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약간은 답답했을 한국시리즈

[최고령 투수 송진우와 최고령 타자가 되어가는 양준혁. 둘 다 내년에도 선수로 볼 것이 확실하겠지. 안영명의 표정이 정말 감당하기 힘들군.]


'약간은 답답했을 한국시리즈'라는 제목은 사실 양팀 타자들의 키플레이어들이 짊어져야 할 멍에일 것이다.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정말 양팀 타자들의 무기력함 혹은 부진은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였으니, 승패의 현장에 있는 감독과 코치진의 복장 터지는 심정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번 한국 시리즈에서 최악의 활약을 펼친 양팀의 핵심 선수들은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한수(1할도 못쳤다. 정말 할 말이 없다.)와 '절반의 한국인' 제이 데이비스(0.120 그나마 홈런으로 타점을 날리긴 했지만, 오늘 마지막 순간까지 삼진의 멍에를 쓴 것은 데이비스였다.), 젊은 거포 김태균, 주장 양준혁, 이제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심정수 등의 극심한 부진은 양팀의 공수의 맥을 끊어 놓았다. 부진에 빠졌던 타자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사실 장기적인 플랜을 짜야 하는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포스트 시즌이라는 단기전에서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고조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집중력 고조는 투수들이 타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규시즌보다 체력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단기간에 쏟아내기 때문에 좀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만큼 빠르게 기력이 떨어져 버리는 편이다. 덕분에 대부분의 포스트 시즌은 투수전이 되기 쉽상이고 적은 득점으로 승부가 결정지어지기 된다. 그리고 이런 경기들에는 '혈투'라는 공격적인 수식어가 붙는다.

[켄 그리피 주니어(Ken Griffey Jr.)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제이 데이비스의 부채살 스윙. 하지만 그 스윙도 공을 칠 수 있을 때만 빛이 날 수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 기간동안 누구보다 가장 자신이 답답했을 선수는 1할도 못친 김한수도, 돈만 처먹고 있는 심정수도 아닌 팀의 해결사가 되어야 했던 제이 데이비스였을 것이다. Photo : 데일리안 스포츠]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는 그것이 좀 도를 넘어선 것 같다. 양팀의 주포들은 그야말로 물먹은 상냥개피처럼 전혀 불타지 않았고 어쩌다가 잘맞은 타구도 여지없이 호수비에 걸리며 그들의 분발의지를 꺾어 버렸다. 경기매너나 인격적으로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진 용병 제이 데이비스가 삼진을 당하고서 방망이를 내동댕이쳐버리는 모습이 그들의 답답함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나는 투수전을 좋아한다. '투수는 하나이면서 전부'이고 '전부이면서 하나'이기 때문이다. 투수는 마운드에서 오직 혼자서 타자와 상대해야 한다. 그 순간에는 오직 혼자서 9명의 타자와 그 어떤 스포츠 경기보다도 지독한 두뇌싸움으로 상대해야 하는 고독한 존재다. 하지만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투수는 8명의 야수들과 함께 하나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되어 움직였던 경기에서 패배하게 되면 그 패배의 멍에는 오로지 투수만이 뒤집어 쓴다. 승이 많은 투수는 모든 팀들이 원하는 그런 선수가 되지만, 패가 많은 투수는 그야말로 쓸모 없는 퇴물이 된다. 그것이 야구의 기묘한 묘미다.

[사우나에 가면 수건으로 꼭 몸을 이렇게 닦는 사람이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묘해지는 그런 방법이다. 쓸데없이 일본의 그 원시적 스포츠인 스모 선수들의 기저귀가 생각나게 한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패인을 송진우의 부재와 용병의 부진으로 꼽는다. 글쎄..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한화의 패인은 선수들 개개인의 집중력에서 삼성보다 간발의 차이로 부족했을 뿐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삼성 라이온즈를 부를 때 붙이는 수식어인 '돈성'이라는 이름의 원인은 삼성이 돈을 찍어바른 타자들이었다. 그러나 그 타자'들'이라는 사례에서도 심정수, 박진만을 제외하고 나면 FA영입파 중에서 과연 삼성이 돈성이라고 불릴만큼 외부영입이 언밸런스하다고 할만큼의 선수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나머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삼성이 키우고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다. 양준혁, 김한수, 박한이, 배영수, 권오준, 권혁, 오승환 등의 삼성의 주요전력들은 모두 삼성 팜에서 크거나 트레이드로 데려와서 키운 선수들이다.

