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밤쯤부터 일꺼다. 시골에 조카들 구경을 즐겁게 하고 나서 거래명세서를 입력하고 세금계산서를 뽑기 위해 일을 마칠 때쯤부터 코가 심상치가 않았다. 어머니께서 비염이 심하셔서 고생을 하시다가 수술을 받았는데, 그 때문인지 나도 비염이 좀 심하다. 그래서 환절기만 되면 코가 아주 고생이다. 코뼈가 살짝 휘는 무슨 측만증인데.. 그것이기도 하다. 손으로 만져도 코뼈가 살짝 기울어져 있긴 하다. 여튼..
2일이었던 어제가 완전 피크였다. 코가 꽉 막혀서 숨쉬기도 힘들고, 머리도 띵하고 목도 붓고 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병원에 갔다가 좀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남보다 못한 아버지와 함께 있다 보니 병원에 갔으면 싶다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병원 문닫을 시간 때쯤 되어서 지나가는 말로 '병원에 가라'는 식으로 툭 내뱉고는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그가 떠나면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 당연히 병원은 못갔다.
3일 오늘도 계속되는 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가 계속 휴지를 써대는 냐 꼴이 보기가 싫었는지 역정을 내며 병원에 가라고 버럭 화를 냈다. 그러면서 어제 왜 안갔냐며 짜증을 낸다. 꾸역꾸역 병원에 갔지만, 병원이라고 별거 있나? 그냥 주사 한 대와 약 3일치가 전부다.
'주사'를 꽤 간만에 맞았는데, 주사라는 것은 언제나 느낌이 묘하다. 낯선 여자에게 잠자리를 함께 할 것도 아닌데 엉덩이를 까야 한다는 독특한 경험과 그녀가 나의 엉덩이를 날카로운 바늘로 찌를 것이라는 약간의 공포심, 그리고 그녀가 언제 어떤 타이밍에 나를 찌를 것인가 하는 약간의 스릴이 5초 안팎의 시간 동안 흘러간다. 포경수술('남근성형수술'이라고도 부르는 그것.)을 할 때는 너무 어려서 그런지 바지를 까도 아이의 물건이라 남사스러울 것도 없는데, 낼모레 서른이 될 나이에 엉덩이를 까는 것은 왜그리 쪽팔리는지 알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순수함을 잃어버려서 내 몸을 보인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오랜만에 깐 나의 엉덩이를 두고서 그녀가 "이 주사를 맞으면 약에 취한다는 느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내게 이야기했다. 내가 주사를 처음 맞는 것도 아니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기에 "네-"라고 별 생각없이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다. 의외로 별 느낌없이 지나간 주사바늘이 주는 통증의 순간. 그리고 되돌아 오는 길에 시작된 어지럼증과 나른함. 덕분에 오늘 2시간 가까이 비틀비틀하며 사경을 헤맸다. 주사를 맞고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오늘 맞은 주사는 무슨 몰핀이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도 멍하고 사지에 힘도 없고 묘했다.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까칠하게 틱틱거리며 주사 한 대 맞았다고 빌빌거린다고 빈정거렸다. 언제나 그랬지만 유난히 대꾸하기도 귀찮았다.
반나절 정도 지났는데 코가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한결 나아서 지낼만 하다. 오늘은 군에 간 후배 녀석이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올해 5월 5일이 제대일이라는데, 어린이스러운 녀석이 어린이날에 제대를 하니 나름 축복받았네. 오늘 밤은 간만에 보는 후배 녀석 2명과 다소 늦게까지 어울릴 듯 하다.
얼음구름,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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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ro 2008/01/04 09:01
므흣한 스토리를 기대 했는데, 병원이었군요. ㅋㅋㅋ
예전에 전 감기 주사 맞고, 감기약 먹고 몽롱한 상태에서 바로 음주에 돌입했는데, 11시도 되기전에 기절한 적이 있습니다. 코나 목에 작용하는 약재들이 중추신경계를 살짝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거기다 알콜까지 들이 부으면 자칫 치명적일수도 있다더군요. 쾌차 기원합니다~-
얼음구름 2008/01/04 17:14
요즘 마스크맨(?) 생활에 휴지를 달고 지내고 있습니다. ㅎㅎ;;
어제 새벽녁에는 코가 막혀서 말도 잘 못하겠더군요.
;
이거 며칠 더 갈 것 같아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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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2008/01/04 10:28
술도 못마시면서 뭐하고 늦게까지 놀았어?
여자들이야 뭐 술 안마셔도 커피 한잔 시켜놓고 수다 떨지만 (난 제외!)
난 화요일에 퇴원해~ 엄마가 허락만 하신다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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