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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는 재능 때문에 망한다.

그 옛날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 보면 '양수'라는 모사꾼이 있다. 조조의 수하에 있었던 그는 영특한 재능으로 인해 조조의 후계자 책봉 과정에서 조식과 조비의 대립 구도에 개입하여 조조에게 미운 감정을 산 터였다. 이후 조조는 한중 공방전에서 힘들고 지쳐 자신을 '계륵'에 비유하였다. 충분히 흘려 들을 수도 있는 그 계륵이라는 말의 깊은 뜻을 헤아린 양수는 상관의 지휘도 없이 후퇴를 준비하다가 조조의 노여움을 사서 처형된다.

재사는 재능을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서 투신한다. 재능을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서 일할 때만 재사는 자신의 재능이 쓸모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조조는 재사를 알아보고 발탁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가진 군주였다. 그러나 그와 관련된 여러 일화에서 나오듯이 그리 포용력 있는 군주상은 아니었던 듯 하다. 때문에 재능으로 교만을 부리던 양수를 처형한 것이리라.

고건을 보면 양수가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조조의 그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국민들이 조조만큼 영리하지는 않지만, 포용력이 없는 것은 일치한다. '관운(官運)'을 타고 났다는 고건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이자, 제 발로 찾아온 기회를 어리석은 국민들로 인해 놓친 탄핵 정국을 그야말로 복지부동의 공무원스럽게 무난하게 받아넘겼다. 그리고 정국이 회복되고 나서 그는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 시기가 그는 총리직 사퇴의 최적기라고 판단했던 듯하고 결과론적으로 그 판단은 비교적 적중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건을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칭송한다. 그리고 오늘날 고건의 인기는 바로 그 복지부동에서 비롯된 큰 흠집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는 점이 베이스가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과거의 고건은 자신의 타고난 관운과 그에 따른 재능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았던 듯 하다.


- 고건의 계략?
오늘날 고건의 위기는 어떻게 초래된 것일까? 그 까닭은 바로 고건의 그 타고난 관운과 재능 때문이라 생각한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었던 여당, 민주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까지 고건을 영입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그 영입 노력에는 고건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고 고건의 '비교적' 깔끔한 이미지를 자신의 당에 투영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주인이 먹이를 가져다 주면 말(고건)은 가장 맛있는 먹이를 찾아 쫓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고건은 관운에서 비롯된 특유의 복지부동 성격으로 인해 분별력 없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FA를 선언한 스포츠선수들처럼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데 한껏 주력했다. 그리고 그것에도 모자라 정치적 색깔이 완전히 다른 이 당에 한 번 슬쩍 요염한 미소를 지어주고 나서 여론을 살피고, 저 당에 슬쩍 요염한 미소를 지어주고서 또다시 여론의 동정을 살피는 등의 자신의 정치적 노선조차도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자신의 재능으로 인해서 자신을 흐리멍텅한 존재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고건은 누군가의 수하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고건은 자신의 이름을 직접 내건 신당을 창당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고건 자신의 지지도가 전 같지 않았다는 점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존재마저 희미해질 처지에 놓였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조차 흐리멍텅하게 만들었다가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하고 깃발을 꽂았으나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이제 많이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장사치처럼 여기저기 모두 저울질해보다가 모두들 부르는 몸값이 시원찮아서 FA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처럼 독자노선을 선택하였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며 그를 고깝게 보기 시작했다.

나의 개인적 판단에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열린우리당과 연립하여 최대 규모의 정당 안에서 유일한 대선주자가 되어 다음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다는 것이 고건의 최종적 구상이었던 것 같다. 규모나 지역적 지지기반에서 별로 힘이 못되는 '민주당'과는 별로 이득이 없고, 애초에 '국민중심당'과는 생각도 안해봤을 것이고, '한나라당'과 파트너쉽을 맺기에는 자기 당 안에서도 이명박의 강세 속에서 3강 대결 구도를 펼치는데 쓸데없이 소모전을 펼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믿을 만한 놈이 하나도 없어진 무주공산의 열린우리당은 '고건'이라는 말에게 가장 맛있고 양 많은 먹이였던 것이다.


