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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의 시작 [피터팬 증후군]

지난 주 수요일에 이미 1과목이 종강을 했고, 어제 2과목이 종강을 했으며 오늘 또다시 2과목이 종강을 한다. ['한다'라고 한 것은 아직 한 과목의 수업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종강이 즐거운 순간이었다. 한 학기 동안 성실히 배웠다는 만족감과 방학이 시작한다는 심리적인 즐거움이 그러한 기분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방학에 특별히 유쾌한 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학이 주는 만족감이라는 것은 어린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올해는 종강이 시작된다는 것이 무척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내 삶에서 마지막 겨울방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4학년 2학기를 겨울방학이라고 말하는 이는 없으니까.. [말하면 그가 바보다.]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한다. 성인이면서 성인이 되길 거부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 또는 그와 유사한 심리적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언제까지나 배우는 자의 신분으로 남을 것만 같았지만, 이제는 적어도 학생으로서의 배우는 자의 신분에서는 벗어날 날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다.

원래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불안정한 미래에 나와 집안의 운명을 걸기보다 안정적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의 제안에 자족하여 배움의 길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니 특별히 할 말은 없지만, 내게 예정된 길이 배움을 멈추는 길이 아니길 기원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배움이 멈추는/그릇된 배움을 택한 자들의 모습이 얼마나 광기 어린 것인가에 대한 지금의 혐오가 나 스스로에게 뒤집어 씌워져 나 자신이 그런 모습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더불어 드디어 처음으로 내게 부여될 사회인으로서의 여러 가지 책무에 잘 적응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어찌할 수가 없다.


흔히들 인간은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사고 아래, '닥치면 뭐든 할 수 있게 된다'쯤으로 편하게 생각한다. 나는 일의 대부분을 내가 준비된 것에 대해서만 행동하고자 노력했고, 또 그렇게 해온 편이다. 내가 준비되지 못한 것에 직면했을 때 내가 얼마나 버벅거리고, 어리숙하게 구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나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미숙한 것에는 애초에 발을 디디지 않는 것이 나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미숙하고 능숙하고를 떠나서 무조건 내년 이 맘때가 되면 내게 그러한 책임과 의무가 자동적으로 부여된다. 조만간 결혼도 하여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나는 내 아버지께서 걸어온 길처럼 험난한 여정은 되풀이하지 않게 되겠지만, 그조차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현대 젊은이들의 나약한 본성이 아닌가.

두려운 것을 두렵다고 얘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ncholic Genesis™,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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