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시대 (Surplus)
감독: 에릭 간디니 (Erik Gandini)소재: 35mm
색 : color
장르: 다큐멘터리
시간: 52분
제작연도: 2003년
배급: 필름메신저
그저께였나? 규암이와 '소비를 강조하는 문화'에 대해서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타전공인 사회학과의 모 교수님을 통해서 접하게 된 Jeremy Rifkin의 '노동의 종말'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내 안에서 변화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미래 인간의 생존 방법에 대한 아직은 다소 정리되지 못한 나의 견해에 대해서 규암이가 '자본주의적 논리'에 입각한 반발에서 비롯된 논쟁이었다.
기본적으로 Jeremy Rifkin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서 부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Immanuel Wallerstein의 '세계체제론'에서 주장하는 해법처럼 해법을 제시할 순 있지만, 그 해법을 실행할 수 없는 숙명론적 결말처럼 인간의 원초적 본성에 가장 충실한 자본주의의 본질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에릭 간디니'의 단편 다큐멘터리 '과잉시대(Surplus)'는 '反자본주의', '反세계화'적인 사고에 입각하여 이러한 자본주의의 끝없는 '소비만능주의'와 '소비를 강요하는 사회'를 Fidel Castro(쿠바의 독재자)와 철학자 John Zerzan(99년 시애틀 반세계화 시위의 주동자)의 주장을 빌어 강하게 질타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적인 사회 구조가 선진국으로의 부의 집중을 더욱 심화시키고, 제3세계의 가난과 종속을 더욱 가속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인간 문명을 말살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20C후반부터 국제 사회에 본격적으로 내던져진 인류의 과제로서 우리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무겁고도 중대한 과제임을 에릭 간디니는 Industrial Rock(?) 스타일의 음악이 뒤섞인 영상과 사운드를 통해서 청자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에릭 간디니'의 단편 다큐멘터리 '과잉시대'는 본질적으로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다. 그것은 과도한 이데올로기적 사고(에릭 간디니의 사고는 극좌파적 사고에서 출발한다.)를 담고 있다는 것, 자본주의의 대량소비/대량생산의 사회체제로 극단적으로 전이된 오늘날, 현실적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극단적 결정(원시로의 회귀?)을 선택할 것을 우회적으로 강요한다는 점, 자본주의가 가져온 풍요와 인간 삶의 질의 향상이 무작정 부정적인 것인가에 대한 가치 판단의 미비, 엄연히 존재했던 폭력에 대한 미화와 폭력 행위에 대한 부정, 이분법적인 적아(敵我)의 구분 등을 나는 문제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과잉시대'는 대중이 산업혁명 이후 200년 가까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세뇌적 교육과 사회 풍조를 통해 당연한 것으로 인식해 오던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대한 인간 사회의 문제의식의 태동과 조직적 저항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영상으로 담아 알리고자 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에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라고 하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였다는 점은 인간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시발점이며 원동력이다.
그러한 점에서 지금보다 어렸던 4년전, 지금보다 어리석고 아둔하던 나의 의식 세계에 충격과 이념적 흥분을 선사했던 '하워드 진'의 '오만한 제국'의 한 구절을 적어 본다.
"남자들이 전쟁에 나가는 것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속고 매수되고 선전당하고 징집당하고 위협당해 왔기 때문이다. 또 무장하지 않은 여자와 어린아이를 죽인다 해도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명령에 복종하도록 혹독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작 놀라운 것은 그들의 일부가 그것을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 Howard Zinn, Declarations Of Independence [1991]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로 변화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조에 동의를 한다고 해서 나의 정향이 변화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단지 내가 합리적이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서 긍정하고 인정하며 수긍할 뿐이다.]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ncholic Genesis™,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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