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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from 그가 사는 방식/사색 2008/05/17 13:22
어젯밤 퇴근길에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13층에 서 있던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아주 귀여운 여자아이가 내렸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언제나처럼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안녕?"


아이는 빼꼼히 올려다 보더니 쪼르르 도망치듯 나가 버렸다.
허공에서 민망해져버린 나의 손.

퇴근길이다 보니 조금 꾸지리했던 내 행색이 보기 싫었던 걸까?
아니면 내 미소가 선량해 보이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몇 주 전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를 강간하려 미친 듯이 때리고 짓밟은 어느 40대의 씨발개씹새끼놈 때문일까.


태어나서 이 날까지 완전히 아기가 아닌 이상, 한 번도 아이들에게 내 인사가 외면 받은 적이 없었다.
그 아이가 나를 그 씨발개씹새끼놈과 비슷한 부류일지도 모른다고 경계했을 것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아이가 날 경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슬프다.


* * * * * * * *

새벽 5시 쯤에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원래 한 번 잠들면 어지간해서는 중간에 깨지 않는 내가 정말 예외로 잠에서 깨어 손을 씻은 직후에 벨이 와서 새벽녁 전화치고는 꽤 빨리 받았다. 그녀도 내가 너무 빨리 받아서 놀랐다며 당황해 한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했다고 했다. 사실 내가 더 듣고 싶었다.
그런데 3일 연달아 새벽 3시 이전에 잠들지 못한 나의 몸은 비몽사몽.

요즘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댈 곳이 되어줄 수 없었다.
일에 쫓겨서.. 시간에 쫓겨서..
내 마음과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기서 지켜봐야만 했다.

다시 전화해서 꽤 오래 해보지 못했던 말을 슬쩍 전했다.
잠결인 듯이 분위기에 섞어서..
매일 매 시간 하고 싶은 말이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내가 품은 마음만큼 그 사람과 함께 아픔을 희석하고 싶다.
하지만 조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품은 마음만큼.. 그 사람의 아픔이 내게 전이된다.
내가 아직 미치지 못한 그 사람을 위한 나의 모자람이 나를 슬프게 한다.


얼음구름,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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