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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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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본 영화. 아마 아래 글에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 속 세계(당시 시에라리온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초반부의 글은 1년 전에 내가 내 블로그에서 작성하려다가 그 난해함으로 인해 중도 포기했던 민간군수산업(소위 '용병산업')에 대한 내 사적으로 작성된 미완의 글에서 내용을 발췌하여 활용하였다. (공개한 적도 없으니 '재'활용은 아니구나.)


국방 분야는 전통적으로 국가의 전유물이었다. 전통적이었다기보다는 전제 왕권의 시절부터 자경단 등의 지엽적인 독자방위세력 등의 분야를 제외하면 상당한 수준 이상 국가의 전유물로서 인식되어 왔었고, 19C 이후에는 사실상 국가가 국방 분야를 독점해 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러한 국가의 국방 분야에 대한 독점적 지위는 국방 분야의 총책임자(국가원수)의 인품과 성향에 따라서 때로는 제1차/제2차 세계 대전과 같은 국제적 규모의 대전쟁을 펼치기도 하였고, 크리미아 전쟁 같은 지역적인 이권전쟁을 펼치기도 하였으며 만주국 같은 친위괴뢰정부를 수립하는데 악용(일본으로서는 유용)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국방 분야는 적어도 근대 사회에 들어와서부터는 국민들에게 국가의 공권력을 유지케 하는 최후 방어선으로서 인식되어지기 시작하였고, 자국의 군대가 국가와 자신들(국민들)을 대표한다는 인식에 대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심정적 동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이해의 근간에서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튼은 아래와 같은 정의를 내린 바 있다.

"무릇 사회는 군사적 안보의 향상을 위해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는 데 직접적이고 지속적이며 전반적인 이해관계를 갖는다. 모든 직업이 어느 정도는 국가에 의해 규제되기는 하지만, 군이 하는 일은 국가가 독점한다." - 새뮤얼 헌팅튼 (Samuel Huntington)

이처럼 군사안보 분야는 20C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기와 신냉전기를 거치며 대중들의 뇌리 속에 철저히 국가의 독점적 소유물이라고 여겨져 왔다. 어리석은 일반 대중들도, 현장을 뛰고 있는 군인들도, 저명한 정치학자들조차도 어느 누구도 이 점에 대해서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20C의 군과 국방 분야는 철저한 공공성의 분야였으며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존의 국가와 군(軍)의 관계, 국제 사회에서 공인된 최강의 공권력인 군(軍)에 대한 보편적 인식은 1989년 조지 'Herbert' 부시와 미하엘 고르바쵸프의 '몰타선언' 이후 국제사회에서 대립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 변화를 요구받게 되었다. 물론 그 핵심에는 군이 더 이상 국가의 독점적 지배관계에 존속하지 않게 되었음이 존재한다. 이것은 내가 얼마 전까지 만해도 줄기차게 끄적이던 테러리즘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탈냉전 이후 민간군수산업의 등장이 전쟁과 소규모 지역/종교/종족분쟁의 양상을 바꿈과 동시에 군에 대한 기존의 근대사회의 패러다임을 철저히 분쇄시켰음을 의미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의 배경이 되고 있는 1999년의 시에라리온은 내전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시에라리온은 90년대 초반부터 산발적인 내전 상태에 돌입해 있었으며 반군 조직 중 하나였던 RUF(Revolutionary United Front)의 지도자 '포데이 상코'가 반군조직을 통합하면서 5만명이 넘는 병력을 가진 거대반군조직을 통해 군부독재 치하의 시에라리온 정규군을 압박하여 수도 '프리타운'에 20km 앞까지 접근하는 비정규 무장폭력조직에 의한 국가 전복의 대위기 상황이 펼쳐진다. RUF와 정부군의 유혈 충돌 속에서 RUF의 마약을 이용한 엄청난 대학살이 자행[FOOTNOTE]영화 속에서도 반군지도자가 소년병들에게 "적들에게 널 보이지 않게 하는 약이다"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FOOTNOTE]되는 가운데 시에라리온의 국가원수인 '줄리어스 비오'는 국제사회에 구원을 요청하지만 정권 이양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서방의 요구를 거절하고 '차선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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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의 프리타운 인근에 있는 신체절단자들을 위한 캠프 숙소에서 일곱살짜리 어린 아들 아부가 아버지 옷의 단추를 채워드리고 있다. 이 아버지의 이름은 아부 바카르 카르그보로, 반군인 혁명통합전선(RUF:Revolutionary United Front)이 1999년 프리타운을 공격했을 때 양팔을 모두 절단당했다.
야니스 콘토스(그리스·폴라리스 이미지 )=시대적이슈 단사진부문 1등. 출처 : 동아일보]


