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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즐겁지 않은 졸업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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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이상의 시간들은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 보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망각의 저편에 묻힌 기억들을 굳이 꺼내려하기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시간들의 범위 안에서 내가 살았던 시공간 속에서 함께 했던 것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긴 시간을 보내왔다고 여겨진다.

혹자는 너무나 한가로운 망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요즘처럼 무미건조하고 피폐한 국가경제 분위기 속에서 이와 같은 추상적 가치에 대한 막연한 회고와 반성은 어쩌면 현생인류가 살아오면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그 가치를 업신여기고 하찮은 낭만따위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회고와 반성에 대해서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이야기가 맞을런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나의 모험적 도전 계획을 매우 현실적으로 수정하여 내 능력이 뒷받침되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의 범위 안에서 나의 진로를 비교적 정교하게 교정하였고, 그 상황을 내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골똘하는 상대적으로 일정 부분 안정적인 시간들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나의 입지만큼 무작정 만고땡의 입지는 아니다. 일일이 내가 반박하고 변명하려들지 않을 뿐이다.)

지난 시간 내가 돌이켜봤던 내 짧은 삶 속에서 내가 잊고 싶지 않았던(때문에 끊임없이 되새김질을 하며 그 사람들과 함께한 순간들을 기억했던) 사람들과 최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짧은 기쁨 뒤에 숙명적으로 찾아온 커다란 쓰라림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비겁함을 보였고, 어떤 사람은 그 참을 수 없는 편안함이 그리워져서 지난 날의 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며 다시 잃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참으로 놀랍고도 신비롭게도 나는 그 사람들과의 재회를 일종의 예지몽을 통해서 미리 알 수 있었다. 예지몽이란 진정 존재하는 것인가?)

졸업을 앞두고서 이러한 마음의 여유와 값진 재회의 순간들을 경험한 것은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르는 神이라는 절대자적 존재가 미천한 내게 하사한 작지만 거대한 선물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선물에 깊이 감사하며 그 선물을 고이고이 간직하고 잃어버리지 않고자 혼신의 힘을 다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나간 시간들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당신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그 기회를 헛되이 허비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내가 1년 이상의 시간동안 내 삶을 되돌아 보며 깨달은 작지만 큰 내 삶의 소박한 의미다.


이런 소중한 삶의 작은 가치를 깨닫게 하는데 지대한 기여를 한 졸업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전혀 유쾌하지가 않다. 때문에 최근 계속 밤잠을 다소 설치고 있다. 학생이라는 신분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과 '제3의 삶'을 살아가기에 내가 진정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나의 새 발걸음을 위한 첫걸음을 망설이게 한다. 어차피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확정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식에 가기 위해서 새 정장을 사고 새 안경을 맞추는 나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면서 아직 나의 회고와 반성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미완의 한 조각은 내가 그토록 증오하던 '정치외교학과라는 학과 안에서의 나'에 대한 반성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한다.

물론 나는 그러한 나 자신의 미완의 깨달음을 결단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난 8년을 한 번도 내 선택에 후회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서 아쉬움은 있었으나 후회는 없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좀 더 긍정적인 측면을 찾기 위해 그 곳에서 나왔고, 그 미완의 부분에 대한 굶주림은 그 안(의 분위기)에서는 결코 쌓을 수 없는 '독자적인 나'에 대한 벽돌을 어느 정도 쌓아올렸다는데에서 채워 나갔다. 새삼스레 그것에 후회할 이유도 없고 되돌아 봐야할 까닭도 없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지금의 나를 거부하는 것이며 지금의 나를 거부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내 삶이 통째로 오류투성이임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내 선택이 틀렸을 리가 없음은 확신에 가까운 결과물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고, 나 자신 또한 현재의 나의 내면 세계에 대해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이라는 순간이 기분이 나쁜 것은 그 '아쉬움'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로서 내게 인식되고 있음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내 신념을 꺾고 타협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내가 나로서 존재케 하는 힘이며 나를 두려움에 멈추지 않게 하는 역동성이다. 지금 내게 되돌아온 소중한 것들에 대한 보살핌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배가 부르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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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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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대학을 졸업을 하게 되었다. 내가 활동했던 학회의 총회에 참석했는데 후배들이 편지가 담긴 가방을 전해 주었다. 고맙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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