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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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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만평]

자기가 사인한 총리 인사가 잘못되었다고 자평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무능을 시인하는 꼴이다. 자기가 자기가 임명했거나 DJ, YS등이 임명했던 국방장관들을 수구꼴통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출신청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배경이나 마찬가지인 DJ까지 무능한 親美수구꼴통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개된 자리에서 격분하고 막말을 내뱉는 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수준이 국가의 잠재적 주인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치의 집에 국민의 호객행위(투표)에 의해서 이끌려온 손님의 호통과 다름없다. 어제까지 친구하자고 매달리던 고건/한화갑이 친구 안해준다고 바로 내치는 것은 세상을 이분법적 흑백논리로서 양분하여 그가 입이 닳도록 주장했던 실용주의 노선을 스스로 거부한 극단적 이상주의에 젖은 아집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그의 격정과 분노로 몇몇 국민들은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선동과 선전에 몇몇 국민들은 심연의 홀가분한 감동마저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선동적 연설처럼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미국 엉덩이에 숨어서만 살꺼냐고 하던 그가 이라크 파병을 주도했다. 이것 하나만 내밀어도 그의 선동적 연설처럼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논리로 지배되는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은 '실용주의'라는 말에 비정상적인 매력을 느낀다. 그것은 아마도 조선 말기 실학파들의 근대과학에 대한 접근이 세도가들의 부패와 권력욕에 멍들어 꺾이고 매국노 민비와 무능한 고종황제, 시대를 바로 보긴 했지만 과거에 얽메여 큰 물길을 놓쳐버린 흥선대원군의 갈등 속에서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한민족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실용'을 유난히 강조한다. 그 뿐만 아니라 역대 모든 정권이 실용주의를 어떠한 형태의 변형을 이루어내서라도 강조하고 내세웠다. 진정한 실용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한 실용은 내가 현재 나 자신이 처한 위치와 가진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내가 수행할 수 있는 길만을 선택하여 무리하지 않는 것이 실용이다. 실용에는 도박이 없다. 도박적 정책과 무리한 모험수는 실용이 아니라 '만용'이다. 하지만 선동적 파괴력을 지닌 만용이 주는 매력에서 많은 정치인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한나라당의 얼토당토 않은 '반값아파트 주장'도 어쩌면 선전과 선동에 휩쓸려 패배한 참여정부 출범 과정에서 쓰리게 배운 교훈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할 수가 없다. 오늘 1인독재세습왕조인 김정일 정권이 내일 갑자기 북미나 유럽 수준의 민주정권이 출범할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의 기득권층은 10년 뒤에도 기득권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힘에 합리적이고도 합법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때문에 기득권 층인 것이다. 기득권층이 밉다고 극단적으로 그들을 공격하고 붕괴시키려 하면 쓰린 패배감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국가는 컴퓨터 게임 속의 심시티 국가가 아니다. 세대를 두고서 긴 시간에 걸쳐 교육과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가며 오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그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었야 한다. 100년 이 땅의 여성은 남성들의 종속변수일 뿐이었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날은 서서히 서구 사회처럼 법률적으로 여성상위의 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 (북미의 경우 남성들이 '위자료 공포'로 인해서 결혼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100년이라는 3세대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시간은 유한하면서도 무한하다. '나'라는 하는 한 개인의 영달에 이끌려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다가 무너진 예시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다. 역사학이 존재하는 이유도 역사를 통해서 과거를 교훈삼아 미래에 과거의 과오가 반복되지 않기 위함이 아니던가.


나는 기본적으로 노무현의 수 많은 정책들 중에서 이라크 파병, 레바논 파병, 4차 6자 회담 타결 등 몇가지 제한된 사안의 문제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그에게 실망만 얻었다. 특히 '정치꾼'으로서의 그의 막말통치와 정치적 미숙함, 그리고 그것을 결코 인정할 줄 모르는 교만함은 내 분노와 증오심마저 자극시켰으며 나는 그가 지금이라도 당장 박정희처럼 부하에 의해서 암살되길 바랄 정도다.