그러나 그 중 가장 많은 돈을 먹이는 심정수는 존재감 자체가 없었고 프랜차이즈 스타들인 양준혁/김한수 등은 많은 돈을 받고 있지만 엄연히 삼성의 프랜차이즈다. 주요 대타요원인 김대익도 트레이드로 왔고 조동찬은 원래 삼성 소속으로서 선동렬 감독의 작품이다. 결국 삼성에게 쏟아지는 돈성이라는 악평의 원천인 돈을 찍어바른 타선에서 정말 FA선수로 돈을 처발라서 제 값을 한 것은 MVP를 받은 박진만 뿐이다. 삼성이 돈으로 우승을 산다는 이미지는 심정수와 박진만 단 두 명의 선수에 의해서 포장된 것이다.

한화에서 송진우가 있다면 삼성에는 심정수가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심정수는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었고 송진우도 부상으로 나가떨어졌다. 팀의 주력 하나가 빈 것은 양팀 모두 같은 조건이었다. 페넌트레이스 2위팀에게 선수단의 질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독행위일 것이다. 한화는 충분히 우승가시권의 팀이었다. 양팀 주포들의 부진도 결국 집중력의 문제였다. 다만 거기서 삼성 타자들이 좀 더 나았을 뿐이다. 우완불펜/좌완불펜에 대한 논쟁(김인식 감독은 불펜진에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본다. 전체투수력과 타력의 백중세(시즌 성적이 증명하지 않는가.)에서 단기전의 승부를 가르는 홈런에서 훨씬 우위에 있었던 한화 타자들이 삼성 타자들보다 좀 더 무기력했다. 단지 그 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현대와의 경기로 인해 체력적으로 불리했다는 점이었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Photo : 삼성라이온즈 공식 홈페이지]


삼성은 분명 야구단에 많은 돈을 쓴다. 어떤 구단보다도 선수단에 대한 연봉 지급이 후한 편이고 삼성의 높은 총액 연봉은 삼성이 보유한 프랜차이즈 선수들과 아직 FA가 많이 남은 선수들(트레이드 이외에 외부에서 영입 자체가 불가능한 삼성의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는 선수들)에게도 연봉을 후하게 쓴다는 점에서 돈성이라는 포장된 이미지를 공고화 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이 야구단에 돈을 쓴 것은 예전에도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우승을 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전에도 한 번 언급했었지만, 결국 김응룡/선동렬 감독의 용병술이 기존의 백인천/우용득/서정환/김용희 감독들보다 우수하거나 삼성 선수단의 능력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음을 뜻한다. 같은 구단에서 같은 수준의 지원으로 우승을 할 수 있고없음을 판가름하는 것은 결국 감독의 선수단 구성과 선수를 보는 안목과 장악 능력이다. 그리고 우승을 한 김응룡/선동렬 감독은 다른 감독들보다 적어도 삼성이라는 팀 안에서는 그러한 능력들이 더 뛰어났음을 증명했다.

[나의 학창시절 마지막 야구 시즌이 끝났다.]


내년에도 삼성 선동렬 감독은 FA영입 계획이 없음을 천명했다. 한국 FA시스템의 특성상 FA영입보다 지금처럼 트레이드와 팜 육성 만으로도 주요 전력을 키우기에 충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개인적으로 아주 옳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다만 선동렬 감독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투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투수력을 너무 중시하고 타력을 홀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기는 야구로서 투수력의 중요성은 명백하지만, 삼성은 전통적으로 타력의 팀이었다. 그 동안은 지역 출신의 우수한 타자들의 발굴과 육성이 많았지만, 요즘 들어 지역의 유망주 타자를 찾기가 힘들다. 삼성의 팬들은 삼성의 승리만큼이나 양준혁-이승엽 계보를 이을 새로운 지역 출신의 강타자를 원한다. 그리고 그러한 후보의 발굴이 삼성 '라이거즈'라는 요상한 이름을 떨쳐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Hedge™, Against All Odd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