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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 // 사진은 클릭으로 리사이즈.
뒤늦게 굿바이 레닌을 봤다.
동독 출신 청년의 효심(?)을 주제로 잡을 수도 있지만, 나는 역시 아무래도 독일 통일과 냉전의 종식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래 캡쳐들은 모두 영화의 장면임.]

[독일의 통일은 1967년부터 시작된 서독의 치밀한 동방정책과 RFE(Radio Free Europe) 등을 통한 언론의 자유로운 유입 등이 장벽 넘어 살고 있던 동독일인들에게 사회주의의 허상을 깨닫게 하였다. 오늘날 정경분리의 원칙 아래, 무작정 퍼주기를 하고 있는 한국의 햇볕정책과는 그 괘를 달리 한다.]

영화 속 세계는 물론 아주 온건하다. 현실은 분명 영화 속보다 훨씬 더 격렬하고, 거칠었을 것이다. 주인공인 청년은 대단히 서구화된 마인드를 가진 청년이다. 그런 탓인지 통일 이후에도 곧바로 서독 지역의 회사에 취직하는 등 매우 성공적인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대단히 달랐을 것이다. 현재 통계상으로만 동독 지역의 평균 실업률은 20%를 상회하고 있고, 이는 통일에 대한 불만과 과거에 대한 회귀 욕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NPD(新나치 계열의 NPD(National 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독일국가민주당)같은 초강경극렬우익분자들이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최근 총선에서 12% 지지 획득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 新나치즘은 과거 전통적 나치즘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인종 정책으로 모든 유색 인종과 유태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WTO와 세계화(Globalization)에 반대하고 있다. - 물론, 이러한 정책들은 현실적으로 반영이 불가능하다. 나는 지금도 한국의 WTO반대 세력들이 속칭 '빨갱이/용공분자'처럼 보인다. 그들은 일개 국가의 힘으로(심지어 미국조차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WTO에 반대하면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갈등만 조장시킨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23년간의 서독 정부의 노력과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던 동독 정부의 협조, 여기에 '호네커'라고 하는 전향적인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신기능주의는 모든 면에서 기능주의와 동일하지만, 이러한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기능주의의 약점을 보완하였다. 하지만, 김정일 왕조에게서는 결코 이런 전향적인 정치적 결단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상으로 보면 동독 지역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는 것이 잠깐 나온다. 그 해는 이미 89년이었고, 주인공 청년도 민주화 시위에 동참했다가 열성당원인 어머니께서 심장마비로 쓰러지게 된다.
이 장면은 물론 현실과 같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독 지역에서 집회가 이뤄질 만큼 사회가 상대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엿볼 수 있다.

반면 북한에게서 과연 이러한 인민 집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반문해 보게 된다. 그것보다 북한 인민이 민주주의라는 용어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기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이미 회의가 든다. 한반도에서 민주주의가 도래한 것은 민(民)을 불쌍하고 무지한 자식쯤으로 여기고, 어버이의 마음으로 다스리고자 했던 조선도, 신민(臣民)이었던 대한 제국도, 일제 강점기도 아닌, 이승만의 남한, 좀 더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면 1987년 6.29선언이 선언된 6공화국부터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카리스마의 정치인 1공화국과 민주적 역량도 없이 분노만 표출할 줄 알았던 중우(衆愚)의 무능력함이 극도로 드러난 2공화국을 감히 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다.]북한 지역에는 단 한 번도 제한적인 민주주의조차 도래한 적이 없다.

[철거되는 레닌의 동상. 레닌의 철거는 맑스, 엥겔스와는 다른 관점에서 세계체제의 관점에서 공산주의 혁명을 설파한 세계공산주의혁명이론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북한 땅에서 과연 김일성의 동상이 녹여져 이순신의 동상으로 바뀔 날은 올 것인가?]

