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8일 이글루스 작성글]
[중앙일보 김승현.백일현 기자] #1. 지난달 초 한양대 서울캠퍼스에 '동아리 해체 선언문'이란 벽보가 붙었다. 1990년대 초 결성된 이 동아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실천을 고민한다'며 운동권 학생들이 만든 이른바 '이념서클'이었다. 이들은 벽보에서 "비판과 고민을 담아야 할 사회과학 세미나가 형식적인 모임으로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동아리 활동에 대한 신입생 회원들의 무관심도 해체의 중요한 이유였다.
#2. 서울여대는 지난 9월 '부자학 개론'을 신설했다. 350명 정원은 수강신청이 시작된 지 단 2분 만에 채워졌다. 부자 되는 방법을 책으로 펴낸 작가, 억대 연봉의 보험설계사 등이 강단에 직접 나서 '실전 재테크'를 강의한다. 서울여대뿐 아니다. 한국외대.성균관대.경희대 등 주요 대학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수업은 경제.금융 현장의 최고경영자(CEO)들을 강사로 초빙한 특강이다.
한양대 손정식(경제금융학부)교수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재테크 기법 등에 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며 "내년 학기부터 수강 인원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변하고 있다. 전북대 설동훈(사회학).연세대 한준(사회학)교수 등이 지난 6월 전국 대학생 2000여명을 상대로 '대학생 생활과 의식'을 조사했다. 이 결과를 본지와 설.한 교수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하고 있었다.
경제성장 등 '물질주의적 가치'와 인간적인 사회 추구 등 '탈(脫)물질주의적 가치'를 비교분석하는 잉글하트 분석법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우리 대학생 중 물질주의자는 17%로 2001년(10%)보다 늘어났다. 탈물질주의자는 9.7%였으며, 나머지는 혼합형이었다. 2000년 미국의 18~24세 대학생 가운데 탈물질주의자는 30.1%인 반면 물질주의자는 5.9%에 그쳤다.
설동훈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라일수록, 젊은 세대일수록 탈물질주의자가 물질주의자보다 많다"며 "우리의 경우 고용 없는 성장과 경기 침체 등 사회 구조적 요인이 대학생들을 물질적 현실주의자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이념 성향도 2002년 63.5%에 달했던 진보 성향은 올해는 44.7%로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2년 전 24.7%이던 중도 성향은 올해 40.3%로 뛰어올랐다. 보수적인 성향도 11.2%에서 14.1%로 증가세를 보였다.
◆잉글하트 분석법=미국의 사회학자 잉글하트가 사회 구성원이 어떤 가치를 선호하는지를 알기 위해 만든 기법. 12개 항목을 물질주의적.탈물질주의적 가치로 나눈 뒤 4지선다형 질문을 통해 가치관을 측정한다. 물질주의적인 가치를 5개 이상 선택하면 물질주의자로, 0~1개면 탈물질주의자로 분류된다.
김승현.백일현 기자 shyun@joongang.co.kr
* * * * * *
로널드 잉글하트(Ronald Inglehart)의 탈물질주의론에 대해서 정규 교과 시간에 배운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교묘한 설문의 내용과 그 분석력에 약간의 감탄을 한 적이 있다.
그 날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에 오셔서 뜬금없이 이것저것을 물어 보셨다. 학생들은 그냥 별 생각 없이 하나하나 대답했고, 교수님께서 나중에 조금 어처구니 없다는 식으로..
"잉글하트에 주장과 다소 상반되는 결과가 이 강의실 안에서 나오고 있다." 라면서 우리 강의실 안의 학생들이 아직도 물질주의적 가치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잉글하트에 의하면 선진 사회로 가면 갈수록 탈물질주의적 가치, 예를 들면 포스트 모더니즘적(흔히 말하는 좌파적 가치관)인 가치관에 좀 더 의미를 두고,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물질주의에 가치관의 무게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그 사회는 산업화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진 사회'에 가까운 사회라는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우리 사회가 충분히 산업화 되었고, 이제는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이 우리 학생들의 사고 체계 속에서 발현되길 바라신 듯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막말로 '속물들'이라는 것이다.]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로널드 잉글하트는 오늘날 대한 민국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대한민국을 어떠한 국가 형태로 평가할 것인가?
"한낱 사회학자따위의 평가가 뭐가 중요한가?" 싶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로널드 잉글하트의 가치 판단은 우리 나라의 왠만한 찌질이(?)들의 아웅다웅 다투는 논란보다는 좀 더 거부하기 힘든 사회적 권위와 존경심에 가까운 학문적 권위를 느끼게 한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잘살지만, 아직은 정신적으로는 가난한 나라 'Republic Of Korea' 인가?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ncholic PeterGabriel™, Against All Odds..
