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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 수퍼파이트

임요환 자신은 부정하고 있겠지만, 사실상 임의 은퇴경기라고 할 수 있는 '수퍼파이트'를 봤다. 아마도 임요환은 최종전에서 모든 경기에 승리해서 화려하고 영웅적인 자신의 은퇴무대를 맞이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스타일만 왕창 구겼다가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사실 워낙에 호언장담을 쏟아냈던 터여서 이겨도 본전 지면 스타일 구기는 그런 핀치로 스스로를 약간 몰아붙인 감이 있다.

이제는 정말 단물쓴물 다 빨아먹고 "아직도 스타크래프를 해?"라는 말을 곧잘 듣는 수준의 오래된 게임이지만, 누적된 경기들과 제법 체계가 잡힌 시스템으로 인해서 시장이 무너지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길바닥에 나앉을 정도로 판이 커져 버렸다. 그리고 그 판을 만드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 임요환이라고 지목한다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하나의 조류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의 은퇴경기라면 그 정도의 호들갑은 능히 있을 만한 일이고 이해할 만한 수준의 것이다.

하지만 홍진호는 0:3으로 깨지고 자신과 경기하는 임요환의 은퇴경기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염려한 것일까? 임요환 자신의 말처럼 다진 경기를 '라그나로크'로 살아났다고 할만큼 압도적으로 불리한 맵을 스스로 경기맵으로 선택하는 서비스(?)를 했고 마치 정해진 각본처럼 2:2로 경기가 전개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5경기에서 Hydralisk로 3개의 벙커를 부수고 밀고 들어가는 타이밍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좀 했다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홍진호의 필승 혹은 근소한 승리를 점칠만큼 임요환에게 절체절명의 위기였고 홍진호의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게이머는 전투가 벌어졌을 때 본능적으로 상대의 공세와 자신의 수세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갸늠할 수 있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엇갈리는 주먹 속에서 자신이 이길 것인가 질 것인가를 거의 100이면 90이상은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다. 그 상황은 틀림없이 홍진호의 승리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혹시 홍진호가 불안할 수도 있다고 하다고 할지라도 그 타이밍에 그가 드론 보충이 아닌 저글링 6마리(드론3개와 동일) 정도만 추가했더라도 일전에서 필승 분위기였고 후속으로 추가되는 소수의 저글링 혹은 Hydralisk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홍진호는 거기서 기꺼이(?)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한 화면에 모두 들어온 두 선수의 병력은 또한 번 홍진호가 극적인 경기를 위해 기꺼이 '주먹을 거둬들였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는 그 곳에서 한 화면에 둘의 병력을 시청자가 비교케 함으로서 자신이 진정한 승자임을 無言으로 증명하려고 했던 것인가? 물론 결코 그럴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아니면 정말 그가 그 상황에서 좀 더 안전한 승리를 위해서 한 발 물러선 것이었다면 아예 그 상황에서 무리하게 병력을 잃을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마재윤의 독기 어린 공격이 펼쳐진 직전 매치와는 다르게 그것이 의도되지 않았던 경기였다 할지라도 임요환이 가지는 상징성과 제1회 수퍼파이트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뒷맛이 썩 깔끔하지 않았던 마지막 경기였다.


어쨌거나 스타크래프트라고 하는 사실상 유일한 e-Sports 종목의 중요한 기둥 하나가 잠시 전력에서 이탈했다. 내년에 공군이 상무팀 비슷하게 e스포츠 게임단을 만든다고 하니 금방 다시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그럼 군대에 가서 게임연습을 하는건가? 문희준 등의 연애사병은 양반이네.), 많은 빠순이들을 몰고 다니던 그의 빈자리가 꽤나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별 일도 아닌 일에 질질 짜대는 빠순이들이 너무너무 싫지만, 빠순이들의 개념없는 소비 행태가 그 분야의 산업을 키우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무작정 빠순이 척결을 주장할 수도 없다고 본다. 한국음반시장에서도 빠순이 대상 음악들만 그나마 좀 팔리는 편이니.)

여튼.. 전형적인 PC방 폐인 같던 풋내기 시절 때부터 봐왔는데 오랜 기간동안 정말 수고혔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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