너무나 빠르게 적응해 버렸다. 그들에겐 이미 이전 아버지인 문XX의 존재는 완전히 지워져 버린 듯하다. '돈버는 기계'로서 존재의 이유를 사회적으로 부여받음 당한 숫사자는 이빨이 썩고 성기를 거세당하자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뒹굴다가 평소보다 좀 더 많이 마셨던 술과 함께 망각의 그늘 속으로 혼자 걸어갔다.

Hedge™, Against All Od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