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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Victory Without Suffering.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 // 사진은 클릭으로 리사이즈. by 얼음구름


기업 간의 거래매너 지키기

기업 간 거래의 매너 지키기라는 것은 사실 조금은 모호한 점이 있다. 발주처가 대금결재를 해주어야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게 2차 대금결재를 해줄 수 있는 먹이사슬 관계로 물고 물려 있기 때문에 결국 발주처의 거래 매너에 따라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거래매너가 지켜지기 용이한 것이 현실이지만, 1차 밴드 2차 밴드 사이의 거래 매너도 결국은 상위 사업자의 경영 마인드에 달려 있다. 발주처는 1차 밴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대금지급이 정확하고 대금할인과 같은 부당거래행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1차 밴드와 2차 밴드 사이의 거래매너는 적어도 발주처와 1차 밴드 사이의 거래매너보다는 상대적으로 위법적인 관계에 놓이기 쉽상이다.

현장에서 개인사업자로 근무를 하다 보니 많은 1~2차 밴드 사업장의 사장님들이나 임원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서 꽤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예를 들면 구미LG의 대금결재 매너가 굉장히 추잡하고 제대로 결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1차 밴드들이 자금수급이 늦고 이런 과정에서 2차 밴드들이 1차 밴드의 하청대금을 제때 수금하지 못하고 6개월 이상의 어음결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우리 집은 LG 1차 밴드로부터 100만원짜리 어음도 받았다. 그것도 6개월짜리다. 머리털나고 100만원을 어음으로 결재하는 것을 처음 봤을 뿐더러 그것도 6개월짜리를 주는 1차 밴드 업체는 처음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0만원짜리 어음을 발행한 그 업체는 매출이 4천억원대 사업장이다.) 그 LG 1차 밴드 업체는 우리 집 말고도 다른 집에서 몇 번 등쳐 먹은 것에 분기탱천한 어느 협력업체에서 화딱지 나서 찔러댄 탓인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실사가 들어왔고, 협력업체로 등록되어 있던 우리 집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설문지가 도착해서 7월 16일까지 인터넷 접수를 요청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거래매너도 LG만큼은 아니지만, 후줄근하기는 매한가지다. 삼성은 협력업체들에 대한 실사와 경영간섭이 굉장히 심하기로 유명했다. 대표적인 예로서 아버지 친구분 중에서 삼성 1차 밴드를 꾸리시던 분은 삼성 측에서 '물량이 터질 것이기 XX와 XX를 갖추고 인력을 보충하라'라는 지시를 받고 발주처의 말만 믿고 투자를 실행했다가 1년 이상 맹탕을 쳐서 부도처리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리 집과 거래하는 아버지 대우전자 시절 동생분이 운영하시는 삼성 협력업체는 최근 삼성 측의 대규모 실사를 통과하기 위해서 열흘 이상 호들갑을 떨었다. 그 실사에서 통과하는 업체에는 삼성 측에서 새롭게 재구성하는 그 쪽 분야 업무를 일종의 올인원(All-in-One) 식으로 밀어주고 탈락자는 협력업체에서 배제된다고 하는데, 기존에 벌어졌던 삼성 측의 선례들을 볼 때 그 아버지 동생분께서 어떻게 대처하실지 모르겠다. 그 분은 우리 집에 단일업체로서 가장 많은 소득을 올려주는 업체인데다가 아버지의 인맥들 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배신하지 않을(?) 업체여서 장기적으로도 그 업체가 잘되는 쪽이 우리 집과 나 자신의 근미래에도 유리하다.

깨놓고 말해서 올인원으로 밀어준다고 해도 문제다. 아버지 회사원 시절 동생분 업체 말고 또 다른 삼성전자의 협력업체가 우리 집과 거래를 하는데, 이 쪽 업체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삼성 쪽의 거래매너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최근 언론에서도 설문조사를 통해서 소개된 적이 있지만, 하도급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발주처의 일방적이고 비정상적인 '납품단가 인하요구'다. 그 업체 사람들이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직전 납품을 할 당시에 xxxx만원(정확한 금액은 곤란하니.)을 받았던 물건이 바로 다음 납품을 할 때가 되자 납품 단가의 약 45%를 낮춰서 납품가를 맞출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가격에 납품하던지 거래를 끊던지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도 삼성은 LG에 비해 대금결재는 비교적 제때 해주거나 단기어음을 발행한다고 한다.


