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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아포칼립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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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히메와 본 영화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었지만, 멜 깁슨의 제작영화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의 극적인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었기에 이상한 로맨스 영화를 보자는 주히메의 요구를 뿌리치고 아포칼립토를 보았다. (난 원래 왠만한 여자들의 요구는 거절하지 못한다.)

아포칼립토는 그리스어로 '새 출발'이라고 한다. 아포칼립스(Apocalypse)의 스페인어 혹은 포르투갈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리스어라고 한다. 괜히 있어보이기 위해 주로 쓰이는 언어가 그리스어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이 여전히 숭배되어져야 하는 존재인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아포칼립토는 하나의 생존 드라마다. 야생에 가까운 사회에서 처절하리만큼 도망치며 절규하는 주인공의 생존을 위한 본능적 몸부림은 삶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느끼게 한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숲에 대한 절대적 존중감과 인간의 교만에 대한 짧지만 강렬했던 경계는 멜 깁슨 특유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영화 전체는 사실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도주와 그 주인공이 죽인 자기 아들의 복수를 위해 추격하는 아버지의 죽기 직전까지 이뤄지는 추격전은 그저 추격전이 벌어지는 다른 액션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배경이 정글 속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약간은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꽤 괜찮은 액션영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특이한 원시적 언어가 그냥 날림인 줄 알았는데, 마야제국의 언어라고 한다. 고대 마야 제국은 너무 일찍 야만적인 서구제국주의자들에게 점령 당해서 그 문화가 처절하리만큼 파괴당했는데, 그 언어와 정신적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은 의구심이 든다. 실제 영화 속에서 보이는 문화도 북미 대륙의 인디언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런 부족 문화와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여전히 고증에 대해서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아포칼립토는 멜 깁슨의 말처럼 액션영화다. 그런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말자.

영화가 전반적으로 너무 잔인했고 피가 심하게 튀었다. 주히메가 얼굴을 찡그렸던 낭자하게 퍼지는 피와 참수된 수급이 재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모습, 목없는 시체가 널린 장면(이 장면은 마치 영화 '에너미라인스'를 연상케 했다. 같은 추격 영화인 에너미라인스의 그 장면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은 내가 보기에도 적잖게 거북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표범발'의 부족마을의 문화 수준과 정복자 집단의 문화 수준이 너무 극명하게 차이가 나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베틀을 짜고 돌벽에 돌가루로 도색을 하며, 돌계단에 하늘을 향해 크게 치솟은 재단 위에서 극도의 사치를 누리는 마야인들의 생활상은 두 집단이 같은 땅에서 도보로 며칠 사이의 거리에 있는 문화집단이라고 느끼게 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볼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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