시에라리온 정부는 국제사회의 구원을 대신할 차선책으로 과거 냉전시기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앙골라와의 이데올로기와 자원을 둘러싼 전쟁을 위해 비밀리에 조직되었던 32대대가 해체된 이후의 잔여 병력들이 32대대 장교 출신인 '이븐 버로우(Even Burow)'를 중심으로 모여 결성된 용병업체 E.O.(Executive Outcomes)의 자회사인 브렌치 에너지社에게 월봉 100만 달러와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시에라리온의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인 코이듀 지역의 채굴권을 불하하는 조건으로 E.O.가 가진 300여명의 서방의 중화기와 기갑병력으로 무장된 정예병력을 용역한다.

용병기업 E.O.의 참전으로 단 9일만에 프리타운 20km까지 접근했던 반군 세력은 외곽 120km지역까지 패퇴하고 1달만에 반군의 자금줄이자 E.O.가 소유권을 할양 받은 코이듀 지역을 탈환한다. 코이듀 지역을 둘러싼 공방전에서 반군 세력은 궤멸 상태에 빠지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E.O.측이 반군의 완전소탕에 소극적으로 입장은 전환하면서 1999년 RUF반군의 모든 잔혹행위 사면과 E.O.의 완전철수, 평화 정착을 위한 국가 위원회 구성, 700명 병력의 군사 모니터단 구성, 반군을 사회에 재통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아비쟌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그러나 E.O.측에서 근무하는 군사정보에 밝은 관계자는 시에라리온에서 정부군 소속의 외부 병력이 완전 철군할 경우 100일 이내에 군사 쿠데타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였고, 실제로 95일 이후 쿠데타가 발생하여 정권이 붕괴되어 시에라리온의 정국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1999년 시에라리온 내전이 아비쟌 협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종식되면서 '전쟁용역업체'(영화 속에서 쿠찌에 대령이 지휘하는 의문의 군대가 현실에서 E.O.가 아닐까 추정한다.)라는 국제여론의 비난을 받아온 E.O.는 그 해 공식적으로 해체하게 되어 모기업인 브렌치 에너지社(대표가 루프 대령으로 당시 E.O.의 총사령관)에 흡수되었고 '브렌치 에너지'社는 또다시 '코이듀 홀딩스'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면서 여전히 루프 대령이 대표로 존재하며 시에라리온 정부 관계자조차 코이듀 광산 근처에서 도발적 행위를 하는 것을 두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는 시에라리온의 갈등의 원인을 국제다이아몬드MNCs 좀 더 포괄적으로 서방세계 전체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잔혹한 상황을 외면하는 국제사회에 대한 고발을 여기자 맨디를 통해서 폭로하고 싶어했고, 그 곳 아프리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참함을 대니 아처(디카프리오)와 솔로몬 밴디를 통해서 호소하고 싶어했다. 이에 대해 세계다이아몬드증권거래협회(WFDB:World Federation of Diamond Bourses)의 종신명예회장 Shmuel Schnitzer[FOOTNOTE]네이버 홍성진씨의 리뷰에는 회장이라고 잘못기재해 놓았는데, 現WFDB회장은 '어니 블럼'이다.[/FOOTNOTE]는 영화가 과거의 다이아몬드 산업을 악마로 묘사하였다고 하여 상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 한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시에라리온(뿐만 아니라, 거의 왠만한 아프리카 분쟁 국가들 대부분)의 갈등과 분쟁의 원인은 서방 세계의 간접적 요인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명백히 대립과 갈등을 폭력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고 정책을 선택한 것은 해당 국가 내부에 있는 각각의 정치 집단들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외부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더라도 결국 최종적으로 해당 정책을 자국에 실행하는 것은 자국의 정책결정자들이다. 막연히 과거의 역사와 민족감정, 약자에 대한 대중여론의 무비판적 온정주의에 젖어서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스스로에게 희생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만행은 이 영화 속에서도 그 한계가 명백히 드러난다. 전쟁과 살인, 방화와 강간, 약탈을 선택한 것은 그들 자신들이다. 그러한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막연히 서방의 제국주의적 책동으로 매도한다면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망국적 참상들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려 할 것인가? 그와 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은 그들 자신들이지 서방세계가 아니다. 어린애처럼 생떼를 쓰며 큰형님들의 사탕을 뺏어 먹는 것은 합리성이 지배하지 못했된 냉전이 종식됨과 함께 종식되어야 한다.

P.S. : 영화 속에서 솔로몬 밴디는 시나리오에서 부성애를 지나치고 비정상적으로 묘사하려 한 탓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상한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한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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