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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6세는 위엄있게 죽음을 맞았다.

- 루이 16세 위엄있게 죽음 맞았다 [관련기사 보기]
우리가 흔히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 중에서는 사실을 허구로 묘사한 것도 있고, 허구를 사실처럼 묘사한 것도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에 대한 철없는 동경과 낭만은 그리스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국가의 모습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테네가 아테네의 민주시민들보다 배이상 많은 노예들의 가혹한 노동 위에 쌓인 모래성이라는 사실과 아테네의 여성은 성적 노리개 내지는 상품의 일종으로 취급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아테네의 정치철학이 오늘날의 정치철학에까지 미친 막대한 영향력에 대한 후세 사람들의 동경과 오마쥬가 뒤섞여 상상 속의 모습이 진실처럼 왜곡되어 버린 것이다.

로마 네로 황제의 로마 대화재 이벤트(?)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는 로마史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왠만큼 다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불타는 로마를 배경으로 네로황제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는 것은 세계인이 공히 알고 있는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바이올린이 네로의 시절보다 1000년도 더 넘는 시간이 지난 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것은 네로 황제의 폭정에 대한 후대인들의 증오와 분노가 그에 대한 바른 평가를 거부하고 그에 대한 악마적 이미지를 확대/재생산 해내는 과정에서 일그러진 역사의 진실인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바이올린이 그 당시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니 갑자기 네로가 연주하던 악기가 '리라'라고 하는 고전 악기로 바뀌어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네로 황제에 대한 악마적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 않은 후대인들이 저지르는 일종의 증오범죄인 것이다. 하지만 진실의 역사에서 네로황제가 로마 대화재 당시에 그가 사랑하는 로마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진화작업에 나섰다는 것을 인정하기란 그를 증오하는 많은 후대인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백제 의자왕도 네로와 비슷한 경우다. 의자왕 침실의 섹스파트너(?) 역할을 수행한 3천 궁녀가 백제의 마지막날 뛰어내렸다는 낙화암(이 또한 백제 멸망의 날을 비극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허구 속의 역사다. 평범한 궁녀의 가치는 어느 왕조가 들어서든지 별로 변하지 않는다.)은 오늘날 부여 여행의 필수 방문코스다. 이를 통해서 사실에 별로 관심이 없는 많은 일반 대중들은 의자왕의 방탕함이 저지른 비극(?)을 곱씹으며 우리들 머릿 속에 고정되어 있는 망국의 왕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생산해 낸다.
하지만 의자왕이 '해동성자'라 불리며 친히 신라 대야성을 점령하고 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사위 품석과 딸을 주살한 영웅적인 국왕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부각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것들이 부각되면 될수록 백제의 마지막 왕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의심을 품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제의 제대로된 역사서가 없는 현실에서 나/당 연합군에게 무너질 당시의 백제와 의자왕의 이미지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전혀 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단지 압도적인 군사력의 차이에 기인한 역사를 삼국사기의 저자인 신라진골 김부식이 마음대로 왜곡했을 가능성이 짙다.

루이 16세의 죽음에 대한 편지와 관련된 기사는 어떤 점에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루이 16세의 치적과 죽음에 대한 이미지가 후대 프랑스 민중들이 만든 허구일 수도 있음을 의심케 할만 하다. 프랑스혁명 이후의 왕정복고 세력과 혁명 세력의 충돌 과정에서 단순히 왕정복고 세력을 '기득권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아닌 '국왕에 충성한 신하들'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은 표현으로 묘사한다면 왕정복고 세력과 루이 16세의 실제 모습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평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루이 16세는 역사의 패배자다. 패배했기 때문에 그의 실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를 꺾고 승리한 자들은 자신들의 반역(?)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기존 정권 지도층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마구 쏟아낸다. 마치 지금의 노무현 정권이 기존 정권들이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그들 특유의 투쟁지향적 성향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서 등장한 기득권 세력을 비난할수록 자신의 집권 이유가 정당성을 가진다. 아주 단순한 논리이지만, 이 한가지 행위만으로 많은 대중들은 진실에서 영영 멀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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