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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연장을 위한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된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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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파키스탄. AFP연합]

흔히 '친위 쿠데타'라고 한다. 非집권 세력이 집권 세력이 되고자 벌이는 정변(政變)행위를 '쿠데타'라고 하는 프랑스어로 통칭하는데 반해, '친위쿠데타'는 집권 세력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영위하기 힘든 경우에 이루어지는 집권 세력의 헌정질서파괴행위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으로 박정희 前대통령의 '10월 유신'이 있다.

집권 세력이 정권 연장이 힘든 경우는 오직 한가지 뿐이다. 그것은 지금 한국의 집권여당과 노무현이 경험하고 있는 통치의 실패에서 오는 실망감에 기인한 '국민으로부터 버림 받음'이다. 이와 같은 지지율 침체 상황에서 비교적 정상적인 민주적 절차1 를 갖추고 있는 정치후진국에서는 독선적 집권 세력들이 흔히 선택하는 정권연장 수단이 '친위 쿠데타'다. 스스로가 만든 헌정질서를 부정하고 좀 더 정권친화적인 정치환경과 헌정질서를 재수립하는 행위인 것이다. 마치 지금까지의 자아를 부정하고 새로운 자아를 창조하는 트랜스젠더와 같은 정치행위랄까?


그 자신의 무능함으로 인해 오랜동안 정권불안정과 정권연장의 어려움으로 고생하던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망명 재야정치인이었던 정적(政敵) '부토'와의 연립정권을 부정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서 사실상 지금까지 스스로 지켜왔던 정치질서를 파괴했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내정치 행보에는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유일패권국 미국에 있어서 파키스탄이 가지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그러한 지정학적 중요성에 기인한 미국의 협조와 묵인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은 겉으로는 반대하나, 내부적으로는 묵인하기로 현시점에서는 마음을 정한 듯 하다. 부시 행정부 말기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외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부족한 부시행정부에게 현 시점에서 미국에 우호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파키스탄에 대해 불필요하게 민주적 가치 수호를 들이밀어 무샤라프를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그를 정치적 난관에 빠뜨려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게 해야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정부가 무샤라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미국에 협조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이상 굳이 무샤라프를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 부시행정부의 '민주주의 확산'의 기치는 그 동안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행사되어 왔으나, 많은 국가들로부터 과도한 내정간섭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고, 이란/북한/아프가니스탄 사태만으로도 이미 부시 행정부의 외교력은 더 이상의 여력이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다. [각주:1] 미국의 이와 같은 입장 표명에 고무되었는지 무샤라프의 대중시위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미얀마 탄쉐 장군과 같은 유혈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유혈사태 발생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뿐이다.[각주:2]


하지만 이러한 무샤라프의 대중탄압과 권력독점에 대해서 미국의 입장이 지속적으로 親무샤라프 입장을 고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공식적으로 독재정권을 옹호한 사례로 가장 최근에 기록된 정권이 적도기니의 27년 철권통치를 해오고 있는 오비앙 응구에마 군사정권으로 콘돌리자 라이스는 응구에마를 '선량한 미국의 친구'로 치켜세운 바 있다. 하지만 적도기니의 정권은 이미 리비아의 카다피만큼이나 오랜 통치로 그 나름의 삐뚤어진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는 정권이고, 어느 누구도 그들 국가의 민주적 가치 수호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이 없다. 즉 그들 국가들은 국제여론의 관심 밖에 동떨어진 국가들이란 의미다.

반면 파키스탄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전초기지이자 병참요새로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영내의 작전 수행을 위해서 파키스탄의 적극적 협력을 필요로 하고 그로 인한 미국의 오랜 적성국이었던 파키스탄과 미국의 전략적 화해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집중된 이목은 파키스탄 정치상황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민주주의의 확산을 주창했고 태국의 군부쿠데타에 이어 미얀마 사태에서도 유례없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제2의 미얀마가 되고 있는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 말인 즉슨, 무샤라프의 무모한 정치적 모험은 미국의 對파키스탄 정책의 변화 혹은 파키스탄 내부 유력 反무샤라프 정치집단과 미국의 정략적 쿠데타가 자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각주:3]


무샤라프는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무샤라프가 이토록 국제 사회에서 자국이 가진 역량 이상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고, 인접국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군사적 무장을 용인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親美정책에 기인한다. 그러나 집권과정에서 여러 실정으로 민심을 잃었고 야당세력을 탄압함으로서 스스로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켰고, 현재는 그 총칼이 민주국가의 존립기반인 국민을 향하고 있다. 현 시점은 이미 무샤라프가 사태를 원래대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나와버린 듯 하다. 지금 상황에서 무샤라프에게 남은 것은 '독재자의 멍에'이거나 '정치적 망명' 뿐일 것이다. 통계가 잡히는 국가들 중 가장 빈곤한 국가들 중 하나인 파키스탄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1. 다르푸르 사태에 대해서 부시 행정부의 직간접 개입 의사를 표명-관련글 보기-한지 1년이 넘도록 뚜렷한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본문으로]
  2. 이미 무샤라프와 권력 분점을 약조받고 오랜 망명생활을 청산했던 부토의 귀국환영식장에서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토를 향한 테러행위의 범인을 무샤라프와 그 추종자들이라 확신한다. [본문으로]
  3. 가장 최근에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고 미국이 자의적으로 직접 군사력을 동원하여 정권을 붕괴시킨 국가로 아이티공화국이 있다. [본문으로]
  1. 직접선거를 비롯한 정상적 정당정치에서 벌어지는 합법적 정권교체 수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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