- DJ/노무현 세력과 고건의 주도권 싸움?
나는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과 고건의 연합전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싶다. 고건과 같은 복지부동 스타일은 결코 한나라당의 이명박과 대선 경쟁을 벌일 위인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이 세운 신당의 기치는 '反한나라당'이다. 노선 자체를 열린우리당 쪽으로 코드를 맞추었다. 고건에게는 규모를 갖춘 배경이 필요할 뿐, 인물론적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최악을 치닫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조직력은 분명 고건에서 매력적인 먹이이며 자신의 가세를 통한 시너지 효과로 열린우리당의 낮아진 지지도를 일정 수준 이상 회복시킬 수 있다고 계산을 놓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또 한 번 '정치꾼'으로서의 그들의 천부적 기질을 발휘할 요량인가 보다. 민주당을 수구꼴통으로 매도하며 처참하리만큼 민주당을 모독하고 탄핵정국에서 反민주 反개혁 反지역주의타파 세력으로 무참히 짓밟으며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놓고서는, 지금와서 다시 한 번 김대중의 선동적 호남순례와 다시 한 번 결집하는 호남의 민심에 적잖게 고무되었는지 김대중과 민주당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김대중의 역할론이 전격 부각되면서 민주당의 '한민공조'도 한물간 분위기다. 김대중을 지렛대로 열린우리당/민주당 합당 혹은 호남지역 기반의 신당창당을 통해 고건영입에서의 주도권을 쉽게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고건이 영입되고 나서 독선적 노선을 걷는 것을 견제하거나 고건이 대통령이 된 이후까지도 염두해둔 권력유지를 위한 해바라기식 행보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라 판단한다. 열린우리당 내 세력 간의 의견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청와대와 친노세력들은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과거의 행적이나 신념(?) 혹은 자신들이 구축한 정체성까지도 모두 내던져버릴 태세다.

그것도 아니라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이 고도의 역할분담을 계획하여 청와대/친노세력과 창당 주역들의 패배 시인과 신당창당 움직임이 엮여서 조금은 전략적 무리가 있지만 자연스런 '헤쳐모여'식 창당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 그 과정에서 고건 세력이 흡수될 여지도 충분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고건이 독자노선으로 자폭을 하지 않는 이상 고건의 종착역은 열린우리당의 후계체제일 것이기에 고건과의 협상력은 분명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신념과 정체성은 고건이라는 새로운 선장 영입을 통해서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선장이 새로운 깃발을 꽂고 기존의 기둥서방 역할을 한 선장이 물러나면 자연스레 물갈이가 되면서 '바지걸이 선장'을 만들어 당을 위해 희생하면 기존의 노선을 추구하기가 용이해진다. 바지걸이 선장에 대한 보상은 권력유지 이후에 얼마든지 노무현 정권 특유의 회전문 인사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건이 여전히 대중들에게 순결하게 보일까?

새롭게 등장하게 될 신당은 어떤 의미에서든지 현상황보다는 개선될 것이 명백하다. 적어도 '김대중 선생님'이라는 3金 중 여전히 호남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진 아이콘이 기꺼이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현재의 열린우리당 세력과 민주당 세력의 결집은 민주당이 얼어붙은 마음을 열고 열린우리당 내의 정체성 논란이 해결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권력 획득이라는 단일한 목적추구 과정에서 모두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오늘 광주를 방문해 또 한 번 反지역주의적 연설을 한 노무현의 연설과 그의 행보는 표리부동함 그 자체이지만, 권력을 향한 투쟁 과정은 권력 획득이라는 결과 앞에 희석되고 순결해질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영입하려고 하는 새로운 선장 고건이 지금에 와서도 과거의 그런 '순결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소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이런 반문에 대한 근거는 당장 가장 최근에 조사한 여론 조사에서 고건의 국민적 선호도가 이명박, 박근혜 다음의 3위였으며 박근혜와는 5% 정도의 차이에 불과했지만, 이명박과는 두 자릿수 이상의 선호도 차이가 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것은 단순히 보수세력의 결집으로 단정지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열린우리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2~30대 젊은층이 대거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철회한 상황에서 고건이라는 카드를 영입한다고 해서 두 자릿수 이상의 선호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하다 못해 '유신공주'라고 불리는 군사독재의 세습체제인 박근혜에게조차도 지지도가 밀린다는 것은 현재 고건의 위상이 '작년 이맘때의 고건'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날 고건의 추락(?)은 자신의 몸값 부풀리기 과정에서 스스로 유발한 반감이 기초되어 있음을 지적하려 한다.

