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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사진 조금 정리.

사진을 대충 정리[보기]하고 나서 나머지 사진들과 내 동생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 중에서 약간 더 추려봤다. 삶을 살면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고 느끼며 살아 왔는데, 정작 나 자신은 사진을 별로 찍은게 없었다. 그나마 7년 동안 찍어왔던 사진도 한 방에 하드포맷 실수로 날리고 나서 오랜 공황에서 벗어나지 못했었으니, 더 삶의 흔적으로서의 사진에 굶주렸나 보다. 그 때문인지 내 동생의 카메라 속에 담긴 내 모습의 7할 가까이는 내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계속 찍고 있는 모습이었다.
잘 찍지도 못하는 사진을 뭐하러 그렇게도 열심히 찍어댔을까. 어찌나 열심히 찍어댔었는지 어머니께서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전공을 잘못했다. 그냥 사진이나 배워서 예식장에 촬영 다니면 좋았을텐데.." 하면서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던 말씀도 하셨다. 사진 찍는게 재밌기는 한데, 난 쥐뿔도 찍는 법을 모른다. 게다가 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과 해야 하기에 하는 것에서 엄청난 능률의 격차를 보이기 때문에 일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것은 즐겁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나 스스로를 '결국은 가난하게 살 팔자'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21C의 위인(?)으로서 이건희의 죽은 막내딸을 가슴 깊이 존경한다. 그녀는 삶 속에서 그녀에게 주어진 2500억 재산보다 더 중요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낸 위대한 인물이다. 물욕은 인간과 금수를 경계 짓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물론 그녀의 빌어처먹을 아버지와 오빠들은 지금도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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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무언가를 찍고 있었던 나. 나는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쉼없이 메모리 카드에 담고 있었냐구? 그야 물론 물어보나 마나지. 나라구. 나. 내가 뭘 찍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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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런거(?) 찍고 있었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모두들 짜증을 냈지만, 난 오히려 절반쯤 즐기고 있었지. 더운 날씨에 옷을 많이 입으면 더 덥다구. 암.. 물론이지. ㅋㅋ..]


사실 어딘가에 가게 되면 가장 그 장소의 특징을 잘 내포한 것들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 가기 전에 나름대로 상당히 머리를 굴리게 되는데, 낯선 환경에서는 그 낯선 곳의 모습들을 많이 담고 싶어진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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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 어디에서나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이 옷을 훌렁 벗어던지고서 상반신 정도는 나체로 하고 다니는 빡빡 깎은 머리를 한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Fatal Fury의 텅푸를 떠올리게 하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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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음 사진의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고 섹시한 여자애들만큼이나 흔하게 이런 극빈층을 도심과 외곽지역 할 것 없이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솔직한 내 기분은 '거지소굴 속을 누비는 부르주아들(그 극빈층들과 같은 국적을 가진 부르주아)'의 허세로 떡칠이 된 모습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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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어느 가난한 마을 주민이 타고 다니던 출고된지 몇 년쯤 되었는지도 계산이 나오지 않을 3륜 자동차. 넓은 도심 속의 작은 가난과 유치한 부의 과시를 벗어나면 바로 광활한 빈곤의 늪이 펼쳐지는 희안한 나라.]

이즈음에서 요상한 이야기들을 접어 버리고. 내가 중국의 미래를 워낙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더 강렬하게 눈에 남았네. 가난을 보는 것만큼이나 부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적어도 도심지 안에서는.


동굴 사진은 따로 조금.. 나처럼 고소공포와 밀실공포가 있는 사람들은 동굴에 들어가길 꺼린다. 특히가 700m나 되는 깊이를 가진 거대한 동굴이면 그야말로 두려움과 경외심이 극에 달한다. 내 키보다 더 큰 석회기둥들이 내 눈 앞에서도 작은 물방울로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 옛날 B급 일본 에로 애니메이션의 단골메뉴였던 '촉수괴물'처럼 종유석들이 나를 찌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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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어머니께서는 싸고 단거리엔 괜찮다고 짱개네 비행기표를 끊으셨다. 하지만 저 비행기를 타고 난 후의 내 결심은 앞으로는 내 목숨 다 하는 날까지 중국항공사 비행기는 타지 않으리라 굳게 나 자신과 약속했다. 난 정말이지 베이징국제공항의 기상 악화로 2시간반이나 딜레이되어서 간신히 출발한 비행기가 추락하는 줄 알았다. 나 자신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선글래스가 아닌 일반 안경을 쓰고서 찍은 내 모습인데, 왠지 좀 나 자신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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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늘 위에 올라가니 곧 추락해버릴 것만 같은 그 짱개네 비행기도 멋진 구름 위의 절경을 보여 주었다.]


이제 대충 가족여행과 관련된 사진은 정리된건가.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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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BlogIcon Run 192Km 2007/07/22 10:31 address edit & del reply

    가족과 해외여행이라 멋지십니다.
    동굴사진..
    사진만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동굴들하고 스케일이 다르네요;;-ㅂ-;;

    • BlogIcon Hedge™ 2007/07/23 01:44 address edit & del

      뭐랄까.. 좀 무섭더군요.
      종유석들이 너무 크고 깊고 높고 하니,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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