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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 // 사진은 클릭으로 리사이즈.

참으로 조용하다. 배리 번즈가 130년 역사에서 또 한 번의 획을 그으려 함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조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악할 따름이다. 그의 약물파동으로 인한 대기록에 대한 시샘과 흠집내기를 떠나서 '인종차별'이라는 MLB사무국을 바라보는 나의 기본적인 냉소적 시각을 거둘 수가 없다. 적어도 배리 번즈에 대해서 만큼은 MLB사무국이 인종을 차별하고 있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많은 MLB애호가들은 배리 번즈가 단지 약물을 투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기록 자체를 부정하고 그의 입지전적인 대기록을 매도하려고만 한다. 내가 스테로이드 복용에 대해서 'So What?'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탓에 배리 번즈에 대한 이와 같은 차가운 시선과 냉소에 불만을 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테로이드를 마치 성적 향상을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오해하는 많은 사람들은 '정말 근력이 좋아지면 배리 번즈급 활약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원초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인간 말종 호세 칸세코(Jose Canseco)의 증언처럼 MLB에 스테로이드가 만연하다면 왜 유독 배리 번즈의 성적만이 '군계일학'의 성적을 기록했는가? 힘이 좋아진다고 클러치 능력(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득점타를 만들어 내는 능력), 컨텍트 능력(타격의 정확도), 선구안(나쁜 볼을 골라내는 능력)까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 결정적으로 배리 번즈가 데뷔 시기부터 싸가지는 없었지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의 대명사였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 없다. (피츠버그 시절에도 홈런을 잘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또 '배리 번즈가 백인이고 언론과의 매너가 좋다면?'이라는 설정을 해볼 필요가 있다. 금주령의 시대에 술과 여색에 찌들어 극도로 너저분했던 삶을 산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기록이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면 배리 번즈의 가치도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 그리고 베이브 루스가 살던 시절의 MLB는 블랙삭스 스캔들과 같은 승부조작마저도 서슴치 않던 로우레벨의 마인드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 분위기에서 '영웅'을 필요로 했던 미국인들에게 베이브 루스는 얼마든지 조작된 영웅이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음모론 같은 이야기가 얼마든지 가능한 그 시절이다. - 물론 베이브 루스가 투수로서도 정상급의 우수한 선수였다는 사실은, 라이브볼의 시대이 데드볼의 시대니 하는 논란을 떠나서 진심으로 그(베이브 루스)의 천재성에 경탄할 만하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박찬호가 등판하지 않아도 되는 경기에 무리하게 등판했다가 배리 번즈에게 역사적인 한시즌 71, 72호 홈런을 선사하며 마크 맥과이어(Mark Mcquire)의 기록을 경신할 때도 샌프란시스코 언론을 제외하면 美주류 언론의 냉랭한 분위기는 약물파동이 터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1998년의 새미 소사와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 경쟁 시기의 그 열기와 너무나 비교가 되어 샌프란시스코 지역언론들이 인종차별이라고 분통을 터뜨릴 정도였다.

이번에 배리 번즈의 홈런볼에 표식을 새겨 넣는 것까지도 MLB사무국과 마찰을 일으키던 걸 보면 배리 번즈가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뛰어 넘어도 별의별 험담으로 기록의 신성성을 흠집낼 것이 확실해 보인다. 동네야구나 하던 2~40년대에 세워진 기록을 추억하기 위해서 투수들의 스킬이 고도로 발달되고 5인 로테이션제로 인해서 과거처럼 엉터리 등판으로 허접한 공을 치며 성적을 올리던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과학화된 현대 야구의 시대에 이루어진 이 대기록을 우리는 너무 홀대하는 것 같다.

현역 선수 중 사실상 유일한 300승 도전자인 탐 글래빈이 부진했던 2005시즌 말에 유력한 언론들은 '우리는 역사상 마지막 300승 투수로 그렉 매덕스를 추억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비관한 적이 있다. 2006시즌에 오자마자 탐 글래빈이 다시 회춘하며 300승을 향한 힘찬 동력을 가동하며 300승 투수를 다시 만날 꿈에 부풀게 되었지만, 지금의 20대 초중반 선수들의 커리어를 살펴 보면서 우리가 10년 이상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300승 투수를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0%가 아닐까 싶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3년만에 투수가 보일 수 있는 모든 화려한 기록들을 보여줘 버린 '드와이트 구든(Dwight Gooden)'의 재림이라던 킹 펠릭스가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걸 보면 20대 극초반부터 매년 15승 이상씩 20년을 해내야 하는 300승이란 대기록을 가시권에 둘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 현실처럼 가까운 시일 안에 배리 번즈의 이 기록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배리 번즈의 나이가 될 때까지는 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 현대 야구에서 타자들의 기록은 과거의 기록이 작성되던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작성되고 있다. 꼼수라면 꼼수일 수도 있는 스테로이드 파문이 흠집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기록의 신성성과 배리 번즈가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서 보여준 꾸준함까지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다. 성격 좋고, 잘 생기고, 매너 좋고, 지적이고, 차분하고 냉정하며 자기 분야에서 神이라 불릴 정도로 지존의 활약을 보이는 사람? 야구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설정이다. 몇 가지 결점 정도는 덮어줄 수 있는 아량 없이는 오늘날의 삭막한 시대에서 더 이상 '영웅'도 없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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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음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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