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에피소드


['15 VS 1'이라는 설정이 매우 마음에 든다. 결국 세상은 혼자서 싸운다.]

친구집에 있던 컴퓨터 덕분에 XT컴퓨터부터 컴퓨터를 접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내게 컴퓨터가 생긴 것은 1998년 12월 27일에 내 삶의 첫 컴퓨터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당시 인기 그래픽 카드였던 부두(Voodoo)2 애드온 카드를 구입하면 함께 주던 3D번들 게임으로 PC용 게임을 시작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해본 것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이다.


스타크래프트와 관련해서 나름의 에피소드가 2가지 있다.

Episode 1. : 1998년 12월 31일, 수능도 마치고 대학도 특차로 합격해서 IMF시국에서 오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군대나 빨리 가자는 심산으로(다녀 오면 모든 것이 끝나 있다는 식의 심리였던 듯..) 한가하기 짝이 없던 나는 울산 사촌형님 집으로 놀러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저녁을 먹자마자 형님은 내게 "PC방에 놀러 가자"라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PC방이 직장인들이나 이런저런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곳인 줄 알았다. 당시 PC방의 외벽에는 대부분 '워드/출력/그래픽 작업' 등의 사무업무와 관련된 글귀가 꼭 새겨져 있었고, 한 번도 PC방에 가본 적이 없는 나는 PC방에 가면 와이셔츠 입은 안경 낀 남자들이 주욱- 앉아서 열심히 업무를 보는 곳인 줄 알고 있었다. [이 얼마나 순진하던 시절인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이렇게 순수했었다.]
게다가 아직 고딩이었던 탓에 지금과는 달리, 또래보다 현저히 적은 용돈(고2때 월 15000원, 고3때 월3만원을 받았다.)을 받았던 탓에 당시 1시간에 1500원씩 하던 PC방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여튼.. 여차저차- PC방에 갔다.

그 곳은 정말 놀라운(!) 곳이었다. 그 때 갔던 PC방은 30대의 PC가 있는 작은 곳이었는데, 30대 중에서 27대는 '스타크래프트'라고 하는 난생 처음 보는 게임을 하고 있었고, 2대는 '삼국지'를 하고 있었고, 1명은 구석탱이에 처박혀서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고 있었다.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던 사람은 남자였다.] 한마디로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꼬마가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랄까.
[난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까지 산타를 믿었다. -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성탄절 이브에 봤던 뉴스를 통해서였다. ㅠ_ㅠ 뉴스가 내 동심을 무너뜨렸어-!!]

그 때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처음에 프로토스(이름이 멋있잖아. 질럿이 My Life For Aiur!! For Adun!!하면서 손가락으로 그냥 존나게 찔러대는 갑빠도 멋있고..)로 게임을 했는데, 처음에 나오는 프로브 4개랑 시작할 때 주는 50미네랄로 프로브 1개를 더 뽑고 5개의 프로브로 가스도 짓고 게이트웨이 짓고 드라군 꼬물꼬물 뽑고 있는데, 갑자기 형님의 프로토스 드라군 유닛이 개떼처럼 몰려왔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던 나는 형에게 내가 쉴새없이 자원을 모으고 유닛을 뽑았는데 형은 왜이리 유닛이 많냐고 물었더니, 형이 내 게임화면[프로브가 5개 밖에 없는 화면]을 보고 어이없어 했다.
전략 시뮬레이션 쪽으로 꽤 감각이 있었던 나(스스로 이렇게 말하지 부끄럽군.)는 형에게 10분쯤 새로 '교육'을 받았고, 이후 형과 함께 하는 팀플레이에서 초보치고는 꽤나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게임으로 어떻게 쥐어박지도 못할 초보 사촌동생(나) 데리고 하루 고생할 것을 우려했던 형님을 흐뭇(?)하게 했다.

