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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마이너리그의 구조와 관련된 글]



지난 봄 한국야구는 WBC(World Baseball Classic)라는 축제를 통해서 일종의 중흥의 기회를 맞았다. 국가 대항전에서 유난히 강한 아시아계 선수들의 장점과 메이저리그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마음과 '병역'라는 한국의 남자들이 무조건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인생의 낭비를 면제 받을 수 있다는 선수들의 넘치는 사기는 우리보다 2수는 위에 있다는 일본야구를 연파한데 이어, 세계에서 야구로 날고 기었다는 선수들이 총집결하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즈를 7:3으로 격파하며 미국으로 하여금 콜드게임을 우려케 하는 수모를 겪게 만들었다. WBC기간동안 실책 횟수 0회라는 철벽수비는 한국야구의 꼼꼼함이 일본야구의 그것 못지 않음을 증명하였고 투타의 집중력은 어느 팀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그 때 당시 많은 야구 애호가들이 우려하던 상황이 조금씩 현실로 보이고 있다. 한국야구를 평가하는 대중들의 눈에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절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 최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의 트리플A팀에서 뛰고 있는 최향남의 40인 확장 로스터에서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 여부를 둘러싼 덧글공방이다.

의외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것이 국가대항전 즉, 단기전에서 한 두 번 이겼다고 그 국가가 정말 상대 국가보다 더 잘한다는 식의 저급한 궤변으로 명백한 현실을 외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향남 관련 기사에서 한국야구와 메이저리그를 직접 비교하며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식의 근거없는 궤변을 펼치며 한국에서도 평범한 투수였던 최향남이 트리플A를 초토화(?)시켰으니 메이저리그도 별거 아니라는 식의 말도 안되는 궤변을 펼친다. 단순히 초딩들의 방학 말기 발작증세로 여길 수도 있지만, 초딩들이 그런 야구 관련 지식에 관심이 있을 리 없으니 분명 어느 정도 연령이 있는 유저들일 것이고 또 그들이 초딩 수준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들도 엄연한 사회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여론의 한 점을 담당하는 존재이니 쉽게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단기전은 변수가 굉장히 많다. 그 날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서 투수들의 볼끝이 달라지고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가 영향을 받는다. 단기전은 너무나 많은 변수들 속에서 순간적인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승부가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그와 같은 승부도 결국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WBC에서의 한국의 메이저리그 올스타팀 승리는 한국야구의 기본기가 탄탄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국팀은 본선 진출팀 중 유일하게 실책 0개를 기록하며 철벽수비를 과시했다.)

하지만 중장기 레이스로 진행되면 경기 양상은 확연히 달라진다. 선발 투수진의 구위와 완투능력 등이 중요해지고 중간 계투진이 얼마나 두터운지, 클로저의 구위와 베짱이 어느 정도인지 등판 주기는 어떤지, 발 빠른 타자의 존재, 클러치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감독의 작전 수행 능력 등 별의별 희안한 것들이 다 감안해야 할 요인으로 포함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실력'이 드러나게 된다.

WBC에서 한국은 일본과 3경기를 치뤘다. 룰이 개떡 같았다느니 어쩌니 하지만, 결국 참가국가 모두가 대진표가 그러함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그것을 숙지한 상태로 대회에 참가했으니 그 대진표에 대한 불만은 무가치하다. 한국은 1, 2차전에서 1~2수 위라고 하던 일본을 격파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는 김병현이 자멸하면서 일본에게 패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타선은 조금씩 일본의 투수진에게 봉쇄되기 시작하였고 3차전에서는 내 기억이 맞다면 단지 3안타를 뽑아냈을 뿐이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쌓일수록 실력이 뛰어난 팀의 승률이 점점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야구천재'라고 불리던 이종범, 제2의 선동렬로 불리던 정민태, 정민철, 이상훈, 구대성 등은 모두 일본에서 쓴맛을 봤다. 이상훈과 구대성은 그나마 조금 활약을 했지만, 결코 한국에서처럼 우수한 성적이 아니었다. 그나마 괜찮은 활약을 보였던 구대성/이상훈은 메이저리그에서 중간계투로서 몇 경기 불펜으로 뛴 것이 전부로 재계약을 맺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상훈은 제풀에 뚜껑 열려서 은퇴했고 메이저리그에서 '퇴물' 취급을 받던 구대성은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 되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핀치 히터로 몇 경기 출장해본 것이 전부인 멕시칸리거 마흔이 넘은 '인격파탄자' 펠릭스 호세는 지금도 한국에서 내노라하는 강타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어떤 팀도 호세를 원하는 팀은 없다. 핀치 히터로서의 역할도 전력이 많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외의 한방을 노리는 감독의 노림수가 아닌가.

현실은 명백하다. 한국야구는 여전히 일본야구와 메이저리그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 야구가 더블A 수준이다 트리플A 수준이다 하는 논쟁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굳이 레벨을 정해야겠다면 한국이 올림픽에서 더블A 올스타팀 수준의 미국 대표팀에게 코리안드림팀이 번번히 패배의 쓴맛을 봤다는 것 정도를 기억하면 되겠다. 국가對국가가 걸린 문제에서 어느 정도의 자존심과 명예욕을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나보다 강한 상대를 바로 볼 줄 알고 그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한 발걸음일 것이다. 무턱대고 교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현실을 바로보지 못하고 자기만족에 빠져 있다면 비단 스포츠 뿐만 아니라 정치/문화/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무한생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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