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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Victory Without Suffering.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 // 사진은 클릭으로 리사이즈. by 얼음구름


이해하기 힘든 일본야구의 원시성? 의외성?

오오미치 9회말 풀카운트 동점 홈런 동영상

'근성'이라는 미명 하에 투수를 혹사시키는 것으로 악명 높은 일본프로야구리그가 또 한 번 그 놈의 근성 타령과 투수의 완봉승 욕심에 경기 하나를 그르쳤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이미 140개의 투구수를 기록중인 소프트뱅크의 스기우치가 2-3 풀카운트 상황에서 한가운데로 쏠린 실투성 패스트볼이 짧은 배트로 유명한 노장 오오미치(40세, 시즌 1호 홈런)에게 그대로 걸리며 넘어가는 동영상이다. 다이에 호크스 시절 '남자라면 오오미치처럼, 사내라면 오오미치처럼'이란 말이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한팀에서만 평생 투신했던 그였기에, 지금의 초라한 황혼기에 다시 한 번 팬들은 그에 대한 추억과 낭만에 젖을 만한 극적인 순간이다.


메이저리그와 재팬리그는 투수 운영에 있어서 그야말로 극과 극을 보인다. 美메이저리그는 투수의 투구수와 투구이닝을 철저히 조절하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투구수와 투구이닝을 체계적으로 조련 받지 못한 선수는 여지없이 단명하기 일쑤였다.

대표적으로 폭발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던 리반 헤르난데스(플로리다 말린스의 월드시리즈 첫우승 주역), 캐리 우드(MLB역사에서나 볼 수 있는 신화적 선수들을 제외하면 현역 선수로서 캐리 우드보다 센세이션을 일으킨 루키시즌을 보낸 투수는 극히 드물다.), 마크 프라이어(프라이어는 관리를 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즌 살짝 오버하자 바로 무너진 케이스) 등처럼 토니 라루사 이후 투수 분업화가 이루어진 시대의 투수들은 제대로된 관리를 받지 못받거나, 잘던진다고 1~2시즌 정도 커리어-하이 시즌를 보내면 이내 몇 년씩 드러누워버리거나, 그저그런 투수로 전락해 버렸다.

반면 일본의 에이스급 투수들은 예외없이 기록적인 혹사를 당한다. 굳이 멀리 볼 것도 없이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수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일본의 초고교급 에이스 출신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재팬리그에서 내가 기억하는 최대 투구수가 250개가 넘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00개 정도를 투수들의 한계투구로 여기며 120개를 넘어서면 완투승이나 완봉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감독은 투수 강판을 강력히 고려하게 되며 투구수 130개가 넘는 상황을 방치하는 감독은 팬들과 전문가 집단, 미디어로부터 심각한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그런 케이스였는데, 결국 마크 프라이어를 고장낸 것과 팀성적 부진이 치명타가 되어 시카고 컵스 감독에서 퇴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잘던지는 감독이 쉽사리 강판하려 들지도 않고, 일본 야구팬들 또한 그런 면에서 상당히 관대하며 근성이라는 불가측한 가치를 중시한다.


이와 같은 같은 현상에 대한 인체의 영향에 대해 서로 극단적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투수의 어깨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경우는 투수의 어깨를 '분필(초크)'로 해석하는 경향이 대세이며 꽤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분필 이론'은 한마디로 투수의 어깨는 유년기-청소년기를 거치며 적절한 훈련을 통해서 단련시킬 수는 있지만, 신체가 완성이 되는 시점에 이르러서부터 투수의 어깨는 쓰면 쓸수록 분필처럼 닳아서 어깨가 망가지기 시작한다는 해석이다. 한마디로 완성된 인체는 그 상황에서 100%이며,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인체의 에너지는 방전된다는 해석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투수의 어깨가 신체가 완성된 이후에도 계속 단련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서 투수의 어깨를 과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단련과 근성'을 통해서 투수의 신체는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으며 그 끝이 무궁무진하다는 다소 황당무계하지만,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며 일본에서는 마쓰자카 다이스케, 노모 히데오처럼 메이저리그의 입장에서 엄청난 혹사를 경험했던 투수들이 장기간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고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보냈던 실증적 사례를 통해서 주장을 입증하려 한다. (물론 일찍 망가진 케이스도 많다. 문제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망가진 것인가' 하는 관점의 차이랄까?)


스기우치가 메이저리그의 관점에서는 불가능한 140개가 넘는 투구수를 던져가며 완봉승을 욕심냈지만, 결국 일반적 스포츠과학의 관점에서 무리하는 과정에서 승리를 날리는 동영상을 보며 다시 한 번 그 놈의 '근성의 야구'를 외치는 일본야구의 답답함을 지적하고 싶다. '근성의 야구'가 어릴 적부터 세뇌된 일본인 투수들은 스스로 강판되어야 할 때라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 결국 투수의 과욕과 감독의 과욕 혹은 근성이란 불가측한 가치에 대한 맹신이 팀승리를 날린 꼴일 뿐이다. 동시에 '남자라면 오오미치'라는 추억의 영웅을 돋보이게 한 꼴이기도 하고.

스기우치는 오늘밤 잠을 잘 수 있을까?


얼음구름,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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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Trackback 0
  1. BlogIcon 애리 2008/06/27 00:45 address edit & delete reply

    그렇군요. 분필 이론이라.. 그걸 잘알고 투수에게 큰 욕심안부리고 적당량만 채워주는 감독. 제가 한분 알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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