그렇게 난생 처음 갔던 PC방은 다음날 아침해가 뜰 때가 되어서야 큰아버지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에 스타크래프트를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Episode 2. : 남자의 적은 여자다. 다소 어이가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남녀 관계란 그런 것 같다. 잘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동반자이자 조력자이며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만, 곁을 떠나면 삶에 있어 가장 큰 짐이자 적이 된다.
1999년의 봄은 그랬다. 너무 순진빵[2000년에 만난 여자애가 나를 이렇게 불렀다. 그래서 나는 얼른 커서 '국찌니빵'(당시 김국진이 광고하던 빵 이름.)이 되겠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이었던 나는 미숙함으로 인해서 대학와서 만난 나보다 2살 많은 동기생인 내 삶의 첫 여인에게 뻥-하고 차였다.

너무나 슬펐던 나는 학교도 안가고[어쩌다 보니, 그 애랑 21학점짜리 시간표가 완전히 똑같았다.], 교문 밖을 멍하게 싸돌아 다니며 방황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갔던 PC방에서 다시 스타크래프트를 만났다. 친구들 불러서 같이 1:1연습을 하다가 배틀넷에서 밤을 지새기 시작하였고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1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꽤나 고수 소리를 듣는 게이머가 되어 있었다. 당시엔 개폐인질을 하면 누구나 고수가 될 수 있는 시절이었다. 심할 때는 4박 5일이나 학교를 빠지면서 PC방을 전전하던 시기였으니까.. 그 때는 어딜가도 고수 소리를 들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 없는 치기(稚氣)에 불과하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그 애 생각이 나지 않았다. 너무 순진빵이었던 나는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이성관계와 거기에서 비롯된 실연이라는 것에 어찌할 줄을 몰랐던 것 같다. 요즘의 나를 생각하면 정말 웃긴 일이다. 어쩌면 그 때 심하게 방황했던 탓(?)에 서둘러 내 안에서 순진함을 지워 버리고 '세상의 찌든 때'를 열심히 받아 들였나 보다.

지금의 나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는 속물이다. 그리고 그 속물됨을 자랑스럽고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한 눈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고 난 후, 삶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게 되었다. 아름답고 순수하게 사랑하는 법을 잊어 버렸다.


Hedge™, Against All Odds..

스타크래프트 에피소드


['15 VS 1'이라는 설정이 매우 마음에 든다. 결국 세상은 혼자서 싸운다.]

친구집에 있던 컴퓨터 덕분에 XT컴퓨터부터 컴퓨터를 접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내게 컴퓨터가 생긴 것은 1998년 12월 27일에 내 삶의 첫 컴퓨터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당시 인기 그래픽 카드였던 부두(Voodoo)2 애드온 카드를 구입하면 함께 주던 3D번들 게임으로 PC용 게임을 시작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해본 것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이다.


스타크래프트와 관련해서 나름의 에피소드가 2가지 있다.

Episode 1. : 1998년 12월 31일, 수능도 마치고 대학도 특차로 합격해서 IMF시국에서 오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군대나 빨리 가자는 심산으로(다녀 오면 모든 것이 끝나 있다는 식의 심리였던 듯..) 한가하기 짝이 없던 나는 울산 사촌형님 집으로 놀러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저녁을 먹자마자 형님은 내게 "PC방에 놀러 가자"라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PC방이 직장인들이나 이런저런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곳인 줄 알았다. 당시 PC방의 외벽에는 대부분 '워드/출력/그래픽 작업' 등의 사무업무와 관련된 글귀가 꼭 새겨져 있었고, 한 번도 PC방에 가본 적이 없는 나는 PC방에 가면 와이셔츠 입은 안경 낀 남자들이 주욱- 앉아서 열심히 업무를 보는 곳인 줄 알고 있었다. [이 얼마나 순진하던 시절인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이렇게 순수했었다.]
게다가 아직 고딩이었던 탓에 지금과는 달리, 또래보다 현저히 적은 용돈(고2때 월 15000원, 고3때 월3만원을 받았다.)을 받았던 탓에 당시 1시간에 1500원씩 하던 PC방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여튼.. 여차저차- PC방에 갔다.

