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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국자/달고나(?)


연탄을 연상하면 보통 사람들은 옛날의 가난했던 시절이나, 불우이웃(?)이라 통칭되는 사람들 내지는 일산화탄소 등... 여튼 암울하고 왠지 우울한 것들을 연상시킨다.

나는 연탄불을 보면 '소다' 내지는 '국자'라고 불렀던 것이 생각난다. 스테인레스 재질의 국자에 설탕을 적당량 올려 놓고서 연탄불처럼 연한 불(?)에 설탕을 녹여서 소다를 붓고 저어 주면 연한 주황색의 묘하게 맛있는 '무언가'가 된다.

'그것'의 영양분이나 유해성은 알 수 없지만, 어릴 적의 나는 이 불 위에서 그걸 정말 많이 해먹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 가는 길에 있는 아주 허름한 'XX상회'에서 한 번 먹을 때마다 20원인가 30원을 줬었다.

어릴 적에는 우리 집안이 좀 많이 빈곤했던 편이어서 학교 가는 길도 요즘 말로 하면 슬럼가 쯤으로 불릴 만한 외진 동네였다. '수퍼'라고 간판을 올린 곳은 좀 좋은 곳(?)으로 여겼고, '상회'라고 붙은 곳은 대체로 그렇게 허름한 곳들이 많았다. 학교 가는 길거리의 시멘트가 덧발라진 회색빛 담벼락에는 여지없이 컬러 스프레이로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비속어'들과 'XX ♡ XX' 식의 유치찬란한 낙서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한때 당시 중학생이던 여동생이랑 집에서 가스레인지 불에 이걸 해먹었다가 하루종일 집안에서 단내가 빠지지 않아서 머리가 띵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1학년 여후배들과 함께 운동장 옆 벤치에서 여행용 부탄가스렌지에 이걸 해서 나눠먹은 적이 있다. 가장 어린 애는 19살인 애와 함께 이걸 먹으면서 맛있다고 히히덕거리며 좋아했었지만, 이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가난했던 시절의 그늘'은 때때로 사람을 악에 받치게 만들어 천민 자본주의의 열렬한 광신도로 만든다.
「90년대 초중반에 한창 유행했던 당시 돈으로 30만원이 넘었던 노티카(NAUTICA)라는 브랜드의 잠바가 생각나네. 정말 입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절대 그걸 입을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다. 요즘은 그 정도 옷은 부모님께 허락만 받으면 그냥 내가 가서 '손쉽게' 사올 수도 있는데, 그 때는 그 옷을 입은 애들이 너무 부러웠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을 부러워했었고, 지금은 그런 것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지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차이가 있다.」


뭐.. 결국은 나도 연탄을 '가난'이라는 코드와 연결시키는군.

요즘도 그 때 내가 그 때 살았던 그 동네를 내 지프(그 시절의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상징적 존재처럼 여겨져서 강조해 봤다.)를 타고 한바퀴 돌아 본다. 산 아래의 경사진 동네에서 소형 승용차로 다니려면 오르막길에서 좀 힘이 버거울 만큼 주거지로서는 급경사인 곳이여서 지프를 타고 돌아다니면 돌쇠처럼[.....] 힘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의 내 주거지에서 차로 30분쯤 시내 도로를 달리면 도착하는 동네이다. 그 동네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는 대로변을 자주 다녀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어가 보게 된다. (자동차의 정비소가 그 동네를 지나가야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개발이 다 이루어져서 [오히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굳이 따지자면 더 시외로 나와야 된다.] 과거의 그런 엉성한 모습은 거의 없지만, 그 동네에서 15년(현재의 터전으로 이사온지 5년이 되었으니, 사실상 삶의 대부분이다.) 가까이 자라온 내게 그 길을 차 속에서 지나가는 것조차도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다.


하여튼 '가난'은 싫다. 가난을 아름답다/안빈낙도를 칭송하는 것은 지금은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여유일 뿐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마 그 가난을 즐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가난했던 그 시절을 추억으로 아름답게(?) 되새김질하면서도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번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ncholic Genesis™,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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