최근 우리 집과 거래를 하던 2업체 사이에서 벌어진 1차 밴드(삼성전자 협력업체이고 아버지와도 상당히 안면이 있는 사장이 운영한다.)와 2차 밴드 사이의 거래매너도 꽤나 심각하다. 1차 밴드 업체의 총책임 출신으로 독립해서 나온 2차 밴드 업체 사장님과 그 쪽 사업장 사람들과는 내가 이 곳 낯선 땅(?)에 와서 가장 처음 친분을 맺은 사장님과 직원들이다. 점심 시간에 곧잘 그 곳에 놀러가서 족구를 즐기던 사람들이어서 유난히 친분이 깊고 대화도 매우 드물게 편하게 하는 편이다.
지난 주 토요일인가? 그 업체 사장님께서 우리 집에 와서 아버지와 무척 저기압인 채로 대화를 나누시는데, 하도급을 준 업체에서 대금결재를 상식 이하로 할인한 것도 모자라 6개월짜리 어음으로 지급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일거리 자체가 1차 밴드 측에서 계산을 잘못 놓아서 불량이 발생하면 손익분기점이 무너지는 가격대를 호가로 불러 일감을 따내서 그 쪽에서 일을 하기가 부담스러웠던지 당시 일이 많이 한가했던 그 2차 밴드로 일을 하도급 식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일을 받을 당시에는 사업장을 놀리기 보다는 원금회수 차원에서 일을 받았는데, 작업 난이도가 높아서 외주작업을 많이 한 탓에 상당히 금액이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대금을 청구하자 1차 쪽에서는 자기들 납품단가를 내세우며 거의 절반가를 제시했고 그 가격에서는 외주작업 대금을 제외하고도 순수작업원가에서도 2백만원이 빠진다고 1차 쪽 사장이랑 한참 다투고 왔다는 것이다. 그 1차 업체는 우리집과도 거래를 하고 있는데, 작년 10월에 대금을 결재한 이후 10개월째 우리집에도 대금결재를 미루고 있어서 아버지께서도 무척 싫어하는 업체다. 그리고 그 업체 직원들 말로는 대구에 있을 때도 대금결재가 너무 안좋아서 외주작업을 하러 나오면 업체 사장들에게 욕먹는게 일이었다고 하고, 인근에서 더 이상 그 1차 밴드의 일을 해주려 하지 않는다고 하는 걸로 보아 거래매너가 수준급(?)인 모양이다. 사람들 말로는 일거리 들고 안오는게 도와주는거라고 할 정도이니 대충 짐작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최근에 그 업체 사장이 기존의 자가용이었던 에쿠스 구형과 렉스턴 2대를 팔고 새 차를 샀다고 아버지에게 신고(?)를 했다.


사실 기업 간의 거래매너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 과거에 지금보다 더 발주처(대기업) 중심이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1년 이상의 초장기 어음(어음은 발행 시기를 시점으로 대금결재 시기를 산출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어음만기일+업무수행일 동안 결재대금이 묶이게 된다.)도 곧잘 돌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니, 과거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사업자들의 권리의식도 향상되어 훨씬 더 구역질 나는 현실에 직면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과거보다 한결 나아진 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집 사람들이야 개인사업자여서 그 살아남은 업체들의 단물을 조금씩 빨아먹으며 호의호식하는 진드기(?) 같은 위치에 있지만, 그들 업체에게 해로운 일은 우리에게도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


P.S. :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내 아버지께서도 청년 시절 이명박이 사장이던 시절에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며 사우디아라비아 파견되기도 하셨고, 대우전자 시절에는 10년 근속을 채우자마자 그 유명한 '사오정'으로 45세에 반강제적인 명예퇴직(막말로 짤렸다. 그 뿐이다.)을 하시다 보니 '대기업'과 '대기업 사원'에 대한 냉소가 한가득하다. 지금도 우리 집 근처에 40대 중반에 LG와 삼성에서 정리해고되어 백수로 계시거나, 운송업/요식업으로 가장의 역할을 연장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시다. 그것이 일반적인 민초들이 정리해고 이후에 밟게 되는 수순이고 신문지상에서 보는 퇴직 사원들의 성공신화는 말 그대로 '그 예를 극히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매스컴의 주목을 끄는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은 기사거리가 되는 원리다.
그런 탓인지 발주처인 삼성/LG의 굉장히 자신들의 직장을 자랑스러워 하는 그들을 보면 그냥 그 모래성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이 막연히 안쓰럽고 안타깝다. 특히 삼성 쪽의 직원들은 며칠 전에 삼성의 신입사원들에 대해 기업 임원진 앞에서 마치 김정일 괴뢰세습왕조의 무뇌적 신민(臣民)들에게서나 볼 법한 대규모 집체활동을 보고 나니 그들이 더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이지 않는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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