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승패, 하지만 약간은 의외의 결과
그의 사고 방식/사적 논설 2005/10/27 12:41
現정권의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는 보궐선거란 선천적으로 정부여당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재대결 구도다. 이것은 비단 국내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전세계적으로 보궐선거는 대체로 야당의 우세 속에서 끝난다. 이러한 원인 중 가장 원초적인 것은 역시 '국민'이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은 언제나 비타협적이며 비현실적인 동시에 지극히 인내심이 부족하다. 그런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현정권을 향한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는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한 지지율에서 극명히 드러난다.17대 총선의 탄핵정국과 같은 특수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전라 지역을 발판으로 수십년을 이어온 민주당 세력을 수구세력으로 매도하여 그들을 철천지 원수로 돌리며 당을 이탈한 미니정당에서 정부 여당으로서, 또 과반수로서 화려하게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기존 정권에 대한 반발로서 출범한 이 정권과 정부여당을 지지한 자들의 '기대치'라는 것은 4.19의거로서 이승만을 몰아내고 제2공화국 직후의 '데모천하'라 불리던 그 시절의 그것에 감히 비견될 만한,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제2의 광복절이라도 맞이한 듯이 눈물을 흘렸고(실제로 광복절 당일을 경험한 사람들의 구술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그 날 우리가 해방된지도 몰랐고 지극히 조용했다. 그들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광복절의 그림은 100% 윤색된 것이라고 한다.) 이 나라가 당장이라도 반석 위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게 하였다.
하지만, 그런 기대치에 정비례하지도, 현상유지를 지켜내지도 못한 현정부의 모습에 국민들이 쏟아내는 어떤 정당과 정권도 삭일 수 없는 양은냄비에 담은 물이 끓는 듯한 분노는, 투쟁적이고 갈등조장적인 현재의 정권이 쉽게 감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본다. 그 결과로 그들이 얻은 것은 연이은 보궐선거 대참패이며 그것은 그들을 존재하게 했던 힘인 동시에 그들을 벗어나기 힘든 올가미처럼 조여 오는 '자가당착'의 상황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세계 어느 민주 국가에서나 지역적인 정당 지지 구도는 존재한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미국만 해도 민주당 지지 지역과 공화당 지지 지역이 뚜렷이 구분되며 특별한 정치적 스캔들이 없는 한, 그 지지 구도는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것을 마치 '우리만의 문제'인 양,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줄을 메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일을 확대시키고 그릇된 길로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섯부른 국면 확대의 양상에 의해 뒤바뀐 사례가 이번 대구 동구 선거가 대표적인 예라고 본다. 최근 대구 지역에서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의 취중행패[이건 열린우리당에서도 동지애(?)를 발휘하여 같이 유혈난투를 벌이면서 유야무야되었지만..]와 기존 의원의 부정 등으로 야당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해져 있었고 이는 충분히 열린당에게도 기회로 (분명히)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열린당은 동구를 '지역구도 타파'라는 듣기 좋은 명분을 통해서 정권의 도덕성 확보에 열을 올리며 일종의 '알박기'로서 現정부와 연계하여 지나치게 전략적으로 지역구에 접근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지역구도를 지나치게 범죄시하면서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역작용을 일으켰다고 할까? 그들의 지역구에서 그들이 가지는 90%를 넘는 지지율에 대한 대구 지역의 거부감을 되새김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젊은 층은 모르지만, 야당에 대한 지지 의지를 의심하던 중장년층에게는 지극히 반발 요소로서 작용했을 것이다.] 이것은 대대로 現집권여당 세력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지역의 표심을 자극하고 말았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대구에서 조금은 평범하지만 호소력을 가진 인물[물론 그런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야당의 악재가 누적되어 변화를 요구하는 지역 여론이었다면 그저 적당한 인물만 나왔어도 충분했을지 모른다.]로 적절히 배치하여 판을 크게 벌이지 않으면서도 야당의 악재가 누적된 최근의 대구 지역의 이반된 민심을 어루만졌다면 충분히 하나쯤의 의석은 확보했을지도 모른다. 실례로서 기존의 한나라당의 동구 출마 내정자는 유승민과 같은 유명 인사가 아닌 그저그런 평범한 인사로서 안이하게 대처했었고 불안정한 대구 지역의 민심을 중앙당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제법 탄력을 받고 있었다는 상황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당은 이 지역구에 '이강철'이라는 노무현의 최측근을 지명하면서 대구 동구 보궐선거의 판돈을 엄청나게 키워 버렸고, 이강철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대구 지역에 있던 야당에 떠안고 있던 악재보다 오히려 현정권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 민주주의 국가임을 의심케 만드는 전라도 지역의 90%를 초월하는 지지율에 대한 반발심리가 각성하며 상황을 역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박근혜가 어쩌고 이강철이 당적이 부담되니 어쩌고 하는 소리는 전부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지역의 진짜 민심을 모르면서 대충 글발로 보기 좋게 정당들의 활약상을 과시하기 위해서 돈받고 휘갈기는 개소리며 지랄염병이다. 터놓고 말해서, 박근혜가 악수해 준(?) 사람이 1천명은 되겠는가? 유권자들은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정치인들의 '아는 척'에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다. 당장 우리 자신에게 물어 보라.