그러나 정말 앞으로의 시대가 참여정부가 지껄여대던 모습으로 변해가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진정으로 옳은 길이라면 참여정부는 그 첫삽을 뜬 시발점이 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대학 시절 주체사상에 젖어 제대로 학문탐구조차 하지 않았던 전문 시위꾼 386출신들에게는 선동과 선전의 능력만 부여되었을 뿐, 그것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시행할 수 있는 행정적 수완과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것에 대한 인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어찌되었거나 그들이 비난하는 보수 세력들은 이 나라를 이 곳까지 이끌어 왔고 그들 보수 세력들이 지은 농사의 콩고물을 받아 먹은 정권 중 하나가 바로 참여 정부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선민의식에 한껏 젖은 386들의 역할은 이제 한국정치사에서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시간이 진실을 말해줄 것이다. 노무현과 그 졸개들이 옳았는지, 아니면 그들이 비난하는 보수꼴통들이 옳았는지는 시간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느 한 쪽에서 완전한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미래는 결코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철칙'이다. 국민 소득 60달러 미만의 미국의 무상원조 없이는 마이너스 성장만 하던 한국이 PPP 1만 4천 달러 이상의 수출 3000억 달러를 기록하는데 60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유럽에서 마그나 카르타로 민주주의 의식이 싹트고 그것이 보편화되는데 6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을 불과 2세대만에 이루어낸 것처럼 발전과 진보에 탄력 받은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격정적인 이 갈등과 대립 속에서 새로운 접점을 발견할 것이라 믿는다.

군왕적 통치를 펼친 이승만부터 무능의 극치였던 장면 정부, 전투화 신은 채로 유신개발독재를 밀어붙였던 박정희, 제 측근 관리하느라 바빴던 전두환과 무능했지만 사람은 잘 썼던 노태우, 기분대로 통치했던 김영삼, 꿈에 젖어 살았던 김대중, 성질살려 정치하는 노무현까지 어느 시대에서도 우리는 평온한 적이 없었고 갈등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만큼 발전했다. 나는 참여정부의 막말과 혼란이 증오스럽고 경멸스럽다. 지금 당장 노무현과 그 졸개들이 몰살되어 이 땅의 갈등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들을 향한 내 적개심을 외부로 표출하는 일이 점점 잦아들고 있다.

왜냐하면 이 혼란마저도 우리가 발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며 발전을 향한 내재적 의지라는 생각이 점점 구체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무현의 막말이 화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저 새키는 권력 유지에 대한 뇌만 있고 다른 뇌는 없는 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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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의 동반자들

월간조선의 발행인 조갑제가 쓴 저서 '자폭의 동반자들'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정권에 대한 적개심과 심연에서 끓어 오르는 그의 분노의 정수(?)가 담긴 결정체다.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김대중-노무현 양대 정권에 걸친 (조갑제의 표현을 빌리면) '대한민국 말살책략'에 대한 분석과 결과, 대응책(?)까지 그의 反盧사상의 정수를 모아 놓은 말 그대로 조갑제 자신이 노무현 무리들을 자폭의 동반자로 삼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분노가 한가득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용기와 뜻은 가상하지만, 전략전술을 약간 잘못 짰다고 생각한다.

그의 저서 191쪽에 보면 노무현 정권의 기만책동에 대해서 '속지 않는 법'이라며 노무현의 기반책동 '공식'을 분석하고 있다.

