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못쓸 경험이다.
오늘 평소보다 다소 일찍 퇴근할 수 있어서 집에서 게임 한 판하고 나서 지난 번 주문에서 제대로 도착하지 않았던 택배들을 차곡차곡 챙겼다. 주력 렌즈인 24-70mm에 좀 더 좋은 필터를 끼워 줬더니 괜시리 사진이 더 잘 찍히는 것 같다. (이건 거의 모니터를 닦았더니 컴퓨터가 더 빨라진 것 같다와 동급의 헛소리렷다-!!)
동성로의 올리브컬러에 네거티브 필름 한 롤과 흑백필름 2롤을 맡겼더니 스캔비가 14200원이다. 그나마 할인을 받아서 한 것이 이 가격이니, 흑백사진을 현상하는 것에 대해 조금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 (흑백필름은 올리브컬러에서 현상이 되질 않아서 외부로 보내서 현상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싸다.) 내가 오늘 맡긴 필름 3롤의 가격이 1만원이 될랑말랑인데.. 현상비가 더 크다니..
돌아오는 길에 픽스딕스에 들렀다가 니콘의 신제품 D700을 만져보게 되었다. '지름의 성지'라고 하는 픽스딕스에 그 동안 여러 번 들락거렸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된 지름의 뽐뿌를 받은 적이 없었다. (왠만해서는 자잘한 걸로 뭔가를 해보는걸 좋아하지, 큼지막한 걸로 잘 안지른다. - 말이 자잘하지.. 사진 세계는 자잘한게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는 느낌.)
누군가가 만지고 있던 D700을 넘겨 받아서 20여분 가량 만지작거리며 설정하고 테스트해본 결과..
오. 쾌남!! 호방하다! 호방해! 잘생겼다! 잘 빠졌다! 지르고 싶다~!!
하지만 300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보며 곧 이성을 되찾게 된다. 하핫-
확실히 좋긴 좋더라. LCD가 커서 그런지 갑갑함도 없고.. (D700은 3인치, 내가 쓰는 D80은 2.5인치.) 무엇보다 바디 안에서 적잖은 범위의 사진 선보정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선호하는 모노크롬 설정도 색상을 아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 대구에서 유명한 중고 필름카메라 상점에 들러서 필름카메라를 구경했다. 거기서 내가 최근 사고 싶어하던 Nikon FE2바디가 있었는데, 거의 신동품스러운 바디가 눈앞에 떡하니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깨끗하고 도색 벗겨진 곳 하나 없는 신동품스러운 녀석을 보니 지갑이 절로 나올 뻔 했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시세보다 거의 10만원 가까이 비싼 29만원(바디만!!)을 불렀고, 나는 다시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50mm팬케익 렌즈를 끼우고도 20만원 안팎으로 살 수 있는데, 바디만 놔두고 너무 쎄게 불렀어!!
아흑.. 요즘은 눈에 카메라 밖에 안보인다. 중증이다.
얼음구름,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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