자수성가한 CEO출신의 대선주자성공한 개발독재의 후손 대선주자, 관료형 대선주자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는 매우 흥미로운 대선 구도에 직면한 한국과 한국 국민들은 다소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흠집이 있다. 그러나 2가지 중요한 문제는 이들 3인 중 2명은 같은 당내 경쟁을 거쳐서 하나의 후보로 단일화될 사람이라는 점과 유일한 저항세력으로서 선택된 고건이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은 이명박과 박근혜 둘 중 누구든지 후보가 단일화된다면 둘의 지지율이 온전히 하나로 합쳐지지는 않겠지만, 상당 부분 둘의 선호도가 규합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단순 계산으로 고건과 한나라당 단일 후보 사이에 선호도가 '더블 스코어'가 된다는 의미다. 과거 청렴한 이미지에 45%가 넘던 지지도를 가진 고건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고건으로선 상대할 수 있는 적수가 아니다.

여기에 고건의 대선승리 열쇠를 쥐고 있는 김대중의 역할이 역설적으로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역효과를 우려해야 한다. '정치은퇴'를 선언한 김대중의 지속적인 정치활동과 지역주의적 발언들, 그리고 反지역주의를 외치면서도 지역주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열린우리당, 김대중의 입김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민주당의 줏대없는 모습에 실망할 일부 민주당 지지세력, 반세기에 걸친 3金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세력, 최종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조직력에 의지해야 하는 고건까지.

지금의 고건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다. 1년 전의 고건이었다면 충분히 할만한 승부였겠지만, 재사가 재능을 너무 부리다 보니 대세를 놓쳐 버렸다. 지금의 갈등하고 있을 고건을 보면 마치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다소 안타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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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News

- 부패·빈곤 속 좌파 구호만 요란한 베네수엘라
인구 3천만명도 안되는 작은 나라가 석유파동으로 인한 수입폭증만을 믿고 대중선동과 편향된 이데올로기 주입으로 무지몽매한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베네주엘라에 대한 삐딱한 시선들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하나 보다.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말이 많아지는 정치인은 그 만큼 무엇인가라도 어필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민 독재자 차베스의 아이콘은 부시 하나 뿐이다. 마치 2004년 美대선에서 캐리 후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오로지 反부시 여론 하나에만 의지하여 인기몰이를 했던 것처럼 차베스는 김정일 왕조와 같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 실패한 사회주의와 차베스식 사회주의의 차이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굳이 임의로 내가 정의내려 주자면, 베네주엘라의 '모방 사회주의'는 대중선동과 '부시'라는 공적(公敵)설정을 통한 파퓰리즘, 석유파동이 가져다준 일시적 부(富)에 도취되어 남발하는 각종 사회정책에 기인한 야당이 전혀없는 1당 독재의 하루살이 정권에 불과하다. 뒷북치는 종속이론적 국제사회인식은 차베스 개인의 권력욕 속에서 자국의 역사적 후퇴로 귀착될 것이다. 많은 중남미 독재정권들이 그러했듯이.


- 내달 방미 앞두고 후진타오 '미소 작전'
내가 만약 중국 신민(臣民)이라면 저 갑갑한 1당 독재국가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싶다. 법보다 지도자의 의지가 더 앞서는 나라. 지도자가 정하면 국법이 지도자의 의지대로 마구 바뀌는 나라.
나는 중국이 지금 천안문 사태와 같은 민주항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2가지로 꼽는데, 하나는 그들의 민주적 역량 부족 즉, 함량미달이고 또 하나는 천안문 사태의 실패 이후 중국 민주화에 좌절한 지식인층이 대거 서방세계로 떠났다는 추측이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날 미국과 서방세계에서 중국 인권을 직접 공격하는 배후 세력으로서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판단한다.
후진타오의 이런 가식적인 행위에 대한 미국쪽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엄연히 사회주의 국가이고 사회주의가 자신들 권력 독점의 원천이니 그렇다지만, 너무 뻔뻔스러운 이런 손짓은 좀 배제할 수 없나? 맨날 大國이 어쩌고 하면서 하는 짓은 왜 이 모양인지.


-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 대구 방문
김대중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를 친위방문한다. 영남대에서 민주화와 남북간 평화적 교류, 화해협력 기반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하는데 어쩌면 상당히 분위기가 험악해질지도 모르겠다. 현정권에 대한 대구/경북의 민심이 얼마나 이반되어 있는지 몸으로 느낄 만한 계기가 될지도. [아니면 학교 쪽에서 알아서 기어서 통제가 이루어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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