가. 앵벌이식 : 노대통령은 불리하면 자해한다. 측근들의 부정이 검찰 수사에 속속 드러나자 그는 '눈앞이 캄캄하다'면서 현법에도 없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해 위기에서 탈출했다.
나. 물귀신 작전 : 그는 위기에 처하면 상대를 걸고 넘어진다. 지지율이 떨어지니 한나라당과 연정하겠다고 했다. 이회창 후보가 받은 선거자금의 10분의 1만 되어도 하야한다(그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다. 피해자역 : 그는 상대를 잡을 때는 자신이 피해자인 양 위장한다. 조선, 동아일보의 영향력을 부당하게 축소시키려는 언론규제법을 만들기 전에 먼저 자신이 막강한 언론에 의해 핍박받았다고 호소한다. 그는 또 거액의 뇌물을 받은 자신의 형을 '시골의 별 볼일 없는 순진한 사람'으로, 그리고 돈 준 사람을 '좋은 학교 나와서 출세한 부패분자'로 묘사했다. 이 선동에 충격을 받은 그 돈 준 사람은 투신자살하고 그의 형은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라. 반어법 : 그가 통합을 이야기할 떄는 분열을 준비하고 있을 때이다. 그가 말하는 진보는 수구이고, 그가 욕하는 수구는 진보이다. 그가 약하게 보일 때는 비수를 갈고 있을 때이다.

- 조갑제, 자폭의 동반자들 中에서

노무현의 6번째 대통령직을 건 대국민 '협박'을 보며 갑자기 그가 생각이 나서 책을 뒤적여 봤다. 국민들도 처음과 달리 그의 협박에 많이 둔감해진 느낌이다. 노무현은 한국의 드골이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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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는 재능 때문에 망한다.

그 옛날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 보면 '양수'라는 모사꾼이 있다. 조조의 수하에 있었던 그는 영특한 재능으로 인해 조조의 후계자 책봉 과정에서 조식과 조비의 대립 구도에 개입하여 조조에게 미운 감정을 산 터였다. 이후 조조는 한중 공방전에서 힘들고 지쳐 자신을 '계륵'에 비유하였다. 충분히 흘려 들을 수도 있는 그 계륵이라는 말의 깊은 뜻을 헤아린 양수는 상관의 지휘도 없이 후퇴를 준비하다가 조조의 노여움을 사서 처형된다.

재사는 재능을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서 투신한다. 재능을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서 일할 때만 재사는 자신의 재능이 쓸모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조조는 재사를 알아보고 발탁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가진 군주였다. 그러나 그와 관련된 여러 일화에서 나오듯이 그리 포용력 있는 군주상은 아니었던 듯 하다. 때문에 재능으로 교만을 부리던 양수를 처형한 것이리라.

고건을 보면 양수가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조조의 그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국민들이 조조만큼 영리하지는 않지만, 포용력이 없는 것은 일치한다. '관운(官運)'을 타고 났다는 고건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이자, 제 발로 찾아온 기회를 어리석은 국민들로 인해 놓친 탄핵 정국을 그야말로 복지부동의 공무원스럽게 무난하게 받아넘겼다. 그리고 정국이 회복되고 나서 그는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 시기가 그는 총리직 사퇴의 최적기라고 판단했던 듯하고 결과론적으로 그 판단은 비교적 적중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건을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칭송한다. 그리고 오늘날 고건의 인기는 바로 그 복지부동에서 비롯된 큰 흠집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는 점이 베이스가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과거의 고건은 자신의 타고난 관운과 그에 따른 재능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았던 듯 하다.


- 고건의 계략?
오늘날 고건의 위기는 어떻게 초래된 것일까? 그 까닭은 바로 고건의 그 타고난 관운과 재능 때문이라 생각한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었던 여당, 민주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까지 고건을 영입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그 영입 노력에는 고건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고 고건의 '비교적' 깔끔한 이미지를 자신의 당에 투영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주인이 먹이를 가져다 주면 말(고건)은 가장 맛있는 먹이를 찾아 쫓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고건은 관운에서 비롯된 특유의 복지부동 성격으로 인해 분별력 없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FA를 선언한 스포츠선수들처럼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데 한껏 주력했다. 그리고 그것에도 모자라 정치적 색깔이 완전히 다른 이 당에 한 번 슬쩍 요염한 미소를 지어주고 나서 여론을 살피고, 저 당에 슬쩍 요염한 미소를 지어주고서 또다시 여론의 동정을 살피는 등의 자신의 정치적 노선조차도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자신의 재능으로 인해서 자신을 흐리멍텅한 존재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고건은 누군가의 수하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고건은 자신의 이름을 직접 내건 신당을 창당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고건 자신의 지지도가 전 같지 않았다는 점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존재마저 희미해질 처지에 놓였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조차 흐리멍텅하게 만들었다가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하고 깃발을 꽂았으나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이제 많이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장사치처럼 여기저기 모두 저울질해보다가 모두들 부르는 몸값이 시원찮아서 FA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처럼 독자노선을 선택하였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며 그를 고깝게 보기 시작했다.

