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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을 둘러싼 당청 대립이 묘하게 흥미롭네.

산책하기. 좋아?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 간의 대립이 묘하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의 논리를 언제나 Give & Take로 파악한다. 따라서 노무현의 "사학법을 넘겨 주고 '다른 무언가'을 받겠다"는 생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이러한 기조로 찌질거릴 생각이니 사학법 결사수호투쟁이라는 기치로 살아가는 분들은 그냥 떠나시는게 속편할 듯하다.

오늘 연합뉴스의 기사 중에 참 재밌는 기사가 있었다. 노태우는 전두환을 밟고 지나갔고, 김영삼은 노태우를, 김대중은 김영삼을 '밟고 지나갔다'라는 기사였다. 하지만 영남지역 출신으로서 뚜렷한 지지기반이 부족했던 노무현에게 김대중의 지지 기반(나는 지금도 호남지역의 90~99%에 가까운 몰표에 반감이 크다. 거의 100%투표에 100%찬성이라고 선전하는 북괴 수준이 아닌가? 지역감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영남 지역도 아무리 높아봐야 65~70% 수준이다.)인 호남지역의 표심이 필요했기에 김대중의 비리의혹을 비교적 무난히 넘어갔다는 식의 기사였다. - 사실 이 정도 '딜(Deal)'은 정치판에서 얼마든지 있는 흔한 케이스가 아닌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다. 완전무결한 투명한 정치란 권력의 속성상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다음 내용이 뭐였냐면 노무현의 사학법 양보 제스쳐를 열린우리당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청 간의 거리두기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였다. 정동영, 김근태, 강금실[개인적으로 강금실과 오세훈의 서울시장 선거에 정말 불만이 많다. 정책은 없고 인물만 있는 자칭 저격수 나불거리다가 자기가 저격당한(?) 홍준표의 말을 빌리자면 '학급반장선거'다.] 등의 여당의 유력주자들이 反노무현으로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열린당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반발 기류가 아주 턱없는 옹고집이라고 비난하기는 뭣하다고 본다. 운동권 시절 기질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아직도 투쟁으로 얻어내려고만 하지, 양보하여 주고받는 현실감각이 너무 부족한 철부지 양반들이라는 '거부감'은 여전하지만, 워낙 열린당 꼬라지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한때 '4대개헌'이라고까지 치켜 세우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들 중 하나인 사학법을 양보하려니 물이 세기 시작한 '열린당호'가 완전히 침몰해버릴 것만 같아 두려울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도 있을 수 있는 가정이다. - 결론은 한나라당이 배째라로 튕긴 노력(?)의 과실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주고받기는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 동안 너무나 일방적으로 쌍방이 '수성'으로만 일관해 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 쪽은 너무 생각없이 맹공을 퍼부었고, 한 쪽은 배째라 방어만 했다. '손자병법'의 한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어젯밤에 봤던 오늘자 경향신문의 만평이 생각난다.

[출처 : 당연히 '경향신문 만평']

딱 이 분위기. 박근혜는 아무 짓도 안해서 뭐가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는데, 한 쪽에서는 목줄이 오락가락하는 분위기. 결국 배째라고 버티며 양보하지 않아도 열린우리당이 손해, 지금와서 양보를 한다고 해도 한껏 이슈화되어버린 상황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손해일 수 밖에 없다. '공개된 외교'가 타협의 여지를 더욱 좁히고 어렵게 하듯이 공개된 정책협상도 타협의 여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Hedge™, Against All Odds..

노대통령 "여당이 양보하며 국정책임져야"

- 노대통령 "여당이 양보하며 국정책임져야"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서 여당의 양보를 요청하며 타협의 길을 모색하라는 언질을 내린 듯 하다. 어떤 형식의 양보이며 어떤 형식의 타협을 언질내린 것인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 열린당의 저돌적 성향의 비타협적 의원들의 입장을 보면 '개방형 이사제'에 대한 양보를 지적한 듯 하다. (물론 이에 대해서 아직도 운동권 시절의 버릇을 못고치고 이 땅이 아직 붉은 띠 두르고 투쟁이 필요다가 믿는 그 치들은 펄쩍뛰고 있다.)