그 곳은 정말 놀라운(!) 곳이었다. 그 때 갔던 PC방은 30대의 PC가 있는 작은 곳이었는데, 30대 중에서 27대는 '스타크래프트'라고 하는 난생 처음 보는 게임을 하고 있었고, 2대는 '삼국지'를 하고 있었고, 1명은 구석탱이에 처박혀서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고 있었다.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던 사람은 남자였다.] 한마디로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꼬마가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랄까.
[난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까지 산타를 믿었다. -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성탄절 이브에 봤던 뉴스를 통해서였다. ㅠ_ㅠ 뉴스가 내 동심을 무너뜨렸어-!!]

그 때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처음에 프로토스(이름이 멋있잖아. 질럿이 My Life For Aiur!! For Adun!!하면서 손가락으로 그냥 존나게 찔러대는 갑빠도 멋있고..)로 게임을 했는데, 처음에 나오는 프로브 4개랑 시작할 때 주는 50미네랄로 프로브 1개를 더 뽑고 5개의 프로브로 가스도 짓고 게이트웨이 짓고 드라군 꼬물꼬물 뽑고 있는데, 갑자기 형님의 프로토스 드라군 유닛이 개떼처럼 몰려왔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던 나는 형에게 내가 쉴새없이 자원을 모으고 유닛을 뽑았는데 형은 왜이리 유닛이 많냐고 물었더니, 형이 내 게임화면[프로브가 5개 밖에 없는 화면]을 보고 어이없어 했다.
전략 시뮬레이션 쪽으로 꽤 감각이 있었던 나(스스로 이렇게 말하지 부끄럽군.)는 형에게 10분쯤 새로 '교육'을 받았고, 이후 형과 함께 하는 팀플레이에서 초보치고는 꽤나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게임으로 어떻게 쥐어박지도 못할 초보 사촌동생(나) 데리고 하루 고생할 것을 우려했던 형님을 흐뭇(?)하게 했다.

그렇게 난생 처음 갔던 PC방은 다음날 아침해가 뜰 때가 되어서야 큰아버지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에 스타크래프트를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Episode 2. : 남자의 적은 여자다. 다소 어이가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남녀 관계란 그런 것 같다. 잘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동반자이자 조력자이며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만, 곁을 떠나면 삶에 있어 가장 큰 짐이자 적이 된다.
1999년의 봄은 그랬다. 너무 순진빵[2000년에 만난 여자애가 나를 이렇게 불렀다. 그래서 나는 얼른 커서 '국찌니빵'(당시 김국진이 광고하던 빵 이름.)이 되겠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이었던 나는 미숙함으로 인해서 대학와서 만난 나보다 2살 많은 동기생인 내 삶의 첫 여인에게 뻥-하고 차였다.

너무나 슬펐던 나는 학교도 안가고[어쩌다 보니, 그 애랑 21학점짜리 시간표가 완전히 똑같았다.], 교문 밖을 멍하게 싸돌아 다니며 방황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갔던 PC방에서 다시 스타크래프트를 만났다. 친구들 불러서 같이 1:1연습을 하다가 배틀넷에서 밤을 지새기 시작하였고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1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꽤나 고수 소리를 듣는 게이머가 되어 있었다. 당시엔 개폐인질을 하면 누구나 고수가 될 수 있는 시절이었다. 심할 때는 4박 5일이나 학교를 빠지면서 PC방을 전전하던 시기였으니까.. 그 때는 어딜가도 고수 소리를 들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 없는 치기(稚氣)에 불과하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그 애 생각이 나지 않았다. 너무 순진빵이었던 나는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이성관계와 거기에서 비롯된 실연이라는 것에 어찌할 줄을 몰랐던 것 같다. 요즘의 나를 생각하면 정말 웃긴 일이다. 어쩌면 그 때 심하게 방황했던 탓(?)에 서둘러 내 안에서 순진함을 지워 버리고 '세상의 찌든 때'를 열심히 받아 들였나 보다.

지금의 나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는 속물이다. 그리고 그 속물됨을 자랑스럽고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한 눈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고 난 후, 삶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게 되었다. 아름답고 순수하게 사랑하는 법을 잊어 버렸다.


Hedge™, Against All Odd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