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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

몇 달 전부터 자극적인 제목(소위 말하는 낚시질. 뭐 내가 낚시질을 하려고 작정했던 적도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얻은 경우가 좀 있어서 더욱 피하고 있다.)을 피하려고 애쓰다 보니 글의 제목이 점점 이상한 시 제목처럼 되어 간다. 허허..


여튼 간밤에는 다소 낯익지 않은 곳인 바텐더가 있는 술집에 갔었다. 혹칭 '바'라는 곳에 거의 처음으로 가본 것 같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홀아비(?)처럼 외로워서 말동무할 아가씨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술이나 칵테일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보니 바에 갈 일이 그 동안 없었다. 그 곳은 분위기 자체가 이미 무언가 나른하게 수다를 떨며 살풀이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그런 곳이었다. 어두컴컴한 컬러풀 조명에 약간 단가가 높은 낯선 술과 칵테일들이 메뉴판에서 나의 간택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그런 곳.

작년 초쯤에 1~2달 정도 친구들과 만나는 것을 피한 적이 있다. 졸업 시즌이 되고나서부터 부쩍 늘어나는 주변인들의 한숨 소리와 신세한탄에 그렇잖아도 불안정한 나의 의식 세계를 더더욱 니트로-글리세린처럼 불안정하고 폭발위험을 가진 존재로 만들어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주변 사정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어느 정도의 피곤한 상태에 놓여 있었고, 그것에 다른 짐이 더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내가, 상대적으로 불안정 지위에 놓여 있는 친구들의 매번 똑같은 패턴의 신세한탄을 듣는 것이 어쩌면 내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짓도 한 두 번이지, 사람 머릿 수대로 어떻게 다 듣고 다녀.' 하면서 거부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지만, 그 짓도 오래하다 보니 수완이 늘고 나름대로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에 거의 10년지기 형님들과 오랫동안 어울리면서 보고 들은 많은 이야기들과 그 형님들을 통해서 보고 배운 경험들이 의외로 지금의 내 친구들에게 적잖은 할 얘기가 되었다. (그래도 사람에 관계없이 매번 똑같은 패턴의 신세한탄이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마시던 알콜 없는 칵테일만큼이나 바텐더 아가씨를 뻘쭘하게 세워 놓고 남자 둘이서 떠드는 수다는 바가 내게 다소 어울리지 않는 낯선 곳임을 깨닫게 한다. 내가 바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저 멀리 앉아서 바텐더에게 주절주절거리다가 나가며 아가씨에게 고맙다고 쓴웃음을 짓던 어느 이름 모를 중년처럼.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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