최근 노무현의 조금씩이나마 변화해 가는 모습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과거의 '맞지요? 정치'에서 3년간 최고 정책결정자 지위에 앉아 있으면서 집권 후기, 뒤늦게마나 현실정치가 운동권 시절의 그런 투쟁적이고 비타협적인 폭력투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한 듯하다. 노무현의 집권 초기 대놓고 反美/親中 외교을 벌이던 철없던 모습과 오늘날의 對美외교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 가는 행보의 변화는 국가적으로 볼 때, 지나치게 먼 미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바라 보다가 눈 앞에 펼쳐진(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그르치는 철부지 모습에서 거의 탈피한 느낌이다. 정말 고무적이다.

특히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서 노무현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점은 그가 이제 '협상과 타협의 룰'을 깨달아 간다는 인상이다. 이 세상은 내 멋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는 싫어하기 마련이다. 내가 그 상대방의 협력이 필요하다면 그들의 협력을 유도해낼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도 관련 협상이 협상 자체로도 이미 한국이 밑지는 장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조용한 외교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갈등이 생기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이 필요하며 협상에는 타결이 나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학법에서 갈등이 생겼으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당근을 제시해야 하고 상대가 그 당근을 받아 먹고 떨어지던지, 당근이 마음에 안들면 상대가 새로운 당근을 제시하던지 한다. 그게 협상의 기본이며 우리 모두가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협상의 룰'이다.

아직도 아둔하기 짝이 없는 운동권 피를 못빼낸 열린당 일부 의원들이 토씨하나 바꿀 수 없다고 버티는 모양인데, 옹고집만 피우면 대치 기간만 길어지고 정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양자가 타격을 입는다.(물론 강자로서 정국을 주도해야할 의무가 있는 정권 획득자가 더 큰 타격을 입는다.) 적어도 그들 무지몽매한 의원들보다는 '더 현명해진 노무현'은 협상의 룰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길 요청했으며 그로 인해 사건의 칼자루를 야당에게 넘기려 하고 있다.

새로운 고기를 받으면 고기를 받은 사람은 고기를 받아 먹던지, 아니면 고기를 새롭게 요리해서 되돌려 주던지 해야 한다. 맛있는 고기(양보된 타협안)를 받았는데, 그걸 무작정 거부하고 배째라고 버티면 지금의 '김정일 북한괴뢰정부' 같은 꼴을 면하기 어렵다. 타협안에 야당이 응수를 하던지 수용을 하던지 양당 간의 결정이 내려지면 피드백이 몇 번 오가는 사이에 사학법 개혁안은 최초의 그 과격한 모습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한 형태의 법안으로 도출되어 통과한다.

이것은 법안 발의가 매우 활발한 미국 의회에서 매우 흔히 있는 현상이다. 최초의 상정된 법안이 원문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고쳐지고 고쳐져서 사실상 전혀 다른 모습이더라도 법안을 통과시킨다. 그렇게 되면 다음 번의 법안 개정 요구에서는 법안 개정의 베이스가 되는 구(舊)법이 그 수정된 타협안에서 기초하게 된다. 그럼 다음번 상정될 법안은 구법보다 더 레벨이 높아진 법안이 상정된다.

그런 식으로 사회가 서서히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충격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해 가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말레이시아의 'IMF구제금융거부'가 IMF 구제금융으로 빠르게 치명적인 경제위기는 벗어났지만, 그 후폭풍에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에게 주는 교훈을 되뇌일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무조건 '빨리빨리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지만,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들은 느리지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확실한 변화를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IMF구제금융으로 국부를 다 팔아 먹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주는 '빠르게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버릇'이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가를 되새겨야 한다.

사학법? 사학이 X같다고 한 번에 사학을 조져버릴 수 있는가? 그들은 엄연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들을 적성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그들을 죽이려고만 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러한 움직임에 얌전히 목을 베어가라고 기다리지 않는다. '중우(衆愚)'라 불리는 국민들의 지지만 등에 업으면 만사OK라는 단세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신들과 우리 국민은 당신들의 Think Tank인 정책연구자들처럼 현명하지 않다. 국민은 결과에 대해서 비난만 쏟아내지, 책임을 지지 않는(또 책임질 수도 없는) '이기적인 정치 참여자'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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