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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訪中, 3달만에 다시 열린 北中정상회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무소불위의 독재자 노릇을 하고 있는 北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동북아와 국제 핵확산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시점에 이루어져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1C가 시작된지도 6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2차 대전 시절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대공포 또는 미사일을 맞을까봐 두려워서 열차로 해외방문을 하는 시대착오적 겁쟁이 독재자의 외국방문이 21C의 인류에게 충분히 흥미거리를 줄만도 하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의 2005년 10월 초대에 응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 간 정상회담이 그러하듯이 정상간의 상호 방문에 대해서는 1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의 간격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상회담은 대체적으로 실무진들이 사전에 외교 교섭의 세부사항을 거의 대부분 조율을 마친 상태에서 국가 정상끼리 만나서 문서에 서명만 하면 끝나는 수준의 외교적 절차만 밟으면 되도록 만들어진 후에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北中 간의 갈등 내용이 어느 일방의 전폭적인 양보가 없이는 결코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김정일의 訪中은 북한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안고 있음을 시인하는 꼴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무엇인지는 이미 동북아 국제정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6자 회담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북한
6자 회담은 현재 급격한 냉각 분위기다. 현재 상황을 직접적으로 만든 국가는 북한이지만, 북한이 그런 분위기로 유도한 것은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 또한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고, 그들의 조치[방코델타 아시아은행의 미국은행과 거래금지, 북핵 관련 8개 해외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 등]는 상식적으로 합당한 조치였기 때문에 이란 핵위기가 준동하는 이 시점에서 그것을 거둬들이고 북한에게 특혜를 베풀어 1차 제네바 핵협정 때처럼 선례를 남길 하등의 이유도 없다. 게다가 연대책임의 의미를 지니는 6자 회담의 틀을 깨고 북한이 그토록 갈망하던 양자 회담의 형식을 가질 이유도 없다. 양자 회담은 미국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의미할 뿐이며 회담 당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적 약자인 북한에 더욱 다양한 루트로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또한 기본적으로 이러한 국제회담 석상을 벗어날 수가 없는 입장일 것이다. 김정일의 訪中 직전에 북한 방송은 강력한 反美의 메시지를 날렸지만, 결국 북한을 현재의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것은 미국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평화적 외교의 최고레벨이라 할 수 잇는 정상회담따위를 가질 만한 외교적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일은 중국의 입을 빌려서 그들의 메시지와 희망사항을 중국의 협력과 양보를 더해서 미국에 전달하고자 함에 있을 것이다. 더욱이 철저히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고립을 자초한) 북한에게 중국마저 등을 돌린다면 문자 그대로 고립무원 속에서 외침에 의한 멸망 또는 자멸 속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대화루트는 꾸준히 열어두어 北中우호의 대내외적 재확인[특히 북한 내부에 극도로 고조되어 있을 긴장 상태에 대한 완화조치로서 김정일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는 '그래도 아직 우리에겐 혈맹 중국이 남아 있다'라는 것은 군부에게 재확인시켜 주는 일일 것이다.]이 내부적으로도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중국 또한 현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조치이자 6자 회담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한 희망 사항일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제재조치는 효과적으로 북한에 먹히고 있다.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 지도력 문제 등은 이미 한 두 해된 일이 아니다. 식량난과 김정일의 권력장악력에 의심을 가지고 북한 체제의 붕괴를 예상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면 이미 8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되는 식량난과 민족의 원수 김일성이 사망하는 시점 부근에서 체제가 붕괴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은 살아 남았고 식량난 속에서도 체제가 붕괴되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중국이 우호세력으로 존재헀했을 경우의 이야기였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김정일 왕조는 내버려 두면 생존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2차 북핵위기에서의 북한은 그 행보가 다르다. 잠시였지만(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 시기) 불가침 조약과 자신들의 핵능력을 맞바꾸려고도 했을 정도로 現부시 행정부의 대북 조치의 확장성에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북한이 외부적 압력에 의한 체제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음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최근 방코델타 아시아은행과 8개 기업 봉쇄 등의 조치 등의 최근에 시행된 일련의 대북 제제에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의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미국은행과의 거래금지 조치에 대한 집착은, 그 동안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서 활용한 자금의 주요 동력이 수퍼노트[초정밀 위조지폐]에 있었음이 명명백백하게 추측케 하는 핵심적 의혹거리라 할 수 있다. 1차 핵위기와 정황 면에서 크게 변한 것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제한적 조치만으로도 북한이 심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최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란 핵위기도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란의 핵동결 해제와 전세계를 상대로 한 무력도발 행위는 세계 각국민으로 하여금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협케 하는 핵무장의 수평적/수직적 확산과 그에 따르는 공포를 자각케 하고 있으며 이란의 이러한 도발적 행위의 배경에 북한의 불법적 핵개발에 대한 미국과 주변국들의 미온적 조치가 원인(遠因)으로써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예상을 가능케 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 핵위기에 대해서 러시아가 등을 돌린 것도 치명적이다.
이처럼 악화되는 국제 여론과 각국 정부의 반전반핵(反戰反核) 분위기와 미국의 6자 회담 이탈 조짐[미국 내의 강경파의 득세로도 파악할 수 있다.]은 북한과 중국을 극도로 긴장케 하고 있으며 2005년 10월 정상회담에서 공개되지 않은 비밀협상[공개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20억 달러 장기원조(경제투자의 형식을 띄고 있음)에 대한 합의만 노출되어 있을 뿐이지만, 그러한 논의는 이미 실무진 차원에서 얘기가 이미 끝난, 명목상의 정상회담 결과물로서 명분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조형물에 불과하다.]만으로는 현 시국을 타개할 수 없기에 北中간의 의견조정과 새로운 전략구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즉, 현재의 국제정세는 북한과 중국이 좀 더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국이라는 것이다.