나의 개인적 판단에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열린우리당과 연립하여 최대 규모의 정당 안에서 유일한 대선주자가 되어 다음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다는 것이 고건의 최종적 구상이었던 것 같다. 규모나 지역적 지지기반에서 별로 힘이 못되는 '민주당'과는 별로 이득이 없고, 애초에 '국민중심당'과는 생각도 안해봤을 것이고, '한나라당'과 파트너쉽을 맺기에는 자기 당 안에서도 이명박의 강세 속에서 3강 대결 구도를 펼치는데 쓸데없이 소모전을 펼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믿을 만한 놈이 하나도 없어진 무주공산의 열린우리당은 '고건'이라는 말에게 가장 맛있고 양 많은 먹이였던 것이다.


- DJ/노무현 세력과 고건의 주도권 싸움?
나는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과 고건의 연합전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싶다. 고건과 같은 복지부동 스타일은 결코 한나라당의 이명박과 대선 경쟁을 벌일 위인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이 세운 신당의 기치는 '反한나라당'이다. 노선 자체를 열린우리당 쪽으로 코드를 맞추었다. 고건에게는 규모를 갖춘 배경이 필요할 뿐, 인물론적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최악을 치닫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조직력은 분명 고건에서 매력적인 먹이이며 자신의 가세를 통한 시너지 효과로 열린우리당의 낮아진 지지도를 일정 수준 이상 회복시킬 수 있다고 계산을 놓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또 한 번 '정치꾼'으로서의 그들의 천부적 기질을 발휘할 요량인가 보다. 민주당을 수구꼴통으로 매도하며 처참하리만큼 민주당을 모독하고 탄핵정국에서 反민주 反개혁 反지역주의타파 세력으로 무참히 짓밟으며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놓고서는, 지금와서 다시 한 번 김대중의 선동적 호남순례와 다시 한 번 결집하는 호남의 민심에 적잖게 고무되었는지 김대중과 민주당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김대중의 역할론이 전격 부각되면서 민주당의 '한민공조'도 한물간 분위기다. 김대중을 지렛대로 열린우리당/민주당 합당 혹은 호남지역 기반의 신당창당을 통해 고건영입에서의 주도권을 쉽게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고건이 영입되고 나서 독선적 노선을 걷는 것을 견제하거나 고건이 대통령이 된 이후까지도 염두해둔 권력유지를 위한 해바라기식 행보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라 판단한다. 열린우리당 내 세력 간의 의견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청와대와 친노세력들은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과거의 행적이나 신념(?) 혹은 자신들이 구축한 정체성까지도 모두 내던져버릴 태세다.

그것도 아니라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이 고도의 역할분담을 계획하여 청와대/친노세력과 창당 주역들의 패배 시인과 신당창당 움직임이 엮여서 조금은 전략적 무리가 있지만 자연스런 '헤쳐모여'식 창당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 그 과정에서 고건 세력이 흡수될 여지도 충분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고건이 독자노선으로 자폭을 하지 않는 이상 고건의 종착역은 열린우리당의 후계체제일 것이기에 고건과의 협상력은 분명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신념과 정체성은 고건이라는 새로운 선장 영입을 통해서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선장이 새로운 깃발을 꽂고 기존의 기둥서방 역할을 한 선장이 물러나면 자연스레 물갈이가 되면서 '바지걸이 선장'을 만들어 당을 위해 희생하면 기존의 노선을 추구하기가 용이해진다. 바지걸이 선장에 대한 보상은 권력유지 이후에 얼마든지 노무현 정권 특유의 회전문 인사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건이 여전히 대중들에게 순결하게 보일까?