언론에서 지적하는 여당의 취약점인 도청정국을 통해 안그래도 적(適)이 많은 열린당이 다시 한 번 반발 지지세력을 자극했고, 평일에 이루어진 탓에 열린당의 지지층인 '아무 것도 모르는 다수의 젊은 유권자'들이 이탈(공휴일 만들어 줘도 투표할 일은 없었을 테지만..)도 열린당에게는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 외에도 언론에서 지적하는 강정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그 사건은 다시 한 번 이 땅이 분단된 채 서로에게 포구를 겨누고 있는 대치 상태라는 것을 국민들이 재확인한 꼴이 되었다.
[일전에 학회 토론회 과정에서 내가 혼잣말 비슷하게 후배들에게 강정구를 '국보법 폐지론자들의 자객'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그의 친북적 발언은 반북 세력을 선거 직전에 다시 한 번 결집시키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는 것과 수도권 지역마저도 그러한 여당의 행보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인 이해찬(이해찬이란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인물이다.)이 보인 도도하고 뻣뻣한 자세에 열린당을 지지하는 층이 상대적 다수인 젊은층은 별다른 뜻없이 그 순간 뭔가 모를 통쾌함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대화와 타협/협력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상호존중'이라는 것을 모르는 現정부의 국무총리의 거만하고 무례한 모습을 보며 우리의 부모님들은 심한 거부감과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지지 계층'과 '투표율'이 다른 상황에서 철모르는 젊은 피에 의지하는 정당과 세상 쓴맛을 아는 중장년층에 의지하는 정당이 맞붙었을 때 그 결과는 자명했을 뿐이라 판단한다.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기 바쁜 정부와 국회에서 국민의 온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따윈 이 땅에 없다. 그들은 국민들이 자기들 꼬락서니가 역겹지만 그래도 방치하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투표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정국은 아직도 이 나라 국민과 그들 자신을 80년대 독재정권 속에서 살고 있는 운동권 출신의 정체성 없는 정당과 자기가 보수 정당이라 믿고 있는 아직도 어두운 과거와 작별하지 못하는 역시 정체성 없는 정당, 그리고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는 진짜 철부지 미니 정당과 자기가 진짜 보수인 줄 아는 자기 집 숟가락 숫자 늘이는거 외에는 아무 생각 없는 정당이 모여서 아웅다웅거리고 있다.
이런 유치한 정당들끼리의 모임 속에서, 현정권의 잇따르는 거대한 실책으로 인해 똑같이 욕먹으면서도 '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찌어찌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 이 모든 것들이 박근혜 아줌씨의 치적(?)으로 기록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어이가 없고 못마땅하지만, 그 더럽고 아니꼬운 꼴을 너무도 무력하게 막지 못한 여당의 무능력함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난 보궐선거였다.
한국 민주주의는 정말 엄청나게 농축된 성장을 이루고 있다. 50년 전만 해도 '나랏님'으로 불리며 항거불능의 존재로 여겨지던 대통령이 오늘날, 나 같은 어린 학생에게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손쉽게(?)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 민주의식은 경제적 부의 축적과 함께 '그 때 그 시절'을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저 앞에 나가 있다. 하지만 당신들은 언제나 '그 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향수에 젖은 듯하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음을 직시하고 권위적 작태와 뚜렷한 피아구분 속에서 필요할 때만 타협을 시도하는 기회주의적 발상은 지양되어져야 할 것이다.
늘 그렇지만, 이젠 당신들 차례다. 아직 그다지 기대하진 않지만..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ncholic Genesis™,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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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ro 2005/10/27 13:52
열우당 지도부의 전원사퇴 얘기가 당연히 나올판이더군요.
바꿔봐야 윗돌이 아랫돌 되고 아랫돌이 위돌 되는것 뿐이니 결국 하는짓들은 거기서 거기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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