[2005년 10월 訪北당시의 한중 정상회담. 김정일 왕조의 존속을 위해서는 더이상 양보할 것이 거의 없는 폭군과 중국의 전통적인 전략의 테두리에서 북한의 체제 존속이 필요한 후진타오의 대화에서 나올 이야기는 '무상 원조의 규모에 대한 논의'와 북한의 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지 혹은 내 편이 되어줄 수 없다면 엄정중립을 요구할 뿐이다. 기본적으로 김정일이 제시할 수 있는 협상카드는 극히 제한적이며 어느 국가에도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며 그에겐 그럴 능력도 없다.]



- 북한의 선택은 협상 뿐, 하지만 협상 방법의 문제
김정일이 정말 폭군의 딱지를 벗지 않고서 현재의 자신이 왕가(王家)를 이루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유지하길 희망한다면 그가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대화 뿐이다. 지금은 미국이 북한을 무력침공할 여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며, 이미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가 북한에 대한 군사행위 조치 직전까지 갔었고 클린턴은 그야말로 전쟁일보직전까지 갔었다. 당시 40대의 젊은 김정일은 그 공포를 몸으로 느꼈고 뼛 속 깊이 새겨 놓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김정일의 머릿 속에서는 남한 중심의 민주적 통일에 대한 가정이 없다. 한반도 전역을 자신의 왕국화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는 어떠한 민주적 역량도 허용치 않는 전제군주이며 철저한 통제사회가 아니면 권력 기반을 유지할 수도 없는 무자비한 독재자다. 그런 독재자인 김정일이 살아 남는 길은 독재정권이라도 자국의 정책에 부응하면 용인하는 부도덕한 세계경찰국가이자 수퍼파워인 미국과 타협하는 길 뿐이다.

하지만 김정일이 희망하는 타협은 지금의 부시 행정부가 요구하는 방식의 일방적인 타협이 아니다. 김정일이 희망하는 것은 빌 클린턴 시기의 로버트 갈루치가 대박으로 멍청한 짓을 했던 그 때 그 시절 수준 또는 그것을 상회하는 수준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타협을 희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받을 것은 모두 받되, 내게는 만약을 위한 여운을 남겨 둔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Give & Take를 모르는 그의 외교방식이었고 그 유명한 '벼랑끝 외교'[Negotiating on the Edge, 김정일식 외교를 지칭하는 외교용어로서 1차 북핵위기 때 새로 생겼다.]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부시는 폭군을 신뢰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 먼저 행동을 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김정일은 어서 부시 행정부의 시대가 끝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폭군 김정일은 탈냉전 이후, 전례없이 강경해진 美의 對北정책에 심한 히스테릭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것을 3개월 간 2차례의 北中정상회담이라는 모양새로 자신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국제 사회의 각국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라크와 아이티 공화국처럼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서 자국의 정권이 전복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이 가진 단 하나 뿐인 무기인 핵을 손쉽게 넘겨줄 수도 없다. 핵마저 상실한다면 자신은 그저 아프리카의 貧國의 정부 수반들처럼 국제 사회와 기구들이 원조하는 구호품에 의존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지원을 호소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지미 카터, 로버트 갈루치, 브루스 커밍스 등이 그토록 강조하는 북한의 자존심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다.

김정일로서는 핵은 결코 넘겨줄 수 없다. 그리고 정권도 무너뜨릴 생각이 없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과 관계 개선은 필요하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先核포기 없이는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고 주장한다. 대화의 포기는 곧 해상봉쇄와 같은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북제재 조치의 발효와 군사적 긴장감 고조 내지는 군사행동을 초래할 것이다. 김정일로서는 그것도 경험하기 싫은 상황이다.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그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은 중국의 바짓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일 뿐인 것이다.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ncholic Genesis™, Against All Od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