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상실해 가는 MLB 스토브리그
MLB 스토브리그가 점점 이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작년의 거품계약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오늘 카를로스 실바 같은 평범한 B급 선발투수가 4년간 4800만 달러에 시애틀과 계약을 맺었다는 기사를 보니 그저 할 말이 없어진다. 메이저리그 7년차부터 FA가 실시되어서 한국의 9년차 FA보다 훨씬 더 실용성이 높고 보상금 제도가 없는 홀가분한 체계이다 보니 경쟁이 심한 탓일 수도 있지만, 선수 수급을 대책없이 FA계약으로만 묶어내려는 몇몇 빅마켓팀들의 허세와 고만고만한 재정의 팀들까지 부화뇌동으로 돈지갑을 들고 날뛰는 꼴이 실로 가관이다.
MLB팀들은 일종의 독립사업체로서 개별 팀들이 스스로 흑자를 내고 팀을 경영해야 한다. 팀들은 흑자를 낼 수 없는 환경에서는 선수단에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MLB팀들이 선수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것은 그 만큼 돈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인데, 그 돈의 진원지는 온전히 시청자와 관람객들이다.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고급화된 MLB팀들의 티켓 패키지들과 몇몇 구단들은 구장을 개보수하면서 저가의 좌석을 대거 밀어내고 고액의 좌석을 과반수 이상 배치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던 일을 기억하자.
미국에서 야구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생활의 일부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수준까지다. 선수들의 연봉사치를 위해 애호가들이 경제적으로 호구짓을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FA시장에서 선수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많은 팀들이 유망주들을 키워내기보다는 FA로 손쉽게 전력을 보강하려 하다 보니, 실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푹푹 썩기 때문이 아닌가? 왜 플로리다/오클랜드 같은 팀들은 유망주들로도 베터랑들이 넘쳐나는 팀들보다 더 좋은 성적 혹은 필적하는 성적을 올리는가? 팬들은 베터랑들이 커리어를 지속하여 '전설'이 되길 원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얼굴'을 만나고 싶어 한다. 막연히 내 주머니의 돈만 털어가는 전설이라면 그를 보기 위해 팬들이 구장을 찾을까. 아니면 그럴 것이라고 유치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여튼 올해 스토브리그도 각 팀 프런트들이 제 정신이 아니다. 정말 실력 있는 선수들은 헐값에 장기계약에 묶여있고 별 시덥잖은 2류 3류들이 몇 백만, 몇 천만(심지어 억단위까지) 달러짜리 다년 계약을 맺으니 뭔가 심각하게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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