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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의 사망과 전두환

[전두환,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 블로그가 12시간 이상 서버다운되어 있던 시간동안에 한국현대정치사에서 가장 많은 오욕의 시간을 살았던 사람 중 한 명인 최규하 前대통령이 사망했다. 사실 대통령으로서 한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그가 가장 많은 국민들의 동정을 받고 아쉬워하게 된 것은 그가 한국사에서 거의 유일한 외교전문관료 출신 대통령이라는 매력적인 사실(?) 이외에도 오늘날까지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주제파악조차 안되어 29만원 밖에 가진게 없다는 두발장애자 대머리 각하가 전면에 부각된 신군부 쿠데타에 의해서 권력의 변방으로 쫓겨나 마지막 순간까지 야인(野人)으로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규하가 어떤 인물이고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다루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미 망자(忘者)를 추모하기 위한 충분한 작업과 약간의 미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최규하의 사망 자체를 흔적으로 남기기 위함과 동시에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전두환 때문이다.

사실 전두환과 최규하는 철천지 원수일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다. 그들의 그러한 관계는 26년간 계속됐고, 26년이 지난 한국은 26년 전의 그 한국과는 적어도 서방의 역사대로라면 100~150년은 될법한 역사가 흘러야 가능할 법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야말로 격동의 50년에서 가장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던 '핵심 배우'들 중 2명이 그들이다. 악역과 선역(정확히 말해서 엑스트라에 가까운)의 주요 배우들 당사자들이었던 그들이 서로에게 가진 감정선은 그들 자신들만이 알 것이다. 진실로 그들 스스로만이 안다.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평소엔 원수 같았던 사람도 죽었다고 하면 후련한 기분과 함께 뭔가 모를 아쉬움과 허전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미움과 근심의 덩어리조차도 내 안에 있는 나의 하나인 것이다.

전두환은 정말 최규하의 죽음이 안타까웠을까? 어쩌면 최규하가 살아 있을 때는 그저 근심의 근원이고 서로 만나기 껄끄러운 그런 불편한 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확실하다. 하지만 최규하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역설적으로 그도 자신의 죽음이 조금씩 임박해옴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근심의 근원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자 만족감과 함께 찾아온 허전함이 그로 하여금 국민들이 그를 어떻게 바라볼지 명명백백한 최규하 장례식에 부조를 하기 위해 나올 용기가 생긴 것일까. 그도 아니면 그저 근심덩어리가 사라진 것에 대한 만족감으로 TV방송용을 위해서 괜히 가서 한 번 슬픈 듯 인상을 그려주는 립서비스(?)를 한 것인가?

최규하와 전두환의 26년간의 관계처럼 오직 당사자인 전두환 자신만 안다. (어쨌거나 추징금 좀 내기 바란다. 대머리 각하.)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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