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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러가서 한눈을 팔다.


오늘(이미 어제인가.) Egg Music社 소속 밴드들이 펼치는 일종의 쇼케이스 비슷한 클럽공연에 다녀왔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전형적인 창고형 지하클럽인 '헤비'는 그 협소함과 연계된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구 지역에서 11년 이상을 이어오면서 적잖게 굵직한 지하세계의 락/힙합 공연을 소화해낸 나름대로 전통이 있는 흥미로운 클럽이다. 오늘 공연은 온전히 The Mun의 무대가 보고 싶어서 찾아 갔었다. 예전에 앨범을 샀었는데 공연도 보고 간 김에 사인이나 받아 놓으려고 CD도 스포츠 가방에 챙겨 넣었다.

클럽에 가면 3가지 부류가 있다. 첫번째는 요란한 복장을 한 자칭 클러버/타칭 죽돌이죽순이.(자기들끼리는 무척 좋아하지만, 외부인들이 보기엔 그저 미친놈들일 뿐이다.) 두번째는 클럽 공연에 처음 와보는 병아리.(너무나 순진무구한 얼굴로 클럽 구석에 서 있거나 한가운데에 틴에이지 음악을 듣듯이 자리깔고 앉아 있으면 그 생경함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때때로 황당하기까지 하다.) 세번째로 오늘의 나처럼 혼자 공연 자체만을 즐기려고 모자 푹 눌러쓰고 매우 꾸지리하게 해서 나오는 독고다이들.(자기 자신은 진정한 음악 애호가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고시촌 폐인들쯤으로 보일 뿐이다. 그나마 행색이 그 쪽보다는 낫다.)

오늘의 공연에서는 죽돌이죽순이들보다는 병아리들이 무척 많았고(특히 '어린 아가씨'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나처럼 독고다이들이 대여섯명 보였다. 그 좁아터진 창고에 어림잡아 1백명 안팎이 빽빽하게 들어찬 걸 보니, 오늘 공연의 맴버들이 나름대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나 보다. 설마 입장료를 내면 맥주 2병을 준다는 얘기에 일부러 그 곳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

사실 공연 내용을 이야기해야 마땅하지만, 난 오늘 공연장에서 살짝 한눈을 팔았다. 어떤 한눈이냐면 한창 공연을 보다가 우연히 내 옆에 다가온 '어느 어린 아가씨'에게 내 정신을 팔아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22살 이하였는데, 약간 조숙하고 예쁘장한 타입이었다. 내가 그녀의 존재를 느끼게 된 것은 Hi, Mr.Memory 공연에서 보컬리스트가 클럽에 처음 와보시는 분 손들어 보라고 했는데, 그녀가 내 옆에서 손을 들어서 보다가 필이 딱 꽂혀 버렸다. (ㅋㅋ.. Hi, Mr.Memory 공연에서는 밴드가 관중들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해서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공연에 처음 왔다는 말에 최대한 능숙하게(?) 그녀의 주변을 파악해서 그녀가 독고다이로 왔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헌팅을 해보려고 자리를 적절한 위치에 나를 배치하고 공연을 보는 척하면서 슬금슬금 접근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 -;; (엄청나게 허무했다.)


슬슬 3번째 밴드이자 로컬 밴드였던 '포장마차'(아직 Full-Length가 안나온 밴드인데도 음악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Explosions in the Sky의 연주에 보컬을 입힌 느낌이랄까?)의 공연이 끝나고 사실상의 메인이벤트인 The Mun의 공연이 준비되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나의 자리를 무대가 잘 보이는 곳으로 재배치하고 섰는데, 내 눈 앞에서 또다시 어느 이름 모를 여체(女體)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어린 아가씨(라기보다는 나중에 보니 거의 '소녀'였다.)는 옆 모습만으로 나를 녹여 버렸다. 오호..

재빨리 눈을 굴려서 그녀(아직은 소녀인 줄 몰랐다.)의 주변을 내 머릿 속의 스카우터(?)로 체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난관이 한둘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살펴보니 그녀는 일행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행들도 모두 여자였지만, 역시 그녀는 나를 한눈에 홀릴 정도의 군계일학!!

초반에 그녀에게 인사하고 공연장을 떠나는 여자 2명이 너무 어려 보여서 순간 미성년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했지만, 왕년에 휴학생일 때 중3짜리를 공연장에서 만나서 키워서 고2때 잡아먹은(? 정확히 말해서 얘가 고1때 날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걸 내가 말렸었다.) 전력도 있는 내가 아닌가. 꿋꿋이 상황을 파악했지만, 그녀 옆에 딱 붙어 있는 또다른 친구가 엄청난 걸림돌이었다. 안면몰수하고 옆의 여자를 외면하고 말을 걸어볼까 싶었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성공해본 역사도 없었고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주변의 풍문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꿋꿋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역시 그녀의 친구는 끝날 때까지 떨어지지 않을 기세다. 순간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어떻게 그녀와 접선해 볼까. 그 때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이 그녀가 매고 있는 토드백에 내 휴대폰을 슬쩍 넣어서 나중에 폰을 잃어버렸다고 연락해 볼까 하는 아주 얄팍한 술수까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꾼처럼 보여질 것만 같았다.(나는 꾼처럼 수완이 좋지도 못하지 않은가.) 그러다가 우연히 그 시끄러운 클럽의 사운드 속에서 비교적 또렷하게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녀의 바로 뒤에 거의 딱 붙어 있었음에도 목소리는 그 때 처음들었는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잘봐줘서 20살이거나 대학 입학 예정자 정도였다. 그걸 화장기로 한꺼풀 가린 정도랄까.

이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결정타가 들어왔는데, 그녀의 친구들이 우르르 그녀 주위로 몰려든 것이다. 이건 뭐.. 중학생 틱한 외모를 가진 애도 와서 서로 간다고 빠이빠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최대한 양보해서 대입 예정자였다. (그녀들의 대화 내용을 좀 더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면 확실했을텐데, 공연장이 너무 시끄러웠다.) 이 때에 와서야 나는 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 어린 애들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내 임자는 남도의 섬 아닌 섬에 있다.'


피식.. (완전 핑계야. 한눈 팔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곁눈질할 녀석일꺼야. 난.. ㅋㅋ..)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2명의 어린 아가씨 때문에 공연의 절반쯤은 눈치 살피다가 보낸 것 같다. 갓땜..
나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말이야. 이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남자에게 여자 얘기를 빼면 뭐가 남겠어. -_)y-.o0

그래도 오늘 그 애들 2명 때문에 공연 외적으로 아주 즐겁고 흥미진진했다. 솔직히 첫번째 애는 그냥 좀 노는 애 같았는데, 두번째 애는 정말 착실해 보였어. (남자든 여자든 이미지로 먹고 사는 애들이 있으니까.. 나도 이미지의 덕을 많이 봤지. 언제 한 번 나의 이미지로 덕본 이야기도 풀어내 볼까.)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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