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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체제의 동유럽 진출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메인주 케네벙크포트 정상회담은 결국 아무런 결과물 없이 고기에 칼질만 몇 번 하고 뱃놀이를 하다가 끝나버렸다. G8정상회담 직전의 정면충돌과 G8정상회담 과정에서의 아제르바이잔 돌발변수에 연이은 상당히 신속한 후속조치(양국정상회담)였기 때문에 무언가 색다른 결과물이나 문제 해결을 향한 발전적 과정에 대한 합의서가 도출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기에 이번 양국 간의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뻥카'와 '베짱'의 만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기본적인 문제는 역시 미국의 MD계획이 러시아에게 소위 '나와바리'라고 하는 비속어로 일컬어지는 Buffer-Zone 역내의 국가들에게 미사일 발사대와 레이더 기지가 설치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대외정책은 美의회와 행정부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후에 이루어진 미국의 세계전략의 중장기적 플랜의 하나로서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면에 러시아의 반격은 중앙집권적인 푸틴행정부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둔하고 느린 미국에 비해 더 신속하고 더 극적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지도층은 러시아 지도층의 충격요법에 현실적으로 능동적 대처를 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그리고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지극히 정상적이어야 한다.)
2007년 7월초를 장식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이벤트성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2가지 사실만을 명백히 하는데 그쳤다. 첫째는 러시아가 여전히 자국 사정만을 고려한 대외정책을 남발하는 외교적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이 아제르바이잔 기지 공동사용 제안이라는 러시아의 충격요법을 받고서도 러시아의 새로운 돌발제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대국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기존의 미국측 안건만을 고집한 냉전적 상대국가 인식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부시는 푸틴에게 상당한 배려를 하였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푸들로서 임기 전체를 보낸 고이즈미 준이치로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가문의 유서 깊은 땅을 푸틴에게 허락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에서 보였던 호들갑과는 다른, 미국식의(혹은 부시 스타일의) 우호적 제스쳐를 보낸 것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부시에겐 그것뿐이었다. 외견상의 배려에만 신경 썼을 뿐, 실질적인 내용인 외교적 안건에 대한 문제해결 의지(즉 타협안)을 준비하지 않은 채 베짱으로 버텼다.
푸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푸틴은 여전히 아제르바이잔 기지 공동 사용안을 가슴에 품고 왔으며 복안이랍시고 준비한 것은 미국으로서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는 러시아 본토에 존재하는 기지에 대한 공동사용을 제안함으로서 아제르바이잔 기지 공동사용 제안만큼이나 위선적인 뻥카를 보냄으로서 평화조정자의 명분만을 챙기려 했다는 인상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푸틴은 부시와의 정상회담에서 애초에 타협이나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그가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자마자 과테말라로 날아가서 적극적인 외교공세를 펼치는 것을 보며 그는 애초에 부시와의 정상회담보다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 진행이 어떻게 될지는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체코와 폴란드의 레이더기지/미사일 발사대 설치는 당초 미국 측의 원안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2차 걸프전에서 다국적 연합군의 지휘국가로서 두 팔 걷어붙이고 親美국가로서의 탈바꿈 의지를 강하게 내비췄던 폴란드 지도층의 의지와 심각한 경제난과 인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서방 자본의 무제한 침탈(?)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 폴란드나 경제적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체코가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미국이 먼저 기지 설치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먼저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게다가 부시와 푸틴은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접근법을 명백히 다름을 상호 간에 재확인함으로서 두 정상이 만나서 합의한 것이라고는 이미 사전에 충분히 상호 간의 협력을 교감한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초기조치에 대한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 촉구라는 사안에 대해서만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러시아가 상호 간의 주도권과 북한에 대한 종주권을 회복하려는 미-러 간의 갈등이 존재함을 고려할 때, 이번 미-러 정상회담은 명백한 세금낭비이며 시간낭비였을 뿐이었다. 부시도 푸틴과의 회담결렬 이후, 리크게이트에 연루된 측근에 대해 대내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면권을 행사하는 등 애초에 다른 쪽 일에 신경이 쏠려 있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만남을 추진했는가? 이번 회동마저도 더 큰 합의를 위한 초석 다지기라고 변명할텐가? 세상에서 제일 바쁜 두 남자가 한 자리에 모여서 한 것이라고는 뱃놀이와 고기썰기 뿐이었다니. 참으로 최고의 엉터리 쇼였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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