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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이지스 [亡國のイ-ジス / Aegis, 2005]



극우니 어쩌니 하는 망국의 이지스(亡國のイ-ジス / Aegis, 2005)을 보게 되었다.
영화 본편의 내용만을 보면 우선 다소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설정에 놀라야 했다. 일본의 이지스함[엄밀히 말해서 이지스 시스템을 장착한 순양함이 되겠지만, 편의상 이지스함이라고 부르기로 한다.]에서 일본 내의 비밀 기관끼리 이지스함을 지키고/부수려는 자들의 대립을 담고 있다. 각자의 입장을 지닌 서로가 도쿄 시민의 생명을 걸고 결투를 벌여 마침내 검은 계략은 분쇄하지만, 조타 장치가 고장난 이지스함을 일본군 행정실장이 사무라이(?)스럽게 자침시켜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도쿄 시민의 생명을 지켜낸다는 스토리다.

[영광스런 대일본제국의 부흥은 못되더라도, 전쟁을 위한 선제공격 의지라도 가진 일본으로 거듭나길 열망하며 '한국인 표용하 소령'의 계획하에 일본의 또다른 이지스함을 향해 하픈 미사일을 발사하는 탈취된 이지스함. 감독과 작가는 그리도 침략과 방어를 위한 선제공격하는 일본이 가지고 싶었는가?]


여기까지만 하면 사실 별 내용이 없는데, 이 일본의 이지스함을 탈취하려는 사람은 한국인 '표용하' 소령이고, 이 표용하 소령이 목적하는 것이 '선제공격 의지를 가진 일본의 '보통 국가'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표용하 소령이 스스로 일본의 자위 의지가 없음에 개탄하다가, 어느 일본 사관생도의 글에 공감하여 의기투합하여 이지스함을 탈취한다는 식의 어이가 싸대기를 치는 내용이다. [김완섭/김승조 급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가정이기에 글 서두에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설정'이라고 명시하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면 일본인들이 한국인 표용하 소령의 검은 계략을 분쇄하여 도쿄 시민을 구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이걸 좀 더 깊게 생각하면 '외국인인 표용하 소령이 일본 안보의 현실에 개탄할 정도인데, 왜 일본인 자신들은 그 부조리함을 깨닫지 못하는가?' 하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영화 본편의 대사 속에서 충분히 추리가 가능하며 영화의 제목인 '망국의 이지스'에서 '망국'은 '망한 나라'이고 망한 나라의 이지스 즉, 세계 최고급의 공격력을 가진 순양함을 가지고 있으되, 마음대로 쓸 수 조차 없이 주일미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터마이트 소이탄(본편에서는 '터미트'라고 하는데, '터마이트'가 맞다.)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아서 속임수를 쓰는 일본 내각의 선택과 총리가 상황 설명에서 가장 먼저 미국측의 의중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보좌관에게 묻는 모습을 보는 일본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될 지는 불보듯 뻔하다.

[일본인들은 영화 속 일본 해상자위대끼리 자국의 자랑인 이지스함을 향해 서로 공격하는 이 장면에서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대중은 쉽게 선동되며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기에 '중우(衆愚)'라고 일컬어진다. 일본의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그들의 갈등의 이유에 대해서생각할 것이다. 영화 속 일본인들은 왜 자국민들끼리 싸워야만 하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다면 결과는 오직 하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 명쾌하며 당연하게 여겨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그 유도당함을 유도당한 줄조차 모른 채 지지하게 된다. 그럼 감독의 의도는 성공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결정적으로 나의 싸대기를 왕복으로 쳐댄 것은 한국인 배우 채민서의 등장이다. 암살자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한 채민서는 극 중 대사없이 격투기와 총질만 한다. 채민서가 왜 나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영화의 성격을 볼 때, 마치 이것이 한국인들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에 동의하는 것처럼 비춰질 소지가 있다. 적어도 '채민서'라고 하는 한국인 여배우는 이 영화의 내용이 담고 있는 '문제제기'에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 충분하다. 그리고 그 채민서는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제3국민들에게 한국인들의 의사를 대표하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되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별 비중 없는 역할이었을 뿐이지만, 그녀의 존재는 감독과 제작자들에게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있는 존재다.

[2차 대전 당시 무적의 전함이라 일컬어진 비스마르크 호가 영국 해군의 24시간에 걸친 집중포화 속에서도 침몰하지 않고 무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침한 것처럼 사무라이 정신에 불타 오르는 일본군 장교가 한국인 장교 무리의 검은 계략을 분쇄하고 국민을 구하기 위해 이지스함을 자침시킨다. 참 일본 국민의 입장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한 내용 아닌가?]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제법 재밌다. 해군력에서 세계에서도 5손가락 안에 꼽히는 일본 해상자위대, 그 중에서도 최고라 할 만한 이지스함을 두고서 펼쳐지는 갈등, 일본에서 자체 제작한 F2전투기가 출격하여 마치 영화 'The Rock'의 마지막 최고조 부분처럼 독가스를 막기 위해 소이탄을 쏘려 하지만, 주인공의 수신호를 일본제 정찰위성이 갑판의 사람까지 식별해 내어 모두를 구한다. 기껏해야 광개토함 정도나 촬영협조 받을 만한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배경이고 무궁화 위성이나 쏘아 올리는 우리에게 정찰위성은 커녕 시청 앞 광장에서 수백명이 서 있어야 겨우 식별하는 수준의 정찰 능력을 가진 우리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갈등 해결 과정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결코 흥미롭지 않다. 자신들의 정치적/군사적 야망을 정당화시키는 과정에서 한국 군인이 일본의 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악역을 한다는 것과 일본 내각은 마치 절대 평화주의자인 마냥 마지막 순간까지 이지스함을 소이탄으로 폭격하지 않고 인내하는 모습. 고이즈미 준이치로와 아베 신조, 아소 다로, 사토 유카리 등의 현재의 정책 노선을 볼 때 가증스러움과 부조리함과 현실왜곡의 극치다. 일본인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왜 아시아는 독일은 되고 일본은 안된다고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백골이 진토될 때까지.

Hedge™, Against All Odds..
  • Favicon of http://junhogun.egloos.com BlogIcon Run 192Km 2006.02.12 03:23 ADDR 수정/삭제 답글

    맥심에서 보니까 찍으면서 고생했다고 하던데;;

  • Favicon of http://www.ziroworld.net BlogIcon Ziro 2006.02.12 20:29 ADDR 수정/삭제 답글

    <지팡구>를 보고 돌아 버릴뻔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일본의 군사적 야망을 가증스러운 문민정서로 포장한 만화나 영화들은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습니다. 혈압올라 쓰러질까봐요.

    • Hedge™ 2006.02.12 22:41 수정/삭제

      제목을 딱 보는 순간에 필이 마구마구 와버렸는데, 검색해서 보니 대충...난리가 났군요. 피해자로서의 일본을 부각시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같네요.

  • Favicon of http://chhwa75.cafe24.com/tts/saeros BlogIcon hwoarang 2006.02.13 16:39 ADDR 수정/삭제 답글

    예전에 공각기동대TV판을 보았는데.. 그속에서는 중국이 전범이 되고 일본이 피해자 모습이 되어있더군요...
    그것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들은 전쟁영웅도 되고 싶고 피전범자도 되고싶은 두가지 상극적인 면도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