새롭게 등장하게 될 신당은 어떤 의미에서든지 현상황보다는 개선될 것이 명백하다. 적어도 '김대중 선생님'이라는 3金 중 여전히 호남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진 아이콘이 기꺼이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현재의 열린우리당 세력과 민주당 세력의 결집은 민주당이 얼어붙은 마음을 열고 열린우리당 내의 정체성 논란이 해결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권력 획득이라는 단일한 목적추구 과정에서 모두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오늘 광주를 방문해 또 한 번 反지역주의적 연설을 한 노무현의 연설과 그의 행보는 표리부동함 그 자체이지만, 권력을 향한 투쟁 과정은 권력 획득이라는 결과 앞에 희석되고 순결해질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영입하려고 하는 새로운 선장 고건이 지금에 와서도 과거의 그런 '순결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소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이런 반문에 대한 근거는 당장 가장 최근에 조사한 여론 조사에서 고건의 국민적 선호도가 이명박, 박근혜 다음의 3위였으며 박근혜와는 5% 정도의 차이에 불과했지만, 이명박과는 두 자릿수 이상의 선호도 차이가 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것은 단순히 보수세력의 결집으로 단정지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열린우리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2~30대 젊은층이 대거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철회한 상황에서 고건이라는 카드를 영입한다고 해서 두 자릿수 이상의 선호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하다 못해 '유신공주'라고 불리는 군사독재의 세습체제인 박근혜에게조차도 지지도가 밀린다는 것은 현재 고건의 위상이 '작년 이맘때의 고건'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날 고건의 추락(?)은 자신의 몸값 부풀리기 과정에서 스스로 유발한 반감이 기초되어 있음을 지적하려 한다.

자수성가한 CEO출신의 대선주자성공한 개발독재의 후손 대선주자, 관료형 대선주자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는 매우 흥미로운 대선 구도에 직면한 한국과 한국 국민들은 다소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흠집이 있다. 그러나 2가지 중요한 문제는 이들 3인 중 2명은 같은 당내 경쟁을 거쳐서 하나의 후보로 단일화될 사람이라는 점과 유일한 저항세력으로서 선택된 고건이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은 이명박과 박근혜 둘 중 누구든지 후보가 단일화된다면 둘의 지지율이 온전히 하나로 합쳐지지는 않겠지만, 상당 부분 둘의 선호도가 규합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단순 계산으로 고건과 한나라당 단일 후보 사이에 선호도가 '더블 스코어'가 된다는 의미다. 과거 청렴한 이미지에 45%가 넘던 지지도를 가진 고건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고건으로선 상대할 수 있는 적수가 아니다.

여기에 고건의 대선승리 열쇠를 쥐고 있는 김대중의 역할이 역설적으로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역효과를 우려해야 한다. '정치은퇴'를 선언한 김대중의 지속적인 정치활동과 지역주의적 발언들, 그리고 反지역주의를 외치면서도 지역주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열린우리당, 김대중의 입김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민주당의 줏대없는 모습에 실망할 일부 민주당 지지세력, 반세기에 걸친 3金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세력, 최종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조직력에 의지해야 하는 고건까지.

지금의 고건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다. 1년 전의 고건이었다면 충분히 할만한 승부였겠지만, 재사가 재능을 너무 부리다 보니 대세를 놓쳐 버렸다. 지금의 갈등하고 있을 고건을 보면 마치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다소 안타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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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사들 : 북 무력도발 가능성, 이란의 SCO옵서버 자격 부여

- 盧`나는 북 도발 가능성 있다는 쪽 불행한 사태 땐 반드시 이겨야`
16을 계룡대에서 있었던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노무현 스스로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청와대에서도 이미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음을 인정하는 발표가 나왔다. 정국은 촌각을 다투고 있고 현 정권은 그것은 매우 늦은 상황이지만, 현 상황이 매우 불행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여전이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외교적 상황이 변하면 그에 따른 처방도 바뀌어야 한다. 환자의 병세가 달라졌는데, 계속 같은 처방을 내리는 것은 현명한 의사가 아니다. 북한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불량국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고 영향력있는 세계 어느 나라도(중국마저도) 온전히 북한을 지지한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북한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친다. 대북지원이 지속적으로 주요 동맹국들에게서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My Way로 우리의 정책을 취해 오면서 우리가 획득한 외교적 성과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작금의 이 미사일 위기 재발이다.

