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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츠고(Netsgo) 비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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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에서 우연히 발견한 과거의 추억(?)]


99년 7월은 내가 인터넷이라는 것을 처음 해본 날이다. 그 해 기말 보고서를 E-Mail로 제출해야 하는 것이 있었는데, 아웃룩 익스프레스로 E-Mail을 보내려니 너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깝깝한 것이 당시 나는 POP3지원의 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즉, 아웃룩 익스프레스로 E-Mail을 보내는 작업 자체를 할 수가 없었던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너무 짜증이 나서 바로 '인터넷을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에 PC통신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내가 선택한 것이 '넷츠고'다. 조금 지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넷츠고는 PC통신이라기보다는 오늘날의 그냥 카페 같은 곳이었다. 넷츠고 전용 브라우저로 넷츠고를 돌아다니다가 학교 선배가 익스플로러로 넷츠고에 들어왔을 때 받은 충격이 생각난다.

넷츠고에 접속하던 PPP접속(첫 6개월 정도는 전화선으로 접속했다.)은 매우 불안정해서 자주 끊어졌는데, 너무 짜증나서 어느날 동호회에 당시 SK그룹의 광고 멘트를 패러디해서 "고객이 KO될 때까지 OK SK!!"라고 분개했었는데 그게 한동안 그 곳 유행어가 되었었던 기억도 난다.


넷츠고 말년에는 정말 만신창이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확히 말해서 넷츠고의 좌초는 다른 PC통신들의 좌초와 그 흐름을 함께 했다. PC통신에 가입하지 않고도 인터넷은 얼마든지 안정적으로 사용가능한 시대가 왔고 동호회들의 주체도 PC통신에서 다음카페, 프리첼, 세이클럽 동호회 등으로 옮겨가던 시기였다. 넷츠고의 말년은 오히려 유저가 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은 바로 '비자'라고 불리는 비밀 자료실 때문이었다. 흔히 'VISA카드'로 통했다.

당시로서는 넷츠고 특유의 시스템이었던 모든 게시판에 첨부파일의 용량제한없이 업로드 할 수 있는 구조는 흔히 말하는 버려진 공개 게시판에 '음지인'(그늘 속에서만 암약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었다.)들이 모여서 당시 유행하던 웨어즈(Warez, 속칭 '와레즈')를 만들었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아는 사람만 아는, 근데 아는 사람이 엄청 많은' 그런 희안한 곳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음지인들의 업로드 활동은 단지 업로드 그 자체가 하나의 유희거리였다. ADSL/CABLE의 그 느려터진 업로드 속도로 700MB짜리 CD이미지 파일을 통째로 업로드하면서 마치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지하드(성전)'를 치르는 듯한 소명의식에 휩싸여서 모든 음지인들의 격려 속에서 업로드 작업을 하며 몇 시간씩 허비하던, 그러다가 서버오류('505오류'로 정말 유명했다.)로 업로드 파일을 날리면 광분하면서 서로서로 위로하면서 업로드 자료를 역할분담하며 놀던 다소 꼴통스런 짓이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풋내기 시절의 낭만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 때 '포마'라고 하는 존재는 그야말로 증오와 공포의 존재였다. '포마'는 '포럼마스터'의 준말로서 음지인들 사이에서 통하던 그런 말이었는데, 넷츠고에 포럼마스터가 존재하는 이유는 넷츠고의 동호회 도메인이 Forum.netsgo...이런 식으로 나갔고 그 서버의 일정부분을 관리하는 사람이 포럼마스터였기 때문이었다. 그 때 음지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서버바꾸기'작업으로 업로드 속도를 체크하고 빠른 서버에 몰려서 업로드를 하는 참 무식한 방법으로 지하드를 펼쳤는데, 음지인들 사이에서는 포럼마스터가 우리가 올리는 자료들을 모두 다운로드 받을 때까지는 절대 '비자'를 폭파(게시물 전체를 삭제하는 것을 '폭파'라고 불렀다.)시키지 않는다는 막연한 예상에 폭발적인 업로드를 했었다. ADSL로 풀타임으로 다운로드를 받아도 업로드가 더 빠를 지경이었으니 그들 음지인들의 활동은 그 자료들을 즐기겠다는 생각보다 업로드 자체를 즐기는 일종의 매저키스트에 가까웠다고 회고해 본다.


결과론적으로 그러한 음지인들의 유희는 주로 게임과 영화/애니메이션, 음악에 관련된 저작권법 침해라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그것에 대해서 논할 생각은 없다. 아니 논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그들은 MP3를 하나라도 다운 받은 모든 이들을 도둑놈 취급하고 있고 MP3P를 가진 절대다수의 대중들은 단 1개의 MP3파일이라도 다운로드 받은 적이 있다면 이미 그들에게 도둑놈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하드디스크에서 우연히 발견한 옛날 이미지를 통해 그 때 그 시절의 독특한 재미를 다시 되돌아 보고 싶었다. 요즘은 각종 웹하드를 통해서 유료로 업로드가 되고 있어서 그 때처럼 약간은 순수한 희생정신(?)이 사라졌다. 내 자료를 다운 받은 만큼의 1/10을 내가 포인트로 보상 받기 때문에 마구 자료가 중복되면서 백화점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서로 간의 교감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그러한 불법을 조장하는 업체는 수십억원씩 챙긴다. 그나마 P2P가 그 비자의 퇴보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의 비자(?)들은 그런 재미가 없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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