정치 이론가들은 이미 북한을 사회주의 계열의 정권으로 보지 않는다. 북한에 세워진 김씨 왕조는 72년 新헌법 개정부터 '주체사상'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사회주의 노선(맑스/레닌주의)과는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권력의 중앙 집중화를 다져 갔다. 그의 존재는 이미 북한 내에서는 맑스/레닌 그 이상의 존재이며 종교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그가 80년대 남북 경제역전 이후부터 국제정치적으로 남한에게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실시한 철저한 폐쇄정책은 오늘날 통일의 기반 자체를 붕괴시켜 놓았다. 이미 민족간의 전쟁과 숱한 협정 위반과 도발 행위 등으로 불신감은 극에 달한 양국 관계에서 대화의 단절은 민족의 양분으로 이어져 나와 같은 통일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만만찮은 세력을 과시하고 있을 지경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의사로서 서독 지역에 학술회의 참가차 갔다가 그대로 망명해 버리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좀 다른 모습이겠지만, 일반적인 학자 그룹들의 학술 교류도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상징적으로 알 수 있다.
의사와 같은 계급은 상대적으로 사회 상류층 계급이다. 인민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외국과 접촉이 많은 인사들은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겉으로는 자유를 찾아서 왔다.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를 존경한다 그러지만, 결국 자신이 더 넉넉하고 가치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뿐이니까.. 난 가식적인 미사여구따위는 살인충동을 느낄만큼 질색이다.


* * * * * *



마지막 부분에 보면 주인공이 쏘아 올리는 로켓.
그거 내가 예전에 한국우주소년단 창단맴버로서 활동할 때 몇 번 쏘아 올렸던 기억이 난다. 건전지 만한 추진제를 로켓(종이원통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소재다.) 끝에 꽂아서 전기적인 접지 장치를 통해서 버튼을 누르면 쏘아올라지는 것인데, 실제로는 영화에서보다 훨씬 높이 올라간다. [정말 높이 올라간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내부에 낙하산도 있어서 내려 오면서 로켓 머리 부분이 분리 되어서 낙하산을 타고 멋있게 내려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전량 수입품[미제였던 걸로 기억한다.]이었던 관계로 몇 번 쏘아보진 못했지만, 아주 재밌는 로켓이다.


* * * * * * *



[영화 장면 중 일부]


여기에 나오는 이 여자..
왠지 눈에 익어서 좀 자세히 봤는데, 2004년 베를린 영화제였던가.. 거기서 비영어권 영화 최우수상을 받은 '히틀러 : 제3제국의 몰락'이라는 영화에서 히틀러의 연설문을 타이핑해 주는 여자 보조원(극중 거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서 등장한다.)과 동일 인물인 것 같다.
히틀러를 벌써 미치광이가 아닌, 인간으로 바라 보는 것을 용인해도 되는가에 대해서 상당한 반발을 샀다고 했으나, 그 영화에서 내가 느낀 히틀러에 대한 묘사는 클라우제비츠를 선택하면서도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히스테릭에 빠진 인간의 모습 이상의 그것이 없었다.

그 정도의 묘사를 미화라고 매도한다면 그것을 매도라고 하는 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의 묘사인지 궁금하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시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단이 되고, 호전론자가 되어 버리는 그 시각은 마치 절대자에 충성하는 종교인들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복음주의 계열의 남부침례교가 성서 무오류설을 믿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뚜렷한 선악대결 구도(그리고 당신들의 선의 무조건적인 승리)인가? 이 세상에 완전한 선이 어딨는가? 승리했기에 선일 뿐인 것을 패배자에 대한 완전한 매도는 후세인에 대해서도 이뤄지지 않은 작업이다. 이슬람권에서는 몰락한 후세인조차도 감싸려 하고 있다. 인권과 평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오히려 피해망상에 젖은 듯이 더욱 갈등조장적으로 행동하지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 글을 넣을 만한 카테고리가 마땅치 않군. 영화를 거의 안보기 때문에 영화 카테고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대충 아무렇게나 집어 넣었다.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cholic Genesis™,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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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음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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