[계룡대 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하는 노무현 대통령. 눈 앞에까지 드러난 현실을 인정하고 기존의 노선과는 다른 변절자의 오욕마저 짊어지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취하는 것도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Photo : 중앙일보]

이제는 우리의 처방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DJ시절부터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준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한 남북간 대화와 조금의 평화의지도/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는 김정일 북한괴뢰전제왕조에 대한 생각없는 퍼주기 정책이 이 땅에 평화를 가져다 주지 않는 다는 것을 이제는 제대로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평화와 신뢰를 얘기하는 노무현의 대북정책기조가 정말 깝깝하게 만든다. 핵위협에 이은 미사일 위협을 통한 6자 회담과 대남공작에서 우선 순위를 획책하려는 북괴의 얕은 수조차 읽지 못하는 겐가. 지금처럼 한도 끝도 없이 퍼주기만 하다가 목구멍에 총구가 들어와 죽음과 멸망에 임박해서야 때늦게  정신을 차릴텐가. KEDO로 한 번 어퍼컷을 정타로 당한 것으로도 부족한 것인가.


- 상하이 협력기구, 미국과 서방진영의 반발에 정면돌파 시도하려는 듯
(제목은 그냥 내가 임의로 붙였기 때문에 정식 신문기사 제목이 아니다.) 상하이 협력기구에서 이란이 참가한 것에 대해서 미국이 공식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SCO의 목적이 테러와 마약 퇴치, 지역 번영 추구 등에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테러에 관한 한 이란은 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라고 이란의 옵서버 자격 부여 자체를 걸고 넘어지며 SCO를 맹비난하였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이 이번에 미국과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 등 (이란 핵문제 협상 상대인) 6개국의 단결력을 시험하려 들 걸로 본다"라며 이란의 옵서버 자격 참가를 걸고 넘어졌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명백히 불편한 對美발언으로 일관했고, 중국의 후진타오는 이란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지지하며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는 약간은 미온적인 표현으로 이란에 대한 원거리 지원사격을 감행하였다. 원래부터 중/러는 이란 사태 해결에서 서방친화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반란표는 사실 이란핵위기의 결정적 국면전환에 큰 의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란의 SCO 옵서버 자격 부여와 주요핵심 회원국들의 親이란 발언들은 이란의 주변국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SCO에서 이란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고, 국제관계에서도 이란의 정치적 발언권과 협상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추측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조가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원하지 않는 대표적인 지역적 패권국으로 6자 회담에서의 북한의 핵능력/핵무장 해제를 위해서 상호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북한의 핵능력 보유/핵무장 등은 차미 미국 정권이 어떤 정권이 백악관에 입성하던지 간에 지금껏 보지 못한 수준의 고강도 대북제재 혹은 군사적 압박이 감행될 수 있다는 추측은 동북아 6자 회담 당사국 모두가 능히 공유하고 있는 플랜이다.

이란의 핵능력 보유 의지는 동북아의 북한 사태를 모델링한 경향이 강하다. 이란의 對美외교는 북한의 그것과 흡사하며 자국의 천연자원과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을 무기로 중/러의 강한 지지를 이끌어내어 국제사회의 발언력도 북한보다 우위에 서는 사실상 북핵위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란에 대한 평화적 핵이용권 인정은 북한의 핵이용권 인정으로 파급될 소지가 강하며 이는 6자 회담의 결과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수준의 안정적인 지역평화 확보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가능케 한다.

