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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Victory Without Suffering.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 // 사진은 클릭으로 리사이즈. by 얼음구름


언론의 힘

[이글루스 2004년 12월 28일 작성글]


어머니께서 오늘 우크라이나 유시첸코(유셴코) 후보의 대통령 선거 당선에 무척 기뻐(?)하시면서 좋아하셨다. 어머니께서는 여당 후보 야누코비치를 비난하며 유시첸코를 독살하려고 했던 사람이라고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고 하셨다.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언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유시첸코의 얼굴 변형에 대해서 한국의 많은 이들이 야누코비치 세력의 모략에 의한 유시첸코의 다이옥신 중독설을 믿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주장으로 유시첸코의 무리한 성형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라는 분석을 내어 놓는 사람도 있고, 둘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단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소련 연방에 편입된 이래 꾸준히 親러시아적인 정권과 정책이 들어왔고, 흑해 함대, 우크라이나 핵배치, 미국과 과거 대영 제국 등의 헤게모니 국가들의 발칸 반도를 이용한 흑해 봉쇄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략적으로 대단히 요충지이며 러시아에게서는 없어서는 안될 최중요 요충지 중 하나이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과거사를 언급하는 것은 유시첸코가 '현상타파 세력'이라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현재의 우크라이나는 다분히 親러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 이러한 상태에서 미국과 서방 진영의 진입에는 많은 장애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러시아의 입김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러시아로서는 가장 든든한 CIS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유시첸코가 親러적인 성향을 親美, 친EU적인 성향으로 전환코자 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하였고, 한국의 노사모에 버금가는 정치적 행동을 서슴치 않는 소수 조직들의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한 집단 행동은 일시에 야누코비치에게 부정선거의 원흉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 씌우는데 성공하였으며 현상 타파의 시도가 무조건적으로 득이 될 수 밖에 없는 미국과 EU 등의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전세계 자유 진영의 세계인들에게 유시첸코는 개혁과 개방의 선봉장으로서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을 역으로 치환해 보면 이러한 시각에는 큰 차이를 나타나게 된다.
만약 러시아의 '인타르타스 통신'이 세계 언론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과연 유시첸코가 대안으로서 각인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유시첸코는 선거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치졸한 정치꾼 내지는 국가 혼란을 선동하는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이며, 분리 독립을 주장하기도 했던 분리주의자이며, 반국가적 정치인(CIS의 관점에서 볼 때, CIS 이탈의 조짐이 농후한 유시첸코의 주장과 행보는 다분히 반국가적 행위라 매도할 수 있다.) 등 별의별 희안한 죄목(?)을 뒤집어 씌울 수 있다. 유시첸코의 지지자들이 최초 선거 직후 펼친 집단 행동은 문자 그대로 홍위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홍위병 소리 듣던(나 또한 홍위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고..) '노사모'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유시첸코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이 같은 호의적인 반응은 다분히 서방 언론의 보도 내용에 근거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서 근거한다.

유시첸코의 얼굴 변형에 대해서 다이옥신 중독인지, 성형 수술의 후유증인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지난 최초 대선이 '부정 선거'였는지, '공정 선거'였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거부할 수 없는 증거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다. 모든 재판과 가치 판단에서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자료와 사례는 가치 판단에서 배제되어야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용도로 이용되어져서도 아니되며 이용되어질 수도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들에 대해서 유시첸코는 자신의 선거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유권자들을 선동하였고, 우크라이나의 변화에서 손해 볼 것이 없는 미국과 서방 언론은 적극적으로 유시첸코에 동조하여 국제 여론을 통해서 유시첸코의 선거 활동을 간접 지원하였고, 우크라이나 내부의 상당수 부동표를 유시첸코 쪽으로 이동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유시첸코는 분명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야누코비치에 비해 대단히 걸리적거리고 위혐한 정치인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중앙집권적 대통령제를 통해서 고속 성장을 추구하는 BRICs의 일원으로서의 러시아에게 핵심 국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이탈 조짐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또다시 브레즈네프의 '프라하의 봄' 사태를 다시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과거와 달리, 미국을 무시한 채 독단적인 군사 행동을 수행하기에는 국력이 많이 약해졌고 국제정치의 '제5열'로서 국제 언론이 가지는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절대적 헤게모니를 가진 미국조차도 언론의 힘은 가볍게 무시하기 힘든 면이 있다. 서방 주요 언론이 유시첸코의 편을 들어 주는 한, 적어도 한국에서 유시첸코의 위에서 언급했던 저러한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접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제3국의 국민으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러한 환상적인 정치적 지원 세력(?)을 등에 업은 채 치뤄진 재선거에서도 유시첸코의 지지율은 '불과 52%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유시첸코에 대한 인식이 외부인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며 제3국의 국민인 우리는 그 나머지 48%의 우크라이나인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우리의 언론에 의해서 가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 지지율 34%의 여론이 親여당적인 언론에 의해서 철저하게 매장당하고, 선전과 선동을 통해서 정치적 선택을 개종할 것은 강요받았던 상황과 유사하다.

언론은 여론을 선동하고 유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은 많은 국민들은 언론이 비교적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설사 공정하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언론의 편파 보도를 구별하고 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착각(?)을 믿고 있기 때문에 언론은 더욱 더 힘을 가진다. 이러한 착각은 나부터가 시작하는 문제이고, 정치사회화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이러한 착각은 더욱 더 심화된다.

언론은 진정으로 진실만을 보도하는가? 언론은 충실하게 여론을 수렴하는가?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는 낙관하라..
Melancholic Genesis™,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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