[중앙일보 김승현.백일현 기자] #1. 지난달 초 한양대 서울캠퍼스에 '동아리 해체 선언문'이란 벽보가 붙었다. 1990년대 초 결성된 이 동아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실천을 고민한다'며 운동권 학생들이 만든 이른바 '이념서클'이었다. 이들은 벽보에서 "비판과 고민을 담아야 할 사회과학 세미나가 형식적인 모임으로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동아리 활동에 대한 신입생 회원들의 무관심도 해체의 중요한 이유였다.
#2. 서울여대는 지난 9월 '부자학 개론'을 신설했다. 350명 정원은 수강신청이 시작된 지 단 2분 만에 채워졌다. 부자 되는 방법을 책으로 펴낸 작가, 억대 연봉의 보험설계사 등이 강단에 직접 나서 '실전 재테크'를 강의한다. 서울여대뿐 아니다. 한국외대.성균관대.경희대 등 주요 대학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수업은 경제.금융 현장의 최고경영자(CEO)들을 강사로 초빙한 특강이다.
한양대 손정식(경제금융학부)교수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재테크 기법 등에 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며 "내년 학기부터 수강 인원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변하고 있다. 전북대 설동훈(사회학).연세대 한준(사회학)교수 등이 지난 6월 전국 대학생 2000여명을 상대로 '대학생 생활과 의식'을 조사했다. 이 결과를 본지와 설.한 교수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하고 있었다.
경제성장 등 '물질주의적 가치'와 인간적인 사회 추구 등 '탈(脫)물질주의적 가치'를 비교분석하는 잉글하트 분석법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우리 대학생 중 물질주의자는 17%로 2001년(10%)보다 늘어났다. 탈물질주의자는 9.7%였으며, 나머지는 혼합형이었다. 2000년 미국의 18~24세 대학생 가운데 탈물질주의자는 30.1%인 반면 물질주의자는 5.9%에 그쳤다.
설동훈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라일수록, 젊은 세대일수록 탈물질주의자가 물질주의자보다 많다"며 "우리의 경우 고용 없는 성장과 경기 침체 등 사회 구조적 요인이 대학생들을 물질적 현실주의자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이념 성향도 2002년 63.5%에 달했던 진보 성향은 올해는 44.7%로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2년 전 24.7%이던 중도 성향은 올해 40.3%로 뛰어올랐다. 보수적인 성향도 11.2%에서 14.1%로 증가세를 보였다.
◆잉글하트 분석법=미국의 사회학자 잉글하트가 사회 구성원이 어떤 가치를 선호하는지를 알기 위해 만든 기법. 12개 항목을 물질주의적.탈물질주의적 가치로 나눈 뒤 4지선다형 질문을 통해 가치관을 측정한다. 물질주의적인 가치를 5개 이상 선택하면 물질주의자로, 0~1개면 탈물질주의자로 분류된다.
김승현.백일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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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잉글하트(Ronald Inglehart)의 탈물질주의론에 대해서 정규 교과 시간에 배운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교묘한 설문의 내용과 그 분석력에 약간의 감탄을 한 적이 있다.
그 날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에 오셔서 뜬금없이 이것저것을 물어 보셨다. 학생들은 그냥 별 생각 없이 하나하나 대답했고, 교수님께서 나중에 조금 어처구니 없다는 식으로..
"잉글하트에 주장과 다소 상반되는 결과가 이 강의실 안에서 나오고 있다." 라면서 우리 강의실 안의 학생들이 아직도 물질주의적 가치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잉글하트에 의하면 선진 사회로 가면 갈수록 탈물질주의적 가치, 예를 들면 포스트 모더니즘적(흔히 말하는 좌파적 가치관)인 가치관에 좀 더 의미를 두고,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물질주의에 가치관의 무게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그 사회는 산업화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진 사회'에 가까운 사회라는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우리 사회가 충분히 산업화 되었고, 이제는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이 우리 학생들의 사고 체계 속에서 발현되길 바라신 듯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막말로 '속물들'이라는 것이다.]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로널드 잉글하트는 오늘날 대한 민국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대한민국을 어떠한 국가 형태로 평가할 것인가?
"한낱 사회학자따위의 평가가 뭐가 중요한가?" 싶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로널드 잉글하트의 가치 판단은 우리 나라의 왠만한 찌질이(?)들의 아웅다웅 다투는 논란보다는 좀 더 거부하기 힘든 사회적 권위와 존경심에 가까운 학문적 권위를 느끼게 한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잘살지만, 아직은 정신적으로는 가난한 나라 'Republic Of Korea' 인가?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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