그들은 강대국이기 때문에 이란과 북한의 양 국가에 대해서 서로 다른 기준을 잣대로 들이밀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과정과 결과를 거치든지 간에 이란과 북한 양 국가 중 어느 한 국가라도 핵능력 또는 핵무장을 현실화하게 될 경우 NPT/CTBT체제는 붕괴되고 전세계적인 핵군비 경쟁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하다. 이라크 상황에서 보듯이 미국의 제한전 조건 하에서 군사적 개입 역량은 그 한계가 명백하고 이란처럼 경제적으로 미국에게 의존적이지 않은 국가에 대한 패권국 미국의 통제력은 극히 제한적이고 우방국들의 후원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어느 쪽이든지 간에 사소한 잡음은 있을 수 있지만, 미/중/러는 궁극적으로 함께 행동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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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을 둘러싼 당청 대립이 묘하게 흥미롭네.

산책하기. 좋아?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 간의 대립이 묘하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의 논리를 언제나 Give & Take로 파악한다. 따라서 노무현의 "사학법을 넘겨 주고 '다른 무언가'을 받겠다"는 생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이러한 기조로 찌질거릴 생각이니 사학법 결사수호투쟁이라는 기치로 살아가는 분들은 그냥 떠나시는게 속편할 듯하다.

오늘 연합뉴스의 기사 중에 참 재밌는 기사가 있었다. 노태우는 전두환을 밟고 지나갔고, 김영삼은 노태우를, 김대중은 김영삼을 '밟고 지나갔다'라는 기사였다. 하지만 영남지역 출신으로서 뚜렷한 지지기반이 부족했던 노무현에게 김대중의 지지 기반(나는 지금도 호남지역의 90~99%에 가까운 몰표에 반감이 크다. 거의 100%투표에 100%찬성이라고 선전하는 북괴 수준이 아닌가? 지역감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영남 지역도 아무리 높아봐야 65~70% 수준이다.)인 호남지역의 표심이 필요했기에 김대중의 비리의혹을 비교적 무난히 넘어갔다는 식의 기사였다. - 사실 이 정도 '딜(Deal)'은 정치판에서 얼마든지 있는 흔한 케이스가 아닌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다. 완전무결한 투명한 정치란 권력의 속성상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다음 내용이 뭐였냐면 노무현의 사학법 양보 제스쳐를 열린우리당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청 간의 거리두기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였다. 정동영, 김근태, 강금실[개인적으로 강금실과 오세훈의 서울시장 선거에 정말 불만이 많다. 정책은 없고 인물만 있는 자칭 저격수 나불거리다가 자기가 저격당한(?) 홍준표의 말을 빌리자면 '학급반장선거'다.] 등의 여당의 유력주자들이 反노무현으로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열린당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반발 기류가 아주 턱없는 옹고집이라고 비난하기는 뭣하다고 본다. 운동권 시절 기질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아직도 투쟁으로 얻어내려고만 하지, 양보하여 주고받는 현실감각이 너무 부족한 철부지 양반들이라는 '거부감'은 여전하지만, 워낙 열린당 꼬라지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한때 '4대개헌'이라고까지 치켜 세우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들 중 하나인 사학법을 양보하려니 물이 세기 시작한 '열린당호'가 완전히 침몰해버릴 것만 같아 두려울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도 있을 수 있는 가정이다. - 결론은 한나라당이 배째라로 튕긴 노력(?)의 과실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주고받기는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 동안 너무나 일방적으로 쌍방이 '수성'으로만 일관해 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 쪽은 너무 생각없이 맹공을 퍼부었고, 한 쪽은 배째라 방어만 했다. '손자병법'의 한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어젯밤에 봤던 오늘자 경향신문의 만평이 생각난다.

[출처 : 당연히 '경향신문 만평']

딱 이 분위기. 박근혜는 아무 짓도 안해서 뭐가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는데, 한 쪽에서는 목줄이 오락가락하는 분위기. 결국 배째라고 버티며 양보하지 않아도 열린우리당이 손해, 지금와서 양보를 한다고 해도 한껏 이슈화되어버린 상황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손해일 수 밖에 없다. '공개된 외교'가 타협의 여지를 더욱 좁히고 어렵게 하듯이 공개된 